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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조승연’이 쏟아낸 샤우팅, 음원차트 휩쓸었다

절규에 가까운 샤우팅이 통했다. 군 복무 중 2년 전 발표한 곡으로 음원차트 1위는 물론 지상파 음악방송 1위까지 거머쥔 가수 우즈(WOODZ·본명 조승연) 얘기다. 2014년 그룹 유니크로 데뷔해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았으니, 10년 결실을 맺은 셈이다. 놀라운 건 공식 활동 중이 아닌 군 복무 상태에서 2년 전 발표한 ‘구곡’으로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우즈의 《드라우닝》은 5월7일 낮 12시 기준 멜론 메인 차트 TOP100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 곡은 지난해 10월 해당 차트에 처음으로 진입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며 최상위권을 유지하다 발매 2년여 만에 1위라는 쾌거를 이뤘다. 멜론 외에도 지니, 유튜브 뮤직, 애플뮤직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주요 음원 플랫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기세에 힘입어 5월11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서는 르세라핌의 《HOT》, 조째즈의 《모르시나요(PROD. 로코베리)》와 함께 1위 후보에 올라 경합을 벌인 끝에, 총점 5179점으로 1위에 올랐다.

가수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가수 우즈 ⓒ이담엔터테인먼트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성공기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여정이다. 《드라우닝》은 우즈가 2023년 4월 발매한 미니 5집 ‘OO-LI’를 통해 발표된 곡으로 사랑하는 이가 떠나간 뒤 남겨진 이의 감성을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임에도 K팝 애청자 사이에선 숨겨진 명곡이라며 은은한 지지를 받았으나 애석하게도 음원차트에서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진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5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 국군의날 특집에 우즈가 ‘상병 조승연’ 신분으로 출연해 무대를 선보인 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군복 차림에 짧은 머리의 우즈가 선보인 강렬하면서도 폭발력 있는 라이브 가창은 객석을 채운 일반 관객은 물론, 군인 동료들까지 사로잡았다.

방송 직후 이어진 화제성은 즉각 차트 순위로 입증됐다. 발매 당시엔 멜론 차트 순위권에 진입하지 못했으나 《불후의 명곡》 이후 입소문을 타고 멜론 일간 차트 951위로 진입하더니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려 방송 3주 만인 지난해 10월 셋째 주에는 톱100 80위권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이어져 지난해 11월 25일 기준 멜론 일간 차트 21위까지 올라섰고 12월엔 일간 차트 10위권을 뚫었다. 이후 올해 1월2일 오후 11시 멜론 톱100 9위에 오르며 ‘10’의 벽을 뚫었고, 일간 차트 기준으로는 1월5일 10위에 올라온 뒤 꾸준히 한 자릿수 순위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차근차근 순위 상승 가도를 달린 이 곡은 4월3일 톱100 차트 3위에 올랐고, 일간 차트에서도 3위를 수성하더니 한 달 후인 5월7일 결국 1위에 올랐다.

심재걸 대중문화 평론가는 《드라우닝》의 롱런 이유에 대해 “역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트리거 역할이다. 애절하면서도 처절한 메시지의 고음이 군복 라이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의도할 수 없는 설정이 주는 몰입감, 감동이 반복 청취를 유도하고, 이지 리스닝에 무료한 소비층의 마음을 저격하는 록 음악 자체의 매력도 큰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드라우닝》의 가치는 역주행 롱런이라는 지표를 넘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우즈라는 뮤지션을 재발견하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즈는 2014년 보이그룹 유니크로 데뷔한 뒤 Mnet 《프로듀스 X 101》에서 결성된 엑스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엔 솔로 아티스트로 전향해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를 소화하며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며 K팝 리스너에겐 인정받았지만 아이돌 음악에 큰 관심 없는 대중에겐 이름을 크게 알리진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 활동의 내공이 직접 만든 음악과 무대를 통해 폭발해 빛을 발하고 있는 만큼, ‘《드라우닝》 부른 가수’에서 ‘아티스트 우즈’로 인정받을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드라우닝》의 역주행 롱런은 우즈가 꾸준히 쌓아온 음악적 내공과 진정성 있는 음악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즈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에 직접 참여하며 진정성 있는 음악들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성과가 우즈의 음악을 더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우즈 역시 소속사를 통해 “언제나 저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내주시는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요즘 저에게도 이러한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찾아오는구나 실감하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재미있게 활동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다. 이 모든 건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 덕분이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리며, 이토록 멋진 순간들을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자만하지 않고, 순위에 연연하지 않고 더욱 즐겁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모습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즈의 전역일은 7월21일이다. 《드라우닝》으로 높아진 주가 덕분에 전역 후 다양한 무대에서의 러브콜이 벌써부터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오는 8월 일본 최대 음악 페스티벌 ‘서머소닉 2025’ 출연을 확정했다.

우즈의 《드라우닝》이 수록된 ‘OO-LI’ 앨범 커버 ⓒ이담엔터테인먼트
우즈의 《드라우닝》이 수록된 ‘OO-LI’ 앨범 커버 ⓒ이담엔터테인먼트

군백기를 뛰어넘은 ‘아티스트 우즈’의 재발견

연예인들에게 소위 ‘군백기’는 원치 않은 커리어 공백기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기간이니만큼, 대외적인 공식 활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지금보다 군 복무 기간이 길었고, 사전제작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군 복무 이후 주가가 꺾이는 경우도 상당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스타들의 최근 군 복무 모습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연예 활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물리적 공백이 생김에도 대체로 커리어가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현저히 짧아진 복무 기간을 비롯해 군백기를 불가피한 공백으로 보던 과거와 달라진 환경도 큰 몫을 한다. BTS의 경우 입대 전 제작해둔 다양한 콘텐츠로 공백이 무색한 활약을 이어갔고, 배우 이도현은 입대 전 촬영이 완료됐던 영화 《파묘》가 군 복무 중 개봉해 크게 히트하며 오히려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현재 가요계 ‘대세’로 통하는 데이식스의 경우 우즈와 유사한 루트의 상승 가도를 보였다. 군 복무 중 출연한 《불후의 명곡》 국군의날 특집에서 선보인 무대가 상승 기폭제가 돼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다. 이처럼 때로는 위기가 기회가 되는 경우도 왕왕 목격된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조건 2년 이상의 공백이 불가피했으나 지금은 1년6개월로 복무 기간이 축소됐고, 입대 직전까지 미리 녹음해 두거나 촬영해둔 콘텐츠를 복무 중 꾸준히 내놓으며 실제 활동은 벌이지 않더라도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 실질적인 활동 중단 기간이 더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배우들의 경우 입대 직전까지 촬영해둔 작품들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지나 공개되는 일도 많아 군백기의 느낌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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