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여사 향한 전방위 공세, ‘공천 개입’ 소환 통보…‘도이치’ 수사팀은 인력 확충
전직 대통령 부부 나란히 포토라인 서는 초유의 일 일어날 수도

김건희 여사와 검찰 깃발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김건희 여사와 검찰 깃발의 모습 ⓒ시사저널 임준선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포석(布石)’일까,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정석(定石)’일까. ‘불소추 방패’가 사라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향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에 전직 대통령 사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강제수사’의 포문을 연 검찰은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는 김 여사의 ‘강제구인’까지 저울질하는 중이다.

김건희 여사를 향한 검찰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얽힌 공천 개입 의혹을, 서울고검(박세현 고검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박건욱 부장검사)는 건진법사로부터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각각 들여다보고 있다.

가장 먼저 김 여사를 소환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다. 검찰은 최근 김 여사에게 5월14일 서울 서초구 검찰청사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소환 장소를 검찰청사로 못 박은 이유는 지난해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로 불렀다가 특혜 논란에 휩싸였던 전례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취재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 “반드시 ‘검사 위 여사’라는 오명을 떨쳐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내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눈치까지 살핀다는 비난을 받았던 검찰이 정식 소환 카드를 꺼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이라 정치적 부담까지 덜었다는 전언이다.

서울고검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수사는 최행관 고검 검사 1명이 맡고 있었는데, 최근 평검사급 검사 2명이 파견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초기에 수사했던 한문혁 서울동부지검 부장검사 등의 자문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법조계에서는 인력 확보를 통해 검찰이 속도전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위)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아래)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위)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아래)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후 일주일 만인 4월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시사저널 이종현

‘김건희 체포영장 청구’ 카드도 만지작

그러나 ‘피의자 김건희’는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김 여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조기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김 여사 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재판들이 대선 이후로 연기된 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 등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검찰은 체포영장 청구라는 다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통상 검찰은 피의자가 요구한 날짜에 출석하지 않으면 새로 날짜를 정해 2차 출석요구서를 보내는데, 세 번 정도 응하지 않으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관할 지방법원 판사에게 청구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검사 출신이자 정계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 내내 ‘검사 선배의 눈치를 본다’는 등 검찰을 향한 여론이 나쁘지 않았느냐. 똑같은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 같다”면서 “최근 검찰 분위기를 들어보니 (김 여사) 강제구인에 대한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고 전했다.

김 여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는 검찰의 자신감도 엿보인다. 이 변호사는 “지금처럼 김 여사가 선거 영향 우려나 문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불출석한다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킨 것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면서 “오히려 체포영장을 적극적으로 발부할 수 있는 요인이 돼 (김 여사에게) 불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체포영장 집행 전 소환에 응한다면 검찰이 그를 포토라인에 세울지도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출신 강지식 변호사(법무법인 백송)는 “전직 대통령의 영부인이지만 경호 대상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지하통로 등을 통해 비공개 소환할 수도 있다.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민감한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언론 노출을 꺼리면 비공개 소환 요청을 받아들이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감수하고서라도 수사팀이 공개 소환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김 여사가 포토라인에 선다면 전직 대통령 부부가 피고인과 피의자 신분으로 동시에 언론사 카메라 앞에 서는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5월12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 지상으로 걸어서 출석했다. 법원이 지난 두 번의 재판과 달리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입하게 해달라는 대통령경호처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 차림을 한 윤 전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본 채 법정으로 직행했다. 대선과 관련해 국민에게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공동사진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3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 공동사진취재단

“金 소환은 차기 정부 향한 검찰의 메시지”

이 같은 검찰의 속도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윤석열 정부 내내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검찰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면피용으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충분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를 안 하고 있었고, 불과 (대선을) 한 15일 정도 앞둔 시점에서 철저한 수사 의지가 있거나 또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들 개개인은 자기 보호와 자기 이익에 충실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수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여사 소환 통보는 차기 정부를 향한 메시지라고 해석해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전 부장은 “희미한 자기들(검찰)의 움직임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 김규현 변호사는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검찰은 대단히 영리했다”면서 “권력의 향방에 대한 냄새를 즉각적으로 잘 맡고, 세상이 바뀐다는 눈치를 채면 바로 태세 전환해 반대 세력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고 검찰의 속성을 말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