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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내란 종식’ vs ‘李 포비아’에 기댄 金의 ‘깨끗한 인물론’
영남 보수층 결집에 지지율  올린 후 이준석과 단일화가 ‘마지막 변수’

우여곡절 끝에 6·3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대선 전 가장 큰 변수였던 이재명 후보(이하 직책 생략)의 재판, 선거 역사상 가장 큰 혼란을 빚은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도 상흔만 남긴 채 결국 김문수로 결정됐다. 개헌과 대통령 임기 단축을 통한 승자독식의 87년 체제 종식, 제7공화국을 위한 ‘브리지 정부’ 카드로 ‘내란 프레임’ 전환을 노려볼 수 있었지만 국민의힘의 한계로 무산됐다. 김문수는 ‘이재명 포비아’에 기댄 ‘깨끗한 인물론’으로 이재명의 ‘내란 종식’과 정면 승부를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 대립 정국이었던 지난 1월 중순 보수가 최대 결집하며 몇몇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이재명을 앞지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변수가 제거되며 지지율은 점점 고착되고 있다.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한 5월12~13일 전화면접 조사에서 이재명 51%, 김문수 31%, 이준석 8%로 나왔다. 5월13일 아시아투데이가 KOPRA에 의뢰한 ARS 조사에선 이재명 47%, 김문수 39%, 이준석 8%가 나왔다. 격차가 차이 나는 이유는 전화면접원의 직접 물음에 답하기 부끄러운 ‘샤이보수’가 전화 버튼을 누르는 ARS에서 더 자유롭게 응답하기 때문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와 중앙선대위 위원장들이 5월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운데)와 중앙선대위 위원장들이 5월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강제 단일화’ 경선 후유증 앓는 국민의힘

남은 기간 판세를 흔들 만한 요인이 많지 않고 시간도 없다. 3년 전 20대 대선 시작 직후 각종 조사에선 윤석열이 1~3%포인트(p) 앞서는 초박빙 상황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투표를 2주 정도 앞둔 시점에 10~20%p 내외 격차는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혼란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봤던 이준석의 지지율에는 예상외로 큰 변화가 없다. 김문수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은 사전투표 전까지 이재명과 지지율 격차를 이준석 지지율 크기 아래로 최대한 좁혀 막판 단일화를 통해 역전하는 그림이다. 그렇다면 우연한 돌출적 상황 말고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 수 있는 요인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보수 결집이다. 김문수가 할 수 있는 지지율 제고의 가장 큰 방도는 보수 결집이다. 선거는 지지층 결집이 선행된다. 지지층이 강고해야 중도 공략도 가능하다. 이재명의 중도보수론도 지지층이 용인하기에 가능한 전략이다. 내부 결집, 중도 확장, 진보 단일화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은 상황에서 이재명의 지지율은 강고하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 찬반을 두고 대립하는 ‘탄핵의 덫’에 걸려 있고, ‘강제 단일화’ 사태로 인해 분열되어 있다. 한동훈과 한덕수는 캠프에 아직 합류하지 않고 있다. 홍준표는 탈당 후 하와이에 머물며 연일 독설을 쏟아내고 일부 지지자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보수진영 전체를 아우를 어젠다가 부재하고 경선 후유증조차 극복되지 않아 결집이 안 되고 있다.

둘째, ‘보수 텃밭’ 영남 지지율 제고다. 18대 대선 51.6%로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박근혜는 TK(대구·경북) 투표율 80%, 득표율 80%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TK 투표율은 각각 79.7%, 78.2%, 득표율 또한 80.1%, 80.8%였다. 90%에 가까운 상대 측 호남의 압도적 득표율을 방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PK(부산·울산·경남) 득표율도 각각 59.8%, 59.8%, 63.1%였다. 영남 결집에도 박근혜-문재인 간 득표율은 3.6%p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앞서 밝힌 5월12~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TK·PK 김문수 지지율은 45%, 49%였다. 막판 결집은 하겠지만 TK·PK 공략 또한 쉽지 않은 모양새다. 

셋째, 한동훈·유승민과의 결합이다. 김문수의 중도 확장력 부재를 그나마 보완하고, 경선에서 실망한 중도보수 유권자를 최대한 유인하려면 한동훈·유승민과의 결합은 필수적이다. 한동훈은 윤석열 출당, 단일화 과정 잡음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고, 유승민은 김문수의 합류 제안에 긍정적이다. 한동훈에게는 유세를 통해 강성 지지층의 거부감을 완화시키고, 유승민에겐 당에 기여한 게 없다는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킬 좋은 기회다. 기왕이면 ‘한동훈, 유승민과 공동정부 수준의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천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尹 강제 출당은 보수 강성 지지층 ‘자극’

넷째, 윤석열과의 절연이다. 김문수는 윤 전 대통령 출당 요구에 대해 “도리가 아니며 탈당은 본인의 뜻”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동훈은 윤석열 부부와의 절연이 대선 승리의 조건이라며 이게 선행되지 않으면 유세에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강제 출당의 경우 중도 확장엔 도움이 되겠지만 자칫 집토끼, 즉 강성 지지층을 자극해 가뜩이나 힘든 선거를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갤럽 5월12~13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지지율은 이재명 56%, 김문수 22%, 이준석 10%다. 이미 중도층은 이재명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윤석열의 자진 탈당이다. 이게 선행돼야 한동훈에게 유세 명분을 주고, 그나마 남아있는 이재명과 윤석열을 동시에 거부하는 중도 유권자층도 유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문수가 공언하는 ‘빅텐트’다. 한덕수의 개헌 연대 빅텐트는 물 건너갔고, 유일하게 남은 게 이준석과의 단일화다. 이준석은 완주를 공언하고 있다. 더욱이 ‘극우’ 전력이 있는 김문수와의 단일화는 만 40세 앞길 창창한 이준석에게 득 될 게 없다. 하지만 선거 시작 후 여론조사들에서 이준석이 국민의힘 혼란의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다. 보수나 중도에서도 예상만큼 지지도가 오르지 않았다. 사전투표 전까지 이준석의 지지율이 10% 이하에서 정체되고 이재명-김문수 간 박빙 상황이 만들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단일화로 이길 가능성이 있는데 끝까지 거부했을 경우, 어차피 보수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할 이준석에게 ‘패배 책임론’은 치명적일 수 있다. 물론 박빙 상황을 가정했을 경우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혼돈, 김문수의 과거 ‘극우’ 경력으로 이번 투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중도·보수층이 많다. 역대 최다 500만 표 승부가 난 17대 대선 투표율은 63%로 역대 최저였다. 진보 유권자가 대거 투표를 포기했기 때문이었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은 26.1%로 참패했다. 지지율을 좁혀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야 투표율이 높아진다. 이 와중에 김 후보 측은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이자 탄핵 정국에서 윤석열 사수에 앞장섰던 석동현 변호사를 시민사회특별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보수진영 최대의 조직이라 일컬어지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이영수 중앙회장은 김문수 캠프를 ‘태극기부대’가 장악하고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이 모든 것이 계엄과 탄핵이 만들어낸 딜레마적 상황이다. 이재명 대세가 거의 굳어가는 가운데 보수 결집을 이루든, 윤석열을 탈당시키든 뭐라도 해서 지지율이 좁혀져야 단일화를 시도해볼 수 있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세부 내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박동원 폴리컴 대표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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