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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 이재명-김문수-이준석의 ‘3파전’…1강-1중-1약 구도
‘尹과의 절연’ 손익계산서 서로 다르게 쓰는 친윤계와 비윤계
김문수-이준석 단일화, 3번의 TV토론, 투표율이 마지막 변수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6·3 조기 대선 최종 경쟁의 막이 올랐다. 각 당의 경선을 거쳐 후보 등록이 이뤄졌고, 5월12일 0시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헌정사상 두 번째 조기 대선이다. 12·3 비상계엄으로부터 대선까지 183일의 공백, 이제 새로운 권력의 탄생은 단 20여 일에 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부터)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왼쪽 사진부터)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尹 계엄 심판론’ vs ‘李 입법 폭주 심판론’

대진표도 짜였다. 모두 7명의 대선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정치권에선 3파전 경쟁으로 보고 있다. 경선에서 90%에 육박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되며 두 번째로 대선 본선에 도전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기호 1번), 8명으로 시작된 경선에서 최종 승리한 뒤 강제 후보 교체 사태까지 극복하고 끝내 후보 자격을 거머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기호 2번), 이변을 노리며 거대 양당 후보에게 도전장을 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기호 4번)의 경쟁이다. 초반의 구도는 1강-1중-1약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선거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심판이다. 이번 대선의 촉발점은 탄핵의 빌미를 제공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라는 최악의 수였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구 여당(국민의힘)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하고 있다. 야당의 리더십, 강력한 팬덤까지 갖춘 이재명 후보의 ‘안정된 독주’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개의 심판론이 더 따라붙는다. 국민의힘은 과반 의석을 통해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입법 폭주의 행태를 보였던 민주당, 그리고 5개의 재판에 놓여 있는 ‘피고인 이재명’에 대한 심판론을 앞세운다. 여기에 이준석 후보는 2022년 대선 경쟁 과정에서부터 시작된 ‘적대적 공생관계’의 두 축, 윤석열-이재명 모두를 심판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는 구호를 들고나왔다. 이 두 개의 심판론이 부지런히 정권 심판론을 쫓고 있다.

다른 선거에 비해 꽤 선명한 판세가 형성돼 있지만, 선거에선 단 며칠 만에 상황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일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렵다. 여전히 변수들이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시사저널은 남은 기간 판을 흔들 수 있는 마지막 변수를 짚어보며 각 주자들의 움직임까지 살펴봤다. 남은 변수는 크게 3가지다. ①윤석열의 강(계엄·탄핵의 강) ②반명(反이재명) 빅텐트 ③중도·2030 표심의 향방이다.

 

①국민의힘, 尹과 절연하고 탄핵의 강 건널까

먼저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의 입장 정리 여부가 핵심 변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본선 경쟁이 시작되자 “이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선지 경선 과정에서는 사과를 회피했던 김문수 후보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계엄과 관련해 사과하기도 했다.

관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취 문제다.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은 스스로 판단할 문제”라며 거리를 두고 있으나 당 내부적으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자진 탈당 요구는 물론 강제 출당 조치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용태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15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을 빠른 시일 내 찾아가 탈당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수용과 관계없이 또 다른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당헌·당규상으로 헌재에서 위헌 판단을 받은 당원은 당적을 3년 정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출당 조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생(34세)으로 김문수 후보의 지명을 받아 대선 기간 동안 당을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입장에선 윤 전 대통령 스스로 탈당해 주는 게 최선이다.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강성 지지층의 심기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윤 전 대통령 주변에선 ‘당의 요구가 있으면 탈당까지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탈당 생각은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엇갈리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거취와 별개로 진정성 논란도 불거진다. 김 후보는 계엄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에 대해선 “공산국가 같다”며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 후보의 계엄 관련 사과 이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을 주도한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하루도 안 돼 인선을 취소하기도 했다. 선대위 요직에 친윤(親윤석열)계 인사들이 포진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여전히 당내 핵심에 남아있다는 점도 진정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김경율 회계사는 시사저널에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문제, 친윤 인사들을 정리하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는 건 가장 기본적인 조치다. 그게 우선돼야 조금이라도 승산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 과정이 없다면 설령 반명 빅텐트나 다른 변수가 충족되더라도 유권자들이 표를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취를 떠나 국민의힘은 선거 동안 윤 전 대통령이 최대한 행보를 자제해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5월11일 윤 전 대통령이 SNS에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셨던 모든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이제는 마음을 모아 달라”고 메시지를 내자 국민의힘 최다선(6선)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입 다물기를 바란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②김문수-이준석의 막판 단일화 가능성

본선 대진표가 아직까진 최종 확정되지 않아 향후 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추가적인 후보 등록은 불가능하지만, 투표용지 인쇄 전까진 후보 간 단일화나 연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5월25일 전에만 단일화가 이뤄지면 물러난 후보의 투표용지 이름 위엔 ‘사퇴’가 적혀 단일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가장 큰 관심사는 범(汎)보수진영에 속하는 김문수·이준석 후보의 단일화 성사 여부다. 이른바 반이재명 빅텐트 결성이다.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나온 일부 여론조사에서 강한 보수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보수진영 내에선 범보수진영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공개적으로 이준석 후보를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5월13일 대선후보 등록을 마친 7명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물은 조사 결과(전국 유권자 1004명 대상, 무선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7.8%,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가 47%로 선두를 차지했고, 김문수 후보 39%, 이준석 후보 8% 순으로 나타났다. 두 범보수 후보의 지지율을 합산하면 이재명 후보와 동률이 될 수 있는 수치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두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조사나 투표에서 그대로 합산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을 고무시킬 수 있는 조사 결과로 풀이됐다.

그러나 이준석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어서 향후 협상 여지가 생길지는 미지수다. 그간 여러 차례 독자 완주 의지를 보인 이준석 후보는 5월14일 유세 도중 기자들과 만나 “‘계엄보수’와 ‘개혁보수’는 선명한 차이가 있고, 계엄보수 빅텐트는 아무리 해봐야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줄 것”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민의힘은 계속해서 문을 두들긴다는 방침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다수의 인사가 전방위적으로 이 후보 측을 접촉하고 있다”며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모두 쥔 독재권력의 탄생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니만큼 투표지 인쇄 전에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상황을 두고 외부 세력과의 연대보다 내부 결집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탄’(탄핵 반대)과 ‘찬탄’(탄핵 찬성)파가 치열하게 맞붙은 경선과 친윤 주류 세력의 후보 교체 시도 ‘촌극’ 이후 당은 김 후보를 중심으로 전열 정비에 애쓰고 있지만, 곳곳에서 분열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김 후보의 최종 경선 상대로 40% 넘게 득표했던 한동훈 전 대표와 그 측근들 대부분은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다른 경선 상대로 경선 탈락 후 정계 은퇴 선언과 함께 전격 탈당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연일 당을 비판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5월13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대통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5월13일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대통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③중도층 자극할 ‘이재명 포비아’… TV토론은 마지막 변수

민주당은 4월27일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후보를 공식 대선후보로 선출한 이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세를 넓히고 있다. 5월9일엔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공식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며 진보진영 내 ‘반(反)내란 빅텐트’도 완성했다. 그보다 앞서 계파를 아우르는 인선을 통해 ‘통합형’ 선대위를 꾸린 것은 물론 ‘보수 책사’ 윤여준 전 장관과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인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 등 보수 인사들까지 영입하며 파격적인 확장 전략을 쓰고 있다.

점점 양극단으로 치닫는 진영 정치 속에서 중도층 표심은 선거에서 더욱 핵심적인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중도층 표심의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도층은 비상계엄 사태와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보수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최근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등의 장면들이 이른바 ‘이재명 포비아’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켜 중도층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단 이후 특검과 청문회 등을 통해 전방위적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이 중단되는 형사소송법 개정,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 후보를 위한 입법도 서슴지 않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선거법 개정이 완료되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단을 받은 이 후보도 ‘면소(법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민주당의 이러한 행보는 중도층으로 하여금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입법권력은 물론 행정권력까지 거머줘 견제가 불가능한 막강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키울 수 있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 역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은 물론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세력과의 절연마저 주저하며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러한 빈틈을 파고드는 건 이준석 후보와 개혁신당이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모두 비판하는 ‘양면작전’을 쓰면서 갈 길 잃은 중도층과 양쪽의 합리적 지지층을 끌어온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됐던 동탄 선거 때처럼 3파전으로 양당 후보의 표를 쪼개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이 후보 측은 중도층은 물론 2030 청년층 표심도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해 강남역에 선거캠프 사무실을 마련한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연일 대학을 방문해 학생들과 ‘학식’(학내 식당)을 함께 먹으며 청년층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여론조사상으로 눈에 띄는 지지세를 얻진 못하고 있다는 점, 선거가 다가올수록 양당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 후보 측의 한계로 거론된다.

이 외에도 설화(舌禍) 리스크, 투표율 등이 변수로 거론된다. 5월18·23·27일 열리는 TV토론에서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주자가 나타나거나 반대로 말실수가 나올 경우 선거 정국이 어떻게 요동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다른 변수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까지 6월3일 누가 웃게 될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선 레이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유권자의 마음은 아직 열려 있고, 결말은 쓰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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