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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의 프레임 전쟁…“김문수-조희대-국힘도 내란 세력” 尹 덧씌우기
‘내란 종식’ 고리로 ‘李 방탄법’ 밀어붙이지만 당내에서도 ‘역풍’ 우려

‘밖으로는 내란 종식, 안에서는 사법부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1대 대통령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이같이 풀이된다. 이 후보가 전국 유세를 다니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내란 세력’ 프레임을 덧씌우는 동안, 민주당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권을 휘두르며 ‘사법 쿠데타 종식’에 대한 명분을 만들고 있다. 이재명 캠프는 이 과정을 ‘중도보수론’으로 정의하고, 이를 통해 ‘통합’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이루겠다는 모습이다.

“정당 간 이빨 딱딱 부딪치듯이 놔두는 건 안 된다.” 이재명 후보 측근으로 꼽히는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이 후보가 자신의 통합 방향성을 이렇게 밝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 후보는) 큰 개혁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의 뜻을 모아야 하기에 국회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집권한다면) 제도적으론 내란 세력을 빠르게 수사하고, 정치적으로는 여야를 두루 만나 (국민의힘의) 사과를 끌어내고 온건하게 포용할 계획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하자 내란 종식이 시급하다는 생각은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은 면죄법, 조희대는 특검법…‘李 대세론’ 변수 생길까

민주당이 ‘내란 종식’ 프레임과 함께 ‘사법부 압박’이라는 새로운 축을 세운 가운데 ‘이재명 대세론’에 변수가 생길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변수 발생 여부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변수가 없다면 ①국민의힘의 단일화 불발 여파로 민주당이 보수로 외연을 확장해 ‘이재명표 빅텐트’를 완성하고 최근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처럼 50%대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하는 경우다.

변수가 발생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②사법부 압박 과정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른바 ‘이재명 방탄법’의 후폭풍으로 중도층 중심의 ‘이재명 포비아’가 확산되는 경우(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 시 삼권분립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와 ③국민의힘이 범보수 빅텐트를 막판 성공시킬 경우(윤석열 전 대통령 탈당 및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성공) 등이 꼽힌다. 이때 ②는 민주당의 자체적 실책이고 ③은 국민의힘 전략 성공에 따른 변수로 풀이된다.

실제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수위가 거세지자, 현행 사법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논란도 확산됐다. 민주당이 ‘법원의 선거 개입’ 대응과 ‘삼권분립 훼손’ 사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면서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5월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2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한 이후 2주간 무려 4개 법안에 칼을 댔다. 여기에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에게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법과 조국혁신당이 공개한 ‘대법원장·대법관 등 10명 탄핵안’도 벼르고 있다.

현재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법안은 △형사소송법 개정안(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법) △법원조직법 개정안 2건(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30명 혹은 100명으로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허용법) △공직선거법 개정안 △조희대 대법원장 특검법 등이다.

먼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진행 중인 재판을 정지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됐을 때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단 내란·외환죄 및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 사안은 예외로 재직 중에도 재판을 중단하지 않고 선고를 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는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 특권’ 취지를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해 법 해석 충돌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가 대선 국면에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소추에 기소만 해당되는지, 재판까지 확대해 봐야 하는지를 두고 법조계 견해가 갈렸었다.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판’까지 소추의 범위로 적용돼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무죄가 선고될 재판 외에는 중단된다.

다음으로 법원조직법 개정안 2건은 대법관 수를 현재 14명에서 각각 30명, 100명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과중한 업무를 해결하고, 구성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해당 개정안을 두고 ‘이재명 대법원’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의 경우 ‘재판소원’을 허용해 헌재가 법원 재판을 취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현행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고 규정해 개인 권리구제 사건은 법원이 3심제를 통해 맡도록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사위에서 “재판소원을 도입하면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헌법 규정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사건이 4심에 가서야 장구한 세월과 노력, 심리적 스트레스를 거쳐 확정된다면 재판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렵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 국민들에게 유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 적용 대상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이다. 이 후보는 ‘행위’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만약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향후 파기환송 재판에서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도 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5월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의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5월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는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을 의결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김문수와 尹’ 계속 엮는 이재명의 민주당

정치권 안팎에서 특히 우려하는 법안으로는 ‘조희대 특검법’이 꼽힌다. 이 특검법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도록 한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삼권분립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제기된다. ‘거의 이긴 선거에서 불필요한 역풍을 조심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조희대 탄핵안 등은) 국회의 권한이자 이번 사법 쿠데타 사태에서 충분한 근거와 명분이 있는 조치”라면서도 “국민의힘에 불필요한 공격권, 가짜뉴스 확산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 핵심은 ‘내란 종식’이다. (사법부의) 문제점은 우리가 집권하면 그때 고쳐 나가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당과 후보가 ‘내란 종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된 이후 지역별 유세 현장을 돌면서 ‘이 대선이 왜 치러졌는가’라는 프레임 세팅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논란이 일고 있는 사법부 압박에 대해선 후보보다는 당 차원의 대응이 여론의 역풍을 피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이 후보는 지지자들 앞에서 김문수 후보에 대해 “내란에 어영부영 동조했다, 안 했다, 왔다리 갔다리 하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내란 세력’ 이미지를 전파했다. 민주당 선대위도 김 후보를 “윤석열이 지지하고 전광훈이 조종하는 극우 내란 세력의 아바타”, 국민의힘을 향해선 “내란 세력을 반드시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정권 교체 민심을 공략해 쐐기를 박은 건 보수 인사 영입이다. 이재명 캠프는 일찍이 보수진영 인사 영입을 통해 캠프 내부적으로 외연 확장을 해왔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힘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과정에서 격돌한 모습을 보고 실망한 보수 지지층마저 민주당으로 넘어오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김문수 캠프가 추진 중이던 ‘반(反)이재명 빅텐트’는 속도를 못 내고 ‘이재명표 빅텐트’가 꾸려졌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민주당 선대위는 ‘보수 책사’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상임총괄선대위원장,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공동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꾸려졌다. 여기에 경북 안동 3선에 친유승민계로 분류됐던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경북 칠곡 3선 이인기 전 한나라당 의원도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5월13일 경북 구미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국민의힘 내홍에 李 캠프 ‘보수 인사’ 영입 활발

국민의힘을 떠난 보수 정치인의 노선 변경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탄핵 찬성파’ 김상욱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지 일주일 후인 5월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후보만이 진영논리를 넘어 국가 통합의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며 차기 대통령의 적임자로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도 곧바로 “김 의원처럼 원칙을 지키고 국민 입장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정치인들은 그리 흔하지 않고 귀한 존재”라면서 “입당해서 함께하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국민의힘 경선 후 탈당하고 미국행에 오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홍 선배님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 하지만 선배님과 일합을 겨룬다면 한국 정치가 지나친 사법화에서 벗어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며 “(미국에서)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시지요”라고 설득했다.

홍 전 시장은 이 후보를 향한 메시지는 내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의 대선 지원 요청을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에 따라 ‘꼬마 민주당’을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한탄했다.

홍 전 시장 지지층 사이에선 지각 변동이 이미 일어났다. 홍 전 시장 지지자 모임인 ‘홍사모’ ‘홍사랑’ ‘국민통합찐홍’ 등 단체 회원 10여 명은 5월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를 찾아 “대한민국이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 대전환의 길목에서 대한민국을 선진대국으로 이끌 정치인은 이재명”이라며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보수 인사 영입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홍 전 시장의 정책통으로 활동한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의 선대위 영입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 전 교수가 문재인 정부를 ‘기생충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등 그의 과거 발언들이 논란을 불러 민주당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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