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중권 광운대 교수 “이재명, 집권 시 자신에게 유리한 사법 지형 만들 것”
“헌재, 대법원 위에 서면 ‘사법부 독립성’ 붕괴…이득은 정치인에게, 피해는 국민이”
“사법부 스스로 ‘독립성’ 살려야…현재로서는 법관들이 ‘유일’하게 남은 ‘민주투사’”
“민주주의를 흔드는 바람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처럼 헌법 밖에서 공격하는 ‘외파’, 하나는 민주당의 입법권력 같은 ‘내파’다. 전자는 헌법으로 어떻게든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후자는 내부 시스템을 붕괴시켜 매우 위험하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대선을 보름 앞두고 과반 지지율을 향해 질주 중인 ‘이재명의 민주당’을 이렇게 비판했다. ‘사법 개혁’이란 명분으로 사법부를 조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압박이 ‘삼권분립 붕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경고다. 진 교수는 5월20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계엄 사태로 분열된 보수진영의 현실을 냉정히 짚으면서 동시에 민주당이 ‘입법·행정·사법 권력’ 장악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히 진 교수는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이 ‘민주주의 시스템의 해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재명 후보 혐의를 둘러싼 각종 법안에 칼을 대는 것은 공익이 아닌 당익, ‘이재명 방탄법’을 얻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을 시작으로) 수사도 못 하게, 기소도 못 하게, 이제는 유죄 판결도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전 대통령)을 욕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침묵하고, 이재명(후보)을 지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비판했다.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라고 진단한다.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있다. (민주당이)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장악하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다. 그마저도 지금 흔들리고 있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외파’였다면, 사법부 압박을 통해 헌법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민주당의 ‘내파’는 이제 시작이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개별 판사에 대한 스토킹이 시작됐다. 과거 (민주당의) 타깃은 검사들이었다면, 이제는 판사까지 좌표를 찍고 공격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에 대한 유흥주점 접대 의혹도 입증할 증거는 턱없이 부족한데, 마치 접대를 받은 것처럼 몰아가는 프레임을 씌운다. 특정 판사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해 사법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행태다.”
민주당은 사법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개혁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개혁이 필요한 곳은 국민 신뢰가 가장 낮은 국회 혹은 정부다. (민주당이) 예전에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더니, 이제는 판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건 개혁이 아니라 정치인 재판을 담당한 판사를 공격 대상으로 삼아 되레 사법 시스템을 흔드는 꼴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부 관련 개정안들을 평가한다면.
“특정 세력이 법망을 피하도록 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질까봐 심히 우려된다. 이 개정안들은 사실상 민주당 정치인들과 연루된 사건을 맡은 판사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작업이다. 우선 판사가 유죄 판결을 내리면 ‘법을 왜곡했다’며 특검 등으로 형사사건의 피의자로 만들거나, 관련 법 자체를 없애 ‘면소’해버릴 수 있다. 또 (민주당이) 국회와 정부를 모두 장악해 대법관을 대폭 증원한다면 (견제 기능이 떨어져) ‘정치판사’를 꽂을 수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여기에 대법원 판결을 헌법재판소로 넘기자는 얘기도 하는데 이건 사실상 ‘4심제’다. 현행 3심제의 원칙은 사법 절차의 마무리를 뜻한다. 근데 헌재가 대법원 위에 올라앉는 순간 사법부의 독립성은 붕괴되고, 정치인은 이득을 보고, 피해는 국민이 보는 구조가 될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집권할 경우 해당 개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나.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 후보의 집권 욕구 저변에는 자신의 사법 리스크에서 살아남기 위함도 있다고 추측한다. 그는 거의 ‘생존 예술가’에 가깝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면 입법권력까지 활용해 (임기 내) 자신에게 유리한 사법적 지형을 만들어놓고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법부 자체적으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사법부가 스스로, 내부에서 독립성을 살려야 한다. 현재로선 그게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는 길이다. 법관들이 유일하게 남은 민주투사인 셈이다. 이들은 어떠한 정치권의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맡겨진 임무만 충실히 수행하며 독립해야 한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주목해볼 건 사법 독립, 재판 공정성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5월26일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다.”
법관대표회의에서 주목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회의를 열려면 26명 이상의 찬성, 각급 법원 대표자 5분의 1 이상 요청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때 찬성표를 던진 26명의 판사가 회의를 소집한 의도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이미 일부는 이재명 정권에 대비해 보여주기식 회의를 진행하고 향후 대법원장 등 요직을 꾀하고 있는 기회주의자나 정치판사라는 조짐이 보여 굉장히 우려스럽다.”
이재명 후보는 차기 대통령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판은 기울어졌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순간, 대선판은 일찍이 정해졌다. 국민의힘은 불리한 판세 전환을 위해 두 가지를 빠르게 공략했어야 했다. ‘약점이 너무 많은 상대 후보 이재명’과 ‘계엄·탄핵의 강을 확실히 건널 것’. 하지만 둘 다 골든타임을 놓쳤고, 그새 판은 완전히 기울었다. 김문수 후보가 말한 ‘반이재명 빅텐트’는 속도를 못 내는 중이고 되레 이재명에게 보수 정치인들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빅텐트’에 들어간 보수 인사들은 대선 이후 어떤 역할을 할까.
“현 상황은 빅텐트까진 아니고 일종의 ‘이삭줍기’라고 본다. 바닥에 떨어진 이삭도 끌어모으겠다는 심리이지 않을까. 따라서 대선 땐 비명(非이재명)계, 보수 책사 등을 결집시켜도 선거가 끝나면 당이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는’ 이들에게 권력이나 역할을 배분하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이미 친명(親이재명)계에 의해 장악됐기 때문에 대선이 끝나면 이질적 정체성을 띠는 인물들은 자연스레 밀려나 찬밥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커피원가 120원’ ‘호텔경제학’ 등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념을 둘러싼 논란은 어떻게 봤나.
“‘이재명 대세론’에 금이 갈 만한 논란은 아니다. 다만 이 후보가 극단적·선동적 말을 자주 하다 보니 비난과 경제관념 수준에 대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특히 ‘호텔경제학’은 매우 황당한 얘기다.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이 순환해서 결국엔 돌아오며 이걸 승수효과라고 주장하는데, 말이 안 된다. 예약했다가 취소하면 그냥 그 호텔에 손해가 생기는 것이다. (호텔경제학 논리는) 그간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 등을 통한 이른바 퍼주기식 복지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그 문제가 더 현격하게 드러난 사례다.”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에 대한 1차 TV토론 총평은.
“태도만 봤을 땐 김문수 후보가 제일 나았다. 김 후보가 웅변술은 없지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준석 후보는 젊은 정치인 답게 치열하게 이재명 후보와 맞붙는 건 좋았지만 상대의 지식을 시험하듯이 이기려고 드는 화법은 플러스(+) 요인은 아니었다. 권영국 후보는 김 후보의 계엄 책임론을 야단치듯이 성토하기 보단 노동자 계급을 대변한 발언에 더 집중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간 막판 단일화 등을 통한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가능할까.
“단일화는 아직 좀 힘들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개혁신당에서도) 분명 단일화의 욕망을 강하게 느끼고 그 부분을 (국민의힘과) 주고받고 있을 것이다. 이유는 지지율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10%대를 넘었다면 독자생존 혹은 나중에 가서 ‘당 대 당’ 합당 가능성까지도 내다볼 수 있겠지만, 현재 지지율이 10% 미만이기에 선거비 보전도 안 되고 정치적 장래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때 만약 김문수가 역선택 방지 조항이 없는 국민 여론조사 진행 등 이준석한테 ‘파격’ 단일화 조건을 내건다면 대이변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