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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 판세에 영향 미칠 호남과 영남, 4050과 60대 이상의 투표율
‘젓가락 발언’ 이준석, ‘아들 벌금형’ 이재명…표심에 영향 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이하 직함 생략) 46.5%,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7.8%,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9.2%, 기타 후보 1.8%, 없음 4.7%. MBC와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가 2024년 12월26일부터 공표 금지 직전인 올해 5월27일까지 공표된 여론조사로 평균값 통계를 내는 여론M의 각 후보 지지율 평균 수치다.

이재명과 김문수 간 격차는 8.7%포인트(p)다. ARS 조사는 각각 이재명 47.1%, 김문수 39.9%, 이준석 9.1%, 전화면접 조사는 이재명 46.7%, 김문수 35.5%, 이준석 11%다. 지난 20대 대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인 2022년 3월2일 기준 여론M의 각 후보 지지율 평균값은 윤석열 43.6%, 이재명 41.2%, 안철수 7.2%였다. 전화면접은 윤석열 40%, 이재명 38.1%, 안철수 8%였고, ARS는 윤석열 45.1%, 이재명 42.4%, 안철수 7.8%였다. 

5월25일 경기도 수원시 한 인쇄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있다. ⓒ연합뉴스
5월25일 경기도 수원시 한 인쇄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 단일화’ 외에 큰 변수 없었던 대선판

여론M의 2022년 3월2일 당시 마지막 공표된 30여 건 조사 중 딱 1건만 이재명이 0.2%p 앞섰고 전화면접이든 ARS든 윤석열이 0~6.5%p 앞선 결과들이 나왔다. 최종 결과는 0.73%p 차이로 윤석열이 신승했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2위 이재명의 상승 폭이 윤석열보다 조금 더 컸다. 2012년 대선 당시에도 한국갤럽의 박근혜 46%, 문재인 42%, 엠브레인의 박근혜 45.6%, 문재인 43.3%, KSOI의 박근혜 45.4%, 문재인 43.4% 등 몇몇 건을 제외하곤 대체적으로 0.1~3%p 차이로 박근혜가 앞섰다. 최종 결과는 박근혜가 3.6%p 앞섰다. 2012년과 2022년 대선 여론조사를 보면 몇몇 조사를 제외하고 공표 금지 기간 동안 지지율 변화는 최대 6%p 정도 범위 안에서 이뤄졌다. 무응답층을 제외한 백분율로 나올 수 있는 상승 폭이기도 하다.

다만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은 문재인, 안철수에 비해 홍준표의 변동 폭이 훨씬 컸다. 전화면접 조사의 경우 공표 금지 기간 직전 조사 결과들과 비교해 최종 결과는 문재인은 0.4~3.4%p, 안철수는 –1.2~3.1%p로 실제 결과와 근접한 반면, 홍준표는 5.7~9%p까지 상승했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에도 정동영은 한국갤럽 기준 마지막 조사보다 무려 8.6%p나 상승했다. 필자 개인의 경험적 분석이긴 하지만 한쪽 진영의 핸디캡이 큰 선거에선 전화면접 조사 결과보다 ARS 결과가 실제 결과에 더 근접하는 경향성이 있다. 탄핵 등으로 위축된 샤이층이 면접원에게 답변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도 다른 대선보다 김문수 지지층의 막판 결집을 예상해볼 수 있지만, 무응답층이 적고 지지율 폭도 10%p를 넘어가기 때문에 쉽진 않아 보인다.

이번 조기 대선은 선거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밋밋한 선거로 일관되게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 ‘후보 단일화’ 외에 유권자의 관심을 끄는 이슈가 없다. 양 후보가 선거 막판에 정책 공약집을 발간했을 정도로 정책 논쟁도 없다. TV토론도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론, 거북섬 논란 정도 외에 판세 변동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계엄 직후 대선 준비에 들어간 것에 반해 국민의힘은 탄핵 선고 전까지 4~5개월을 선거 준비에 아예 손을 놓은 게 치명적이었다. 보수는 분열되어 있고, 윤석열을 옹호했던 인사들이 선거를 이끌고 있어 ‘내란 척결’ 프레임에 속수무책이다. 이낙연과 뒤늦게 개헌연대를 띄웠지만 이미 반명 지지율에 반영되어 있어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재명 포비아’도 제대로 확산시키지 못했고,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였던 김문수와 이준석 간 후보 단일화는 결국 무산된 모습이었다.

후보 단일화, 개헌론 등 변수가 될 만한 요인들이 이슈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그나마 선거 막판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 남아있다. 첫째, 투표율이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자기 지지층을 얼마나 투표장에 끌고 나오는가의 싸움이다. 투표율은 지역감정이 극에 달했던 노태우와 3김이 맞붙은 13대 첫 직선제 대선에서 89.2%를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졌다.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등이 맞붙은 17대 대선은 63%로 가장 낮았다. 일찌감치 승부가 나버려 진보 성향 지지자들이 투표에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대선은 이재명 지지율이 높은 호남과 4050세대, 김문수 지지율이 높은 영남과 60대 이상의 투표율이 막판 지지율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막판 보수 결집이다. 단일대오의 민주당과 달리 현재 보수진영에는 계엄과 탄핵 찬반, 윤석열, 부정선거, 아스팔트 세력, 우파 유튜브 등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이로 인해 경선부터 현재까지 갈등은 지속되고 지지자 간 반목도 극심하다. 과연 이들이 오직 ‘반(反)이재명’만 생각하며 투표에 참여할 것인가. 또 보수 지지세가 강한 영남 지지율을 지난 대선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18대 대선 박근혜는 대구·경북(TK)에서 80%, 부산·울산·경남(PK)에서 60% 이상을 받으며 3.6%p 차로 이겼고, 20대 대선에서 윤석열은 TK에서 75%·73%, PK에서 각각 58%·54%·58%를 받아 0.73%p 차로 이겼다. 정권심판 여론이 50%를 훌쩍 넘기고 이준석이 중도보수층을 흡수한 가운데 과연 이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인가.  

 

‘역대 최악’ 평가받은 TV토론

셋째, 막판 표심 쏠림이다. 3차 TV토론 때 이준석의 여성 신체에 대한 과한 표현이 큰 논란이 되며 사과까지 했다. 공교롭게 토론 다음 날 이재명 아들의 상습도박과 여가수 성희롱 댓글 벌금 500만원 확정이 보도됐고, 이준석이 반격에 나서며 뒤늦게 선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다툼 속에서 그동안 여성과 장애인을 갈라친다고 비판받던 이준석의 정치 행태까지 거론되며 지지층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국회에 제출된 2021년 당시 이재명 아들의 온라인 도박 자금 2억3000여만원의 출처에 대한 문제 제기도 상당한 논란을 부르는 양상인데 표심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갤럽에서 실시했던 지난 선거 사후 조사를 살펴보면, 투표 전 1주일 이내 후보를 결정한 비율이 윤석열-이재명의 지난 20대 대선은 24%였다. 박근혜 탄핵 이후 19대 대선은 32%, 박근혜-문재인의 18대 대선은 23%였다. 마지막 여론조사 수치상 무응답층은 늘 10% 정도였지만, ‘깜깜이 기간’에 후보를 최종 결정한 비율은 20%를 넘는다. 마음에 두고 있는 후보에 대한 최종 결정 시점이 그렇다는 의미고,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유동층과 지지 대상을 바꾼 부동층도 존재한다는 뜻이다. 무응답층이 이전 선거에 비해 다소 줄어든 만큼 깜깜이 기간 동안 수치 변동도 이전 대선에 비해 작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
박동원 폴리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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