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한 국민의힘…尹은 불법 계엄, 지도부는 계엄 옹호하고 자당 후보 끌어내려
한동훈이 넘어야 할 세 개의 산, ‘당권·지방선거·친윤의 견제’…이준석은 지방선거에서 ‘성과’ 절실
6·3 대선이 끝났다. 득표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9.4%(소수점 둘째 자리 반올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41.2%,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8.3%,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1.0%였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격차는 약 8%포인트(p)다. 김문수 후보의 참패다.
김문수 후보는 왜 참패했을까? 혹은 이재명 후보는 왜 압승했을까? 이재명 후보가 압승한 이유의 90% 이상은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도와줬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2·3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사실상의 선대위원장’은 세 번 교체된 셈이다.
이재명 후보의 ‘첫 번째 선대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었다. 국민 모두가 경악하는 12·3 계엄을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해 주요 정치인을 휴대폰도 안 터지는 B-1 벙커에 집어넣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성은커녕 “체포의 체 자도 꺼낸 적이 없다” 같은 거짓말을 일삼았다.
‘이재명 도우미’ 같았던 尹과 국민의힘 지도부
이재명 후보의 ‘두 번째 선대위원장’은 권영세-권성동 이른바 ‘쌍권 지도부’였다. 12·3 계엄까지만 보면, 이는 ‘윤석열 개인’의 정신 나간 행동으로 치부할 수 있다. ‘세력으로서의’ 국민의힘은 달랐어야 한다. 이후 ‘탄핵을 찬성하던’ 한동훈 당시 대표를 몰아내고, 찬성 표결에 동참한 김상욱 의원 등을 배신자 취급했다. 조직적으로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불법 계엄,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시점부터 국민 대다수는 “국민의힘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에 관심이 없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극우 유튜버들의 선동에 올라탔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
이재명 후보의 ‘세 번째 선대위원장’은 한덕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였다. 민주당을 이기고 싶은 생각이 1%라도 있었다면, 국민의힘 다수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탄핵을 찬성한 후보’를 밀었어야 했다. 넓게 보면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였다.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은 출마를 포기했다. 한 전 대표만 남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행여나 다자 구도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1등을 할까봐 결선투표를 도입했다. 국민의힘 경선은 8명에서 4명, 4명에서 2명, 2명에서 1명으로 추려지는 과정이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8명에서 살아남고, 4명에서도 살아남았다. 결선에 진출했다. 상승세를 탔다.
이때 권영세-권성동 지도부는 ‘경선 초치기 작업’을 했다. 당원도 아닌 외부인에 불과한 ‘한덕수 단일화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명백한 ‘해당 행위’였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3자 가상대결과 양자 가상대결 모두에서 김문수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거의 없었다. 대다수의 조사는 ‘오차범위 이내’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후보 등록 직전에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새벽 3시에 공고를 내서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선거에서 지고 싶어’ 안달하는 지도부 같았다.
오죽하면 이재명 후보가 5월10일 경남 창녕군 연설에서 과거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리하면, 윤 전 대통령이 ‘이재명 후보 총괄선대위원장’ 역할을 했고, 권영세-권성동, 한덕수 권한대행이 공동선대위원장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이들이 6·3 대선 참패의 진짜 주역들이다.
6·3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이준석 후보의 활약이었다. 최종 득표율은 8.3%다. 이준석 후보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해 보자. 먼저, ‘성과’ 측면이다. 6·3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9번째 대선이다. 한국은 강력한 양당제 국가인데, 1987년 김영삼과 김대중 후보를 제외한 제3후보 중에서 5% 이상을 득표한 사람은 총 9명이다. 9명은 다시 둘로 나뉜다. 5~10%를 득표한 후보와 10% 이상 득표한 후보다. 먼저, 5~10% 득표한 후보를 살펴보자. 괄호안은 해당 대선이 있던 연도다. △김종필 8.1%(1987년) △박찬종 6.4%(1992년) △문국현 5.8%(2007년) △유승민 6.8%(2017년) △심상정 6.2%(2017년)로 총 5명이다. 다음으로 10% 이상 득표한 제3후보는 △정주영 16.3%(1992년) △이인제 19.2%(1997년) △이회창 15.1%(2007년) △안철수 21.4%(2017년)로 총 4명이다.
이준석 후보는 5~10% 구간을 득표한 정치인이 됐다. 해당 정치인들은 김종필, 박찬종, 문국현, 유승민, 심상정이다. 하나같이 ‘이름값’을 했던 쟁쟁한 정치인들이다. 이 후보는 1987년 이후 5~10%를 득표한 6번째 정치인이 됐다. 제3후보가 대선에서 5%를 넘기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정치적 성과다.
이준석·한동훈, 보수 정계 개편 이끌 쌍두마차
‘한계’ 측면도 존재한다. 먼저 3차 TV토론에서 여성 신체 부위와 연계시킨 이른바 ‘젓가락 발언’ 논란이다. 3차 토론에서 이 후보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두 번 언급했다. 의도적이고, 준비된 발언이었다. 약 1000만 명이 지켜봤던 TV토론은 갑자기 ‘19금’이 됐다. 다음 날 논란이 되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 후보는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며 ‘인신공격’이고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습니까?”라고 반발했다.
토론회 이틀 후 주요 언론 모두가 사설로 이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사설 제목은 ‘이준석의 여성 혐오성 저질 발언, 제정신인가’였다. 한국일보 사설은 ‘공론장서 저질 성폭력 발언 이준석, 국민 모독이다’였다. 이런 사설들이 상징하듯, 이 후보 발언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은 ‘진보 쪽’ 유권자만이 아니었다.
‘젓가락’ 발언도 심각했지만, 이후 대응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분명 ‘정치공학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해 여성 신체 부위와 젓가락이라는 자극적인 발언을 했을 것이다. 듣는 여성들이 느꼈을 고통, 불쾌감, 모욕감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하지도 않고, 배려하지도 않았다. 소위 ‘젓가락’ 발언은 두고두고 묵직하게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6·3 대선은 참패했지만, 보수정치는 두 가지 성과를 남겼다. 첫째, 보수의 ‘차기 리더’ 두 명을 발굴했다. 한동훈과 이준석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팬덤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2000년대 이후 대통령 당선자 중 노무현, 문재인, 박근혜, 이재명의 공통점은 ‘팬덤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다. 뉴미디어 비중이 커지면서 ‘팬덤’은 대선후보급 정치 리더의 필수 요건이 됐다.
두 번째 성과는 역설적인데, ‘대선 참패’라는 정치적 자산을 남겼다는 의미다. 참패도 자산이다. 진보와 보수의 1대1 대결에서 보수가 이토론 처참하게 패배한 것은 처음이다. 1997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1.5%p 격차로 패배했다. 200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 계열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게 2.3%p 격차로 졌다. 두 번 모두 1~2%p 격차의 석패였다.
참패는 왜 정치적 자산인가? ‘평가의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절하지 않으면 참패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면 참패하고, ‘탄핵을 반대한’ 대선후보를 내보내면 참패하고, 중도 확장 캠페인을 하지 않으면 참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내년 지방선거, ‘보수정치 삼국지’의 1차 분수령
보수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3대 플레이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동훈, 이준석, 친윤 국회의원들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2028년 총선 때까지 ‘보수정치 삼국지’가 펼쳐질 것이다. 1라운드는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싼 당권 투쟁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출마가 유력시된다. 최종 결선에서 한동훈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당권자’에서는 22%p 격차로, ‘지지층 여론조사’에서는 4%p 격차로 패배했다. 대표에 다시 출마한다면 당선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전당대회를 통해 한동훈 대표 체제가 출범할 경우 진짜 시험대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집권 1년 차여서 기본적으로 집권여당에 유리하다. 지방선거에서 한 전 대표는 세 개의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첫째, 득표력 있는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의 관계다. 6·3 대선에서 이 후보는 20대 남성의 약 37%, 30대 남성의 약 26% 득표력을 입증했다. 한 전 대표는 2030 남성 표를 재주껏 뺏어오거나, 아니면 선거연합을 검토해야 한다. 선거는 ‘유권자 연합’을 통해서만 승리하는 게임이다. 셋째는 친윤의 저항이다.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은 물론, ‘한동훈 흔들기’와 싸우게 될 것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개혁신당 입장에서 ‘기회’이자 ‘위기’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가 가장 중요하다. 대선은 인물 중심 선거, 총선은 세력 중심 선거다. 광역단체장 선거는 그 중간쯤에 해당한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연초 여론조사에서 당시 진보신당 노회찬 전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올 경우 지지율이 25% 내외까지 나왔다. 그러나 선거가 본격화되자 민주당으로 지지율이 쏠렸고, 최종 득표율은 3%를 넘지 못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대선후보급’ 인물이었음에도 결국 3%를 못 넘었다. 만일 2026년 지방선거에서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의원이 광역단체장 후보로 출마할 경우 유사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진보층 지지자가 더 싫어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실제 ‘초토화시킨’ 진영은 오히려 보수 쪽이다. 진보에는 오히려 ‘압승’을 선물해 줬다. 윤 전 대통령은 보수정치를 초토화시키는 ‘빌런(악당)’이었다. 빌런의 퇴출 및 단절이 바로 보수정치 재편의 첫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