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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비서실장에 강경파 86세대 김민석·온건파 X세대 강훈식 ‘국정 쌍두마차’
실용외교 방점…‘외교부 출신’ 안보실장 위성락, ‘통일장관 출신’ 국정원장 이종석
민간인 국방장관 안규백·대북특사 박지원 정동영…외교 김현종·경제 이한주 주목
검찰개혁 속도…‘檢 출신 변호사’ 민정수석 오광수·민정비서관 이태형 유력 검토

‘인사는 메시지다.’ 이재명 정부 권력 구도의 베일이 벗겨졌다. 대통령의 핵심 참모이자 가장 든든한 정치적 우군이 될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에는 친명(親이재명)계가 발탁됐다. 외교안보를 책임질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은 전문가 그룹에서 낙점됐다. 여기에는 오랜 충직함을 증명한 최측근과 즉시 업무를 시작할 만큼 전문성이 입증된 인사들을 통해 국정 운영의 안정감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내각을 단단히 다져 정권 초기 ‘국민 통합’과 ‘경제 회복’이란 급선무부터 해결하고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구축한다는 지향점을 밝혔다.

6월4일 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눈길을 끈 대목은 실용과 통합이다. 그 후 발표된 첫 인선안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재명식 권력 구도의 ‘균형’을 보여준다. 안보실장에 ‘실용주의자’ 위성락 의원, 국가정보원장에 ‘대북 전문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내정하면서 그간의 일방적 외교노선에서 탈피해 균형외교 노선을 걷겠다는 복안을 드러냈다. 국무총리에는 ‘강경파’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 비서실장에는 ‘온건파’ 강훈식 의원(3선)을 각각 지명하면서 내각의 두 축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박찬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와 네번째)을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6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박수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더불어민주당 윤여준, 박찬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앞줄 왼쪽 세번째와 네번째)을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6월3일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나오자 박수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내각 쌍두마차…냉정한 전략가 김민석, 소통의 대가 강훈식

‘정치적 균형.’ 이 대통령이 내치를 담당할 핵심 컨트롤타워에 임명한 총리와 비서실장 인사를 두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최측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을 구성한 키워드는 ‘친명 그룹’이다. 현재 민주당 전체가 친명계로서 ‘뚜렷한 계파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중에서도 새롭게 이 대통령과 가까워진 신(新)친명계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원조 친명’ 계파로 세분화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두 그룹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강경파와 합리적 온건파를 적재적소에 기용한 모습이다.

국무총리 내정자 김민석 의원과 비서실장 강훈식 의원은 공통적으로 당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 이 대통령 역시 이들을 지명하면서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 ‘민생 정책 역량’ ‘정치적 감각’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단 이 대통령은 두 친명 의원의 차이점에 집중하면서 내각의 균형과 국회와의 소통 능력을 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 신친명계로 활약해온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정무적 싱크로율이 매우 높다는 전언이다. 인수위원회 없이 내각을 신속히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은 이번 선대위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발족한 대선 준비 조직 ‘집권플랜본부’ 총괄본부장으로서 일찍부터 이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집권 초반기 구상을 수립해 왔다. 아울러 12·3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띄우며 이 대통령에게도 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예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 의장을 지낸 ‘86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강훈식 의원은 민주당에서 오랜 기간 동안 ‘전략통’으로 활약해 왔다. 강 의원은 3차례 연속 당선된 충남 아산을 지역구를 포기하고, 1973년생으로 1970년대생 첫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대통령이 강 의원에 대해 ‘대선을 총괄한 전략가이자, 경제·예산 전문성을 가진 국정 조력자’라고 평가할 만큼 당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인사로 불린다. 특히 강 의원은 김 의원과 대비되는 강점으로 ‘소통 능력’이 꼽히는데 원내 지도부와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강경 목소리나 당내 리스크를 관리할 협상력을 갖췄다는 평이 나온다.

한미 관계 키 잡을 위성락, 남북관계 복원 이끌 이종석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안보 라인 인사에 대한 이 대통령의 큰 그림은 ‘실용외교 실현’이다. ‘국익 중심’ 외교를 강조하는 위성락 의원과 ‘대북 협상’에 방점을 찍는 이종석 전 장관을 두 축으로 세워 외교적 균형을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때 이 대통령이 추구한 균형의 방향은 남북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되,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위 의원은 대미 외교의 ‘키’를 잡는다. ‘베테랑 외교관’ 출신 위 의원은 한미 관계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북·중·러 관계를 유연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관 시절부터 북핵 문제를 두고 이념보다는 실리를 강조하는 현실주의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간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친중’ 프레임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를 회피하지 말고 ‘적절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이 대통령에게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동시에 지나친 갈등 구조가 부각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핵 안보를 두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한 산업·기술적 차원의 접근을 강조했다.

위 의원은 당장 이 대통령 임기 시작과 동시에 ‘스트롱맨’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협상 적임자로 꼽힌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했고, 이번 대선에서도 동북아평화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당내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설계해 왔다. 

이 전 장관은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기 위해 나설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지낸 이 전 장관은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된 바 있다. 이 전 장관이 어떻게 ‘친중·반미’ 프레임을 탈피할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일각에선 향후 남북 협상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미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극단적 외교 전략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취재에 따르면, 이 대통령 역시 이러한 지점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이 직접 협상 주도권을 챙기고, NSC 압박 분위기를 경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의 전략적 지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핵 협상을 강행하는 방법에는 명확한 선을 긋겠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낸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통상 사령탑’ 김현종 전 차장은 외교부 장관직이 유력하다는 전언이다. ‘불도저’ 성향으로 불리는 김 전 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주도한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정부 통상교섭본부장 재임 당시 한미 FTA 타결의 핵심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기용되면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주도했다. 이후 국가안보실 2차장,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지난 2월 이재명 당시 대표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대변인 강유정, 경호처장 황인권…경제통엔 이한주·홍성국

이 대통령은 대변인에는 초선 비례대표 강유정 의원을 임명했다. 경호처장에는 황인권 전 육군 대장이 임명됐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권에서 경호처 조직이 대통령 개인을 지키는 사병(私兵)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황 전 대장을 두고 국민주권정부라는 뜻에 맞게 국민을 위한 열린 경호를 만들 적임자로 평가했다.

1차 인선안에 거론되지 않은 전문가 그룹도 주목된다. 정책실장에는 민주당 싱크탱크를 이끌어온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거론된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과 시민운동 시절부터 약 40년간 함께해온 ‘정책 멘토’로 불리며 이재명 정권의 정책 밑그림을 그려왔다.

대선을 앞두고 최고위원으로 발탁된 ‘경제통’ 홍성국 전 의원도 주목할 인물이다. 홍 전 의원은 21대 국회의원을 지내기 전까지 증권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아왔다. 대우증권 평사원으로 출발해 리서치센터장,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2대 국회 초고령이자 5선 박지원 의원도 대북특사, 차기 국회의장 등의 물망에 올랐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한 뒤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왔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국가정보원장으로 임명됐다.

법무장관 윤호중·행안장관 이해식·산업장관 이언주·기후에너지장관 이소영 물망

부처별 장관급 인선에는 신친명계 중심으로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최근 이 대통령이 ‘민간인 국방부 장관’ 인선을 주장한 데 따라 5선 안규백 의원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임기 대부분을 국회 국방위에 몸담았던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최근 군 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의 중추가 될 전망인 법무부 장관직에는 5선 윤호중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선거 실무를 총괄하는 선거대책본부장에 기용됐던 윤 의원은 비법조인 출신 최초의 법무부 장관으로 거론된다. 윤 의원은 2020년에도 민주당의 강행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경험이 없는 비법조인 출신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부로 부처 개편이 이뤄질 경우 재선 이소영 의원이 장관으로 언급된다. 최근 이 의원이 에너지 정책, 소득세 법안 관련 직언을 해오면 이 대통령도 이를 적극 검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설에는 당 최고위원이자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3선 이언주 의원도 언급된다.

민주당 원로인 5선 정동영 의원은 대북특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 최측근인 이해식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직 하마평에 올랐다. 이재명 지도부 첫 정책위의장을 지낸 3선 김성환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인재위원장직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으면서 내각 혹은 당권 핵심 요직을 두고 폭넓은 시나리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는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총괄한 정은경 전 청장이 유력하다. 최근 중국 등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올여름 국내에서도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내에선 정 전 청장이 재기용될 전망이다. 정 전 청장은 이번 대선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檢 출신 변호사 오광수·이태형…성남·경기 라인 김현지·김남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7인회 출신 김병욱 전 의원은 정무수석에 낙점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선거는 물론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경제 및 금융 공약 설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민정수석에는 오광수 대륙아주 변호사가 유력하다. 검찰 출신 오 변호사는 대구지검장과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을 지내고, 2016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인연을 맺었다. 이재명 정부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과 검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꼽혀왔다. 

이재명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아온 이태형 변호사도 민정비서관으로 거론되면서 검찰 개혁에 가세할 분위기다. 이 변호사 역시 검찰 출신으로 그간 이 대통령의 각종 사법 리스크에 대해 직접 변호를 맡으면서 끈끈한 인연을 유지해 왔다. 이번 대선에선 선대위 공명선거법률지원단 부단장을 맡았다.

전면보다는 후면에 머물며 측근 중 측근을 유지한 인물들도 있다. ‘지금의 이재명’을 탄생시켰다는 평을 받는 성남·경기 라인이다. 대표적으로 김남준 전 당대표실 정무부실장과 ‘27년째 참모’ 김현지 보좌관은 각각 이 대통령의 입과 그림자로 불리며 성남시장 시절부터 보좌해 왔다. 이들은 이재명 정권에서도 내각에서 ‘밀착형’ 인사로서 직책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성향이 강한 이 대통령은 비정치인 인선도 적극 검토 중인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거론된다. 이 외에도 내년 6월 의장 임기가 종료되는 우원식 국회의장, 최근 오찬을 함께 한 김관영 전북지사,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깜짝’ 인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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