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6월4일 취임식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그를 찍지 않은 유권자 49.49%(김문수+이준석 득표율)와 그의 지지자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졌을 ‘3대 걱정’을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3대 걱정이란 첫째 삼권분립 파괴 혹은 사법부의 정권 시녀화, 둘째 한미 동맹 허물기 혹은 과도한 친중·친북 행보, 셋째 포퓰리즘 혹은 미래와 청년을 생각하지 않는 나라 곳간 퍼주기다.
민주당에 사법부 장악 법안들 무더기 보류시켜
세 가지는 자칫 나라에 재앙을 부를 ‘이재명 뇌관’이 될 수 있다. 이것들은 20세기 중반 이래 수십 년간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분류되던 베네수엘라를 21세기 들어 골목에서 개 한 마리 찾을 수 없다는 극빈·반미·대중독재 국가로 전락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단 현실화되면 원상회복이 안 되는 불가역성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6월10일 인스타그램에 “국민께서 ‘이재명 잘 뽑았다’는 효능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고 한 약속은 시의적절했다. ‘효능감’은 민생 회복을 겨냥한 용어겠지만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으로 치닫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이해됐다. 좌파의 존경뿐 아니라 우파의 걱정까지 감안해야 ‘모두의 대통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자부심’이란 삼권분립과 자유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고, 한미 동맹과 한·미·일 우호관계를 유지해 대한민국 번영과 발전의 토대로 삼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래서였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서방 선진국 클럽인 G7 국제무대에 데뷔하기 앞서 집권 민주당으로 하여금 ‘대통령 재판 금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이재명 유죄 면소법(공직선거법 개정안)’ ‘대법관 30명으로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이른바 사법부 장악 입법안들을 무더기로 보류시켰다. 잘한 일이다. 이 대통령을 과격, 급진적으로만 봤던 반대 진영 사람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줄 정도였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민주당에 맡겨둔 채 출국했다면 많은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사법부의 정권 시녀화→삼권분립 붕괴→베네수엘라화 코스에 돌입했을 것이다.
윤석열 시절에 못 보던 장면…강훈식·우상호 등과 ‘의논’
‘이재명 뇌관’은 블랙홀 같다. 그것이 터지면 반대파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저항하고, 새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여러 정책과 실험들이 회오리처럼 빨려들어갈 게 뻔하다. 그래서 뇌관은 터지지 않도록 관리되어야 한다. 대통령과 민주당, 여권 지지층뿐 아니라 국민의힘 등 야당 및 보수 세력에게 다 이익이 될 것이다. 대통령 뇌관이 터지지 않게 관리되어야 한다는 교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윤석열 케이스ʼ에서 고통스럽게 배운 바와 같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당에 사법부 장악 법안들을 보류시킬 때 주변에 강훈식 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생이 위기에 빠졌고, 국정 시스템이 6개월 만에 겨우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그 법들을 무리하게 통과시켜 혼란을 부를 필요가 있겠습니까”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주목할 만한 장면은 민주당에서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가 법안 처리 방향에 대해 대통령의 의중을 물어왔고, 대통령은 관련 참모들을 불러 의견을 나눴다는 점이다. 집권당과 대통령 사이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거나 대통령이 참모들과 의논하는 모습은 당연한 것 같지만 색다르게 느껴졌다. 윤석열 대통령 시대엔 볼 수 없었던 풍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뇌관’은 폭발 시점이 지연됐을 뿐 제거되지 않았다. 제거하기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렇다 해서 반드시 폭발할 것이라고 예단할 성질도 아니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신경 쓰고 노력하면 그의 임기 중에 발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매사 사람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