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송영길·조국 ‘제헌절 특사론’ 급부상…“정치검찰 피해자부터 헤아려야”
정권 갓 잡은 李는 딜레마…‘3대 특검’ ‘국정 과제’ 추진 동력에 악영향 우려도
코너에 몰린 국힘, 사면 이슈로 공세 돌입…“사면권은 공범 감추는 방패 아냐”
이재명 대통령과 가까운 범진보 수감 인사들이 ‘특별사면’을 공개 요구하면서 이 대통령이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대통령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직접 자신의 사면을 촉구한 가운데 대선 정국에서 후보 선출까지 포기하며 힘을 실은 조국혁신당도 자당의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들이 정치수사의 희생양이기에 이 대통령이 정당한 사면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대통령이 대야 특검과 각종 국정 과제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측근 사면을 단행할 경우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李 핵심 측근 이화영, 직접 등판해 사면 촉구
이화영 전 부지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21대 대통령 취임 기념 특별사면복권 서명운동’ 링크를 올리며 사면 이슈를 직접 띄웠다. 그는 앞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 5일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 형을 받았다. 해당 건 외에도 이 전 부지사는 경기도 관련 업체들로부터 5억원대 뇌물·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나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이 같은 기소들이 검찰독재 정권에서 자행한 ‘사법 탄압’이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는 윤석열 정권에서 기소된 조국 전 대표와 송영길 대표까지 직접 거론해 “검찰 독재 정권의 수많은 사법 탄압 피해자”라며 “정치 보복으로 없는 죄를 뒤집어쓰거나, 있는 것 없는 것 탈탈 털려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제헌절이나 광복절 특사 명단에 자신과 이들을 포함시켜 달라는 취지로 읽힌다.
한때 민주당을 이끌었던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서도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등으로 기소된 송 전 대표는 지난 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인정받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송 전 대표가 비영리단체 ‘먹사연(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을 통해 7억63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점이 인정되면서다.
‘송영길 사면론’이 본격 부상한 계기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친명(親이재명)계 인사들이 대선 직전인 지난달 2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송 전 대표를 면회하면서다. 당시 동석했던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송 전 대표는 옥중에서도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다”며 “송 전 대표도 하루빨리 돌아와서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 탄핵을 주도했던 조국 전 대표도 사면 대상 후보 중 한 명이다. 자녀 입시 비리로 지난해 12월 구속된 조 전 대표에 대한 사면론은 혁신당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11일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만나 “정치검찰 피해자에 대한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실상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보인다. 여기에 혁신당 지지자들도 제헌절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조 전 대표의 사면 청구서를 들이미는 이유는 있다. 앞서 대선 정국에서 ‘내란 완전 종식’을 명분으로 후보를 내지 않고 일찌감치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특히 혁신당은 다가오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구심점 역할이 필요한 만큼 조 전 대표의 복귀가 절실한 상황이다.
與 내부도 회의적 기류…“국정 안정이 먼저”
하지만 여당 내부에선 이들의 조기 사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정부가 집권 초 어수선한 정국의 기강을 잡고 각종 과제를 추진하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수행하는 국정기획위원회 소속 관계자도 시사저널에 “지금은 사면 논의가 우선이 아니라 본다.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국정·조직 안정화는 물론, 민생 회복을 비롯한 각종 정상화 과제를 수행해야 할 시점”이라며 “오히려 사면 논의는 과제 추진 동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 대통령이 정권을 잡자마자 ‘정의 실현’을 명분으로 여당과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소위 ‘자기편’ 인사들에게 사면 혜택을 줄 경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특히 이 대통령도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된 만큼, 이 전 부지사를 사면할 경우 ‘셀프 사면’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도 있다.
특검으로 코너에 몰린 국민의힘 역시 ‘사면론’을 고리로 다시금 여당 공세에 돌입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의 사면권은 범죄 공범을 감추기 위한 방패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 전 부지사의 사면 복권 요구는 이 대통령에 대한 서슬 퍼런 공개 협박”이라며 “대통령이 과연 어떻게 할지 국민과 함께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야권 일각에선 ‘이화영의 입’이 이재명 정부를 위협할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책 파트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이 대통령은 이 전 부지사를 사면해도 스스로 공범임을 자인하는 꼴이고, 사면하지 않아도 이 전 부지사의 입에서 어떤 스모킹 건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본인 재판이 모두 중지되더라도 ‘이화영의 입’은 살아있음을 이 대통령도 자각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