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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14.7% 인상 요구에 소기업 10만 곳 폐업 우려
제도 개편 없이 반복되는 고용 충격은 피할 수 없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 

매년 6월은 다음해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힘겨루기를 벌이는 시기다. 올해는 노동계가 먼저 움직였다. 지난 1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025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1만1500원을 제시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약 14.7% 인상된 수준으로, 월 기준(209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240만3500원에 달한다. 지난해 노동계가 제시했던 최초 요구안(1만2600원, 27.8% 인상)에 비해서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 여건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를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건설투자(-3.1%), 설비투자(-0.4%), 수출(-0.6%)이 모두 줄었고, 민간소비 역시 0.1% 감소했다. OECD가 발표한 ‘G20 국가 GDP 성장률’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분기 성장률은 주요 20개국 중 가장 낮았다. 역성장을 기록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뿐이며, 미국조차 -0.1%로 한국보다 낮은 감소폭을 보였다.

이처럼 침체된 경제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14.7%나 인상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OECD는 국가 간 비교 시 절대액 기준 대신 ‘정규직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는 각국의 물가와 소득 구조 차이를 고려한 지표로, 우리나라는 2016년 50.4%(OECD 17위)에서 2023년 60.9%(10위)로 상승했다. 같은 해 미국과 일본은 각각 26.0%, 46.0%에 불과하다. 올해 최저임금이 상징적 기준으로 여겨졌던 ‘시급 1만 원’을 넘긴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실제로 고용과 기업 생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오를 때 종업원 4인 이하 소기업의 폐업률은 0.77% 증가한다. 이 분석을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에 적용하면, 노동계 요구대로 14.7% 인상될 경우 약 10만3000개 소기업이 폐업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고용 측면에서도 부정적 효과가 뚜렷하다. 국제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실린 2022년 논문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국의 고용이 3.5% 감소했다는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제는 매년 반복되는 과도한 인상 요구와 정치적 공방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정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안으로는 ‘물가 상승률+소득분배 조정률’을 적용해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되 소득분배 조정률은 경제성장률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소득분배 조정률만 결정하는 방식이 있다. 여기서 소득분배 조정률은 경제성장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고려하는 요소다. 이렇게 변경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피할 수 있다. 급변하는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최저임금 결정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고용 확대를 가로막는다. 이는 곧 폐업 증가와 자동화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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