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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두 해외파 선수의 맹활약으로 한일전에서 연승 
센터 부재는 취약점…지지부진한 귀화선수 발탁 아쉬워

최근 농구 팬들에게 모처럼 즐거운 승전보가 들려왔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쾌조의 2연승을 거둔 것이다. 7월11일 1차전에서 91대77로 기선을 제압한 데 이어 13일 2차전에서도 84대69로 완승을 거두며 일본의 콧대를 눌렀다. 일본은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이 21위로 한국(53위)보다 32계단이나 높다. 양 팀의 최근 행보나 전력 차를 감안했을 때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으나 일본에만큼은 ‘특별히’ 강한 한국 특유의 저력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일본은 가와무라 유키(24·시카고 불스), 하치무라 루이(27·LA 레이커스) 등 미 NBA에서 활약하는 간판급 선수들이 빠지기는 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신성들에 더해 귀화선수인 조쉬 호킨슨(30·208cm)까지 뛰었다는 점에서 승리에 대한 의지는 한국 못지않게 강했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는 큰 점수 차로 연패를 당한 데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큰 분위기다.

한국 농구 대표팀은 18일 열린 카타르와의 평가전에서도 이현중·여준석·유기상의 활약에 힘입어 90대71로 연승을 이어갔다.

(왼쪽)일라와라 호크스 소속 이현중, 시애틀대학 소속 여준석 ⓒ연합뉴스
(왼쪽)일라와라 호크스 소속 이현중, 시애틀대학 소속 여준석 ⓒ연합뉴스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로 시너지 효과 내 

한국의 연승에는 호주 NBL 일라와라 호크스 소속의 이현중(25·201cm)과 미국 시애틀대 소속의 여준석(23·202.5cm)이라는 해외파 원투 펀치의 힘이 컸다. 당초 대표팀은 김종규·하윤기·이원석의 빅맨 라인이 부상 등으로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여서 어려운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사이즈와 기량을 겸비한 두 빅윙이 공수에서 전방위로 활약했고, 그로 인해 팀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받아 상승세를 탔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현중과 여준석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른바 허슬이다.

보통 팀 내 에이스급 선수들은 공격에 비해 수비 등 궂은일에는 힘을 아끼는 편이다. 둘은 달랐다. 해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멘털을 단련한 덕인지 수비 등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임했다. 특히 이현중 같은 경우 루스볼 하나에도 거침없이 몸을 날리는 등 악바리 근성까지 보여줬다. 지켜보던 팬들이 부상이라도 당할까 걱정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서울 삼성 썬더스 김효범 감독은 “현중이와 준석이는 어린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분류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런 만큼 만약 국내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으며 쭉 뛰었다면 공격은 몰라도 수비에서 이 정도로 헌신적이지는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해외에서 살아남기 위해 궂은일까지 다 하는 게 몸에 밴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은 귀화선수 호킨슨을 앞세운 높이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한국은 리바운드 등 제공권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상쇄한 것은 외곽슛이었다. 장신 슈터 이현중이 외곽을 지배한 가운데 국내파 이정현·유기상 등도 뜨거운 손끝을 자랑했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외곽슛으로 인해 일본 수비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이로 인해 넓어진 공간은 여준석이 돌파로 공략했다.

두 경기에서 무섭게 터진 한국의 외곽슛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남겼다. 일본과의 2연전처럼 3점슛을 활용한 스페이싱 농구는 아쉬운 높이를 확실하게 커버하며 이런저런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앞으로 대표팀이 추구해야 할 색깔일 수도 있다. 하지만 3점슛이 상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슛에는 기복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슛이 침묵하는 날엔 경기력이 확연히 다운될 수도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골밑의 힘이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만 좀 더 안정적인 전력 구축이 가능하다. 김종규(207cm)·하윤기(203.5cm)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강 방법은 하나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귀화선수를 결정짓고 합류시키는 것이다.

 

최준용·허훈 발탁 여부, 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

현재 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르는 이유는 8월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막하는 2025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을 대비해서다. 한국은 A조(호주·카타르·레바논)에 편성되어 있다.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전망은 썩 밝지만은 않다. 일본과의 2연전처럼 외곽슛이 불을 뿜는다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겠지만 이는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쪽만 강해서는 안 된다. 내·외곽의 균형이 잘 잡힌 팀이 안정적인 경기력을 가져갈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대회에 참가하는 아시아 팀 대부분이 귀화선수를 쓴다는 점은 한국 입장에서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도 특별 귀화선수로 작년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라건아(36)가 있었다. 하지만 많은 나이와 함께 계약 만료로 떠나면서 다른 귀화선수 합류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계속 언급되어왔고, 문태종의 아들로 미국 대학농구에서 유망주로 기대받는 재린 스티븐슨(20·211cm), 서울 삼성에서 활약한 코피 코번(26·210cm) 등이 물망에 오르내린 바 있지만 사실상 뚜렷한 결과 없이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 DB 선수로 활약하면서 기량과 인성을 겸비해 많은 팬이 원했던 디드릭 로슨(28·201cm)은 레바논 귀화선수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만약 로슨이 한국 귀화선수가 됐다면 플레이 스타일 등을 감안했을 때 이현중·여준석·이정현 등과 더불어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을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로슨을 적으로 만나게 됐다.

국내 프로농구리그에서 슈퍼팀으로 불리는 부산 KCC 소속의 최준용(31·200.2cm), 송교창(29·201.3cm), 허훈(30·180cm) 등은 이번에 이런저런 이유로 안준호 국가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전력에 플러스 요인이 될 후보들로 꼽힌다. 특히 최준용과 송교창은 높이, 다양한 공격 옵션, 수비 등에서 전천후로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신장도 크지만 빨리 달릴 수 있고 핸들링·슛·패스가 모두 되는지라 이현중·여준석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 동시 기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안 감독은 이들을 택하지 않았다. 부상에 계속 시달려왔고 경기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크다. 더불어 최준용과 허훈의 경우 SNS 등을 통해 안 감독은 물론 전임감독까지 조롱하며 논란을 일으켰던지라 팀워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최준용·허훈의 발탁 여부는 팬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기량만 놓고 봤을 때는 무조건 뽑으면 플러스가 되겠지만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불안 요소는 배제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현재 대표팀은 분위기가 아주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안 감독은 성적은 물론 세대교체에 대한 열의도 강하다. 빅맨 같은 경우 자원의 한계상 어쩔 수 없이 베테랑이 중용되고 있지만, 다른 포지션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2001년생 유기상과 양준석을 합류시킨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름값은 적지만 끈끈한 수비로 팀에 파이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성우를 발탁한 것 또한 리그 내 많은 선수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번 아시안컵 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이른바 ‘죽음의 조’에 편성된 탓에 당장 조별 예선 통과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일본과의 연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 감독이 그리는 원팀으로서의 힘이 더욱 단단해진다면 얼마든지 대형 사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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