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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연루 후 김 여사와 사실상 “경제 공동체”

“최순실이 보인다.” 김종대 전 의원은 7월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를 두고 이같이 비유했다. ‘김건희 집사 김아무개씨’로 처음 언론에 등장할 때만 해도 그가 김건희 특검팀의 핵심 피의자로 부각될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특검은 출범 2주 만에 김씨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7월16일 영장을 발부했다. 

김씨는 당초 베트남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헌재로부터 파면을 당한 직후 출국해 아직 귀국하지 않고 있다. 특검은 김씨의 해외 출국을 사실상 도피로 보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7월17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씨가 베트남을 거쳐 제3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제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즉시 지명수배했고, 이날 외교부를 통한 여권 무효화와 경찰청을 통한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김 여사와 어떤 관계이길래 특검에서 그의 행방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일까.

문홍주 특검보가 7월17일 김예성씨 지명수배와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 특검보가 7월7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시스
문홍주 특검보가 7월17일 김예성씨 지명수배와 인터폴 적색수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문 특검보가 7월7일 서울 광화문 KT빌딩에서 브리핑하는 모습 ⓒ뉴시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김 여사를 만나기 전엔 여의도 금융권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와 인연이 닿은 건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함께 밟으면서다. 동문으로 만났지만, 김씨는 김 여사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로 재직하며 주요 전시 유치에 깊숙이 관여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전시 후원 기업들을 직접 관리하고 협찬사 리스트를 작성했으며 계약 실무를 조율하는 등 운영 전반을 챙겼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 여사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두 사람이 한배를 타게 된 것은 2013년 김씨가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도촌동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이 일로 김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도리어 김 여사의 절대적 신임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실제 시사저널 취재 결과 김씨 측근들은 그를 김 여사의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역시도 주변인들의 이 같은 호칭에 반박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김 여사의 신상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절대 삼갔다고 한다.

단순히 측근으로만 알려졌던 그와 김 여사가 “‘경제 공동체’일 수도 있다”는 의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씨는 2023년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 창업에 관여했는데, 당시 대기업과 금융사로부터 사모펀드를 통해 총 184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한국증권금융이 50억원, HS효성이 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가 30억원, 신한은행이 30억원을 투자했고, 이외에도 다수의 기관과 재벌 계열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이 현재 살펴보고 있는 것도 자본잠식 상태였던 이 회사에 굴지의 대기업들이 무엇을 보고 투자했는지다. 기업들이 사업성을 보고 투자했다기보다는 김씨와 김 여사의 관계를 의식해 자금을 넣은 게 아니냐는 시각에 기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코바나컨텐츠 전시 협찬 구조 전반에 대한 재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특검은 과거 전시에 후원한 기업들을 상대로 대가성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한 게 아닌지 따져물을 것으로 보인다.

실체적인 사건 규명을 위해선 김씨가 입을 열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특검은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에 있는 인물을 체포하기 위해선 현지 경찰과 공조한 수사 진행이 필요해 관계 당국의 협조도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이 아닌 태국 등 제3국으로 도피했다면 체포영장 집행은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특검은 외교부를 통해 김씨 여권 무효화를 신청함으로써 그의 출국길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수사하겠다”고 밝힌 특검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씨 배우자 정아무개씨를 향해서도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그러나 정씨 역시도 특검의 연락에 응답하지 않으면서 ‘집사 게이트’ 진상 규명엔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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