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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 후 ‘한 달’ 만에 돌아온 金…“李 정권 폭주 막고 강한 야당으로 복원”
“‘李 대항마’ 타이틀로 野 규합 기대” vs “더 퇴행하면 지방선거도 장담 못 해”
‘특검 청구서’ ‘재보선·지선 지휘’ 등 과제도 산적…“이번 당권은 독이 든 성배”

국민의힘 21대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21대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7월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1인 독재로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닙니다. 자유대한민국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 위기에서 우리 당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당 대표가 되어 이재명 정권의 폭주를 막고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힘을 혁신하겠습니다. 강한 야당으로 복원하겠습니다.”

조기대선에서 패배한 후 잠행을 이어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달 만에 이 같은 각오로 ‘당권 출사표’를 던지자 야권이 술렁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지난 20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곧바로 당권을 선점해 당을 단결시키고 정권 교체의 포석을 만든 ‘이재명 대통령 모델’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탄핵 찬성파 측에선 “윤 어게인, 부정선거, 계몽령을 옹호하는 사람들까지 수용할 수 있다”며 당의 극우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문수 전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며 당권 도전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저는 얼마 전 치러진 대선에서 대한민국을 정상화하라는 국민 여러분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한 데 대해 깊은 고뇌와 성찰의 시간을 가져왔다”며 “저는 자유대한민국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는 위기에서 우리 당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믿음을 다시 얻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선 “내부 총질과 분열을 극복하겠다”며 “국민과 함께 울고 웃으며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국민의힘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부정선거론을 주장하고 있는 전한길씨의 입당 논란에는 “입당 절차에 하자는 없다. 개방된 문호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이 올 수도 있다”며 “저와 만나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면 할 수 있는 열린 관계를 가져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메시지에는 당내 입지가 상대적으로 불안한 김 전 장관이 강성 및 주류층까지 포괄적으로 포섭하고 당을 단일대오로 만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를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김 전 장관도 ‘이재명 대항마’ 타이틀을 활용해 다음 대권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충분한 휴식기 없이 곧바로 권토중래해 당권을 잡고, 이를 발판 삼아 다음 대권까지 잡은 전례가 있다.

김 전 장관 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모델’은 물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19대 대선에서 패배한 후 우리 당을 이끈 전적이 있지 않나”라며 “특히 지금 당이 ▲당내 혁신안 갑론을박 ▲계파 분열 상황 극대화 ▲탄핵 및 정권교체 재현 트라우마로 찢어진 상황에서 지난 정국 태풍의 중심에 있었던 김 전 장관의 역할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한덕수 대선 후보 교체 파동 사건의 책임도 묻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대인배 역할을 강조할 것”이라고 봤다.

 

“金, 여전히 오락가락” “당대표 돼도 가시밭길”

하지만 김 전 장관이 당권을 잡고 전한길씨를 비롯해 극우 세력까지 수용할 경우 당이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고 더욱 코너에 몰릴 것이란 우려도 당내에서 나온다. 당권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장관은 혁신을 ‘당이 깨지는 자해행위’라고 했다”며 “대선에서 패배한 당은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인데 이래서야 어떻게 이재명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겠느냐. 친길(親전한길) 당대표를 막아달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반전 모멘텀’이 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도 ‘김문수 체제’로는 역부족이란 것이 안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한 당 대표로 서울과 수도권, 충청과 부산 등 접전지에 현수막이라도 걸 수 있겠나, 유세라도 할 수 있겠나”라며 “여기서 더 퇴행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을 향해 “혁신도, 극단세력과의 결별도, 어느 것 하나 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친한(親한동훈)계 좌장인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시사저널TV 《정품쇼》에 출연해 “계몽령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같은 자리에서 “당이 깨지면 안 되고 다 품어야 한다는 시그널인데, 김 전 장관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도 외곽에 있을 때 주장하다 당 후보가 됐을 때 선을 그었고, 이번에는 또 다 품고가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이번 당권 도전이 김 전 장관 개인의 정치사에 있어서도 손실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은 현재 내홍에 휩싸인 상태에서 ‘김건희·내란 특검’ 청구서까지 받아들었다. 이 같은 리스크를 극복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당장 이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등 험지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지휘해야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당권은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며 “김 전 장관이 당대표에 당선된다 해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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