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후반기 ‘관리 전쟁’ 시작 “최대 변수는 선수 부상”
롯데 홍민기 등장 천군만마…한화 엄상백·KT 소형준은 선발에서 불펜으로
역대급으로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2025 프로야구가 이제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전체 시즌의 60% 이상 소화했지만 포스트시즌 윤곽은 아직 안갯속이다. 현재 5할 안팎의 승률 이상을 거두고 있는 팀이 8개 팀이다. 그만큼 여느 해보다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전반기 1위는 한화 이글스다.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순위표 맨 꼭대기에서 후반기를 시작했다. 역대 통계를 보면 전반기 1위 팀은 100%(35차례 중 35차례·1982~88년 전후 리그, 1999~2000년 양대 리그 제외)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확률상 가을야구 티켓을 거의 움켜쥐었다고 할 수 있다. 한화는 전반기가 끝나기 직전 시즌 50승도 선점했다. 50승 선점 팀의 정규리그 우승 확률은 71.4%(35차례 중 2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까지 살펴보면 60.0%(35차례 중 21차례)다.
전반기 1위 한화, 정규리그 우승 확률 71.4%
2010년 이후 전반기 1위를 하고도 정규리그를 1위로 마치지 못한 팀은 2011년 KIA 타이거즈,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유이’하다. 2011년 KIA는 후반기에 18승(28패)밖에 거두지 못하면서 순위가 급전직하해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전반기를 마칠 당시 1위 KIA와 4위 LG 트윈스의 승차는 8.5경기였는데 선발진 부진에 이은 불펜진 붕괴, 주축 타자들의 도미노 부상이 이어지며 따라잡혔다. 당시 정규리그 1위는 전반기 때 KIA에 2경기 뒤처져 있던 삼성 라이온즈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2019년 SK도 다 잡은 1위를 놓쳤다. 시즌 80승에 선착하고도 정규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최초의 팀이란 불명예도 떠안았다. 당시 SK는 전년도 단장이었던 염경엽 감독이 현장에 돌아오면서 전반기 승률 0.674(64승31패1무)로 승승장구했는데, 후반기에는 승률이 5할(24승24패)에 불과했다. 하재훈·서진용 등 불펜진의 침체로 SK가 어려움을 겪는 사이 전반기 3위였던 두산 베어스가 승수를 계속 쌓아가며 야금야금 따라왔다. 두산의 당시 후반기 승률은 0.674(31승15패1무)에 이르렀다. 전반기 SK와의 8경기 승차를 극복하고도 남을 승률이었다. ‘미라클 두산’의 기세에 눌리며 SK는 정규리그 2위로 내려앉았고, 정신적 충격으로 플레이오프에서도 탈락했다. 투타 안정 속에 2018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한발 가까워진 한화조차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2011년 KIA, 2019년 SK의 후반기 ‘퇴보’를 보면 올해 남은 시즌의 관전 포인트가 보인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관리’다. 후반기가 이어질수록 선수들의 피로도는 누적되고, 이는 부상으로 연결되기 쉬운 탓이다. 특히 7~8월은 무덥고 습한 탓에 선수단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더운 날씨에는 선수들 체력은 물론이고 집중력까지 떨어지는 터라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 선수층이 얕은 팀일수록 주전급 선수의 부상 이탈은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2011년 KIA도 결국 부상으로 인한 선수 이탈이 순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수의 야구 전문가도 “후반기 순위 싸움 변수는 선수 부상”이라고 강조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9월 중순까지도 무더위가 이어지는 탓에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펜진의 체력 소모에 주목해야 한다. 무더위 때문에 선발진은 시즌 초반처럼 6~7이닝을 소화하기 버겁다. 불펜진의 피로도 분산 여부가 순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반기에 거듭된 연투 등으로 누적된 피로도는 여름철에 한층 극대화되기에 더 그렇다. 순위 싸움 중인 각 구단의 수장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전략적으로 대응 중이다.
LG 불펜 물량공세 든든…KIA도 ‘부상 복귀’ 선수들 기대
2017년 이후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롯데 자이언츠는 기존의 정철원·최준용·김원중에 좌완 홍민기를 필승조에 넣었다. 홍민기는 전반기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홍민기 덕에 불펜진 운영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불펜진 과부하가 염려되는 터라 홍민기의 존재가 천군만마일 수 있다.
KT 위즈는 전반기 선발로 활약했던 소형준을 후반기에 불펜으로 기용한다. 윌리엄 쿠에바스 대신 영입한 패트릭 머피가 투구 수를 늘려 정상적인 선발 등판이 가능할 때까지만 소형준은 선발 보직을 수행한다. 2년 전 팔꿈치 수술을 한 여파로 투구 이닝 제한(130~140이닝)을 둔 이유도 있으나 불펜 강화 노림수도 있다. KT는 군 복무를 마친 배제성이 팀에 합류해 선발에 여유가 있다. 소형준은 수술 복귀 직후인 작년에 이미 불펜으로 뛴 바 있다.
한화는 후반기부터 4선발 엄상백을 불펜으로 돌렸다. 전반기 내내 선발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황준서가 대체 선발로 잘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KT 시절 불펜 경험이 있어 불펜 임무가 낯설지 않다. 조동욱이 좌완 롱릴리프로, 엄상백이 사이드암 롱릴리프로 활용될 전망이다.
LG는 ‘물량’ 면에서는 남부럽지 않다. 군에서 제대한 이정용이 합류했고, 김진성·함덕주·장현식·유영찬·박명근·김영우도 든든하게 불펜에서 버티고 있다. 타선만 받쳐준다면 순위 싸움에 승산이 있다. 다른 팀이 ‘부상 리스크’를 염려한다면, 디펜딩 챔피언 KIA는 ‘부상 탈출’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주전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힘겨운 전반기를 보냈는데,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나성범·최형우·김선빈이 돌아왔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 김도영도 8월에는 팀에 합류한다. 팔꿈치 수술 뒤 건강해진 좌완 선발 이의리의 복귀도 반갑다. 물론 KIA 또한 조상우·전상현·정해영이 경기 후반을 잘 버텨내야만 한다. 필승조 앞에 등판하는 성영탁의 존재가 그래서 더 고맙다.
지난해 삼성은 투수진의 호투가 이어지면서 8월 한 달간 7할대 승률(0.708·17승7패)을 올려 순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7월의 부진(8승12패·승률 0.400)을 말끔하게 씻어내는 호성적이었다. 반면 NC 다이노스는 선발·불펜은 물론이고 손아섭·박건우 등 중심 타자까지 다치면서 11연패를 당하는 등 월간 2할대 승률(0.273·6승16패)로 가을야구에서 멀어졌다. 작년 7월 종료 시점 때 NC의 성적은 48승49패2무(승률 0.495)였다.
최하위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 어떤 팀도 현재의 순위를 장담할 수 없다. 팀마다 장단점이 뚜렷해서다. 하지만 부상 리스크 관리라는 공통 과제는 있다. 종점에 가까워질수록 회복할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투고타저의 올 시즌은 특히나 투수진 피로도 관리가 필수다. ‘앗’ 하는 순간 ‘헉’ 할 수 있는 시즌이다. “한화를 빼고 올해 최종 순위는 진짜 모르겠다”는 박용택 KBS 해설위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