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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 여사 측이 요구한 ‘하루 한 혐의씩, 3~4일 휴식 보장’ 요구에 “원칙대로”
‘46억원 행방’ 열쇠 쥔 집사 김예성씨, 尹 파면되자 4월 베트남 출국한 뒤 미입국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도 행방묘연…‘시간’ 쫓기는 특검, 적색수배·여권 무효화 전방위 압박

김건희 여사가 8월6일 오전 10시 운명의 시간을 마주한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부터 ‘집사 게이트’ 및 공천 개입까지 광범위한 의혹을 정조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도 김 여사 소환을 기점으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키맨’들의 출국과 도주로 최대 암초를 만난 김건희 특검팀이 언제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할 지도 향후 수사 동력을 좌우할 관건으로 꼽힌다.

민중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각각 7월29일과 8월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민중기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각각 7월29일과 8월6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

“김 여사, 소환 후 건강 악화 카드 내밀 듯”

16개 의혹으로 특검 수사선상에 오른 김건희 여사가 포토라인에 선다. 검찰 수사에서 ‘출장 조사’ 논란을 낳았던 김 여사가 수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 측은 특검팀의 첫 소환 통보에 건강 악화를 이유로 ‘하루에 한 혐의씩 조사, 3~4일 휴식 보장’을 요청했다. 민중기 특검팀은 그러나 “협의는 불필요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7월23일과 24일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피의자 측 요구사항을 공개 지적하며 조사 주도권은 특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 전후로 조은석 내란 특검팀과 기싸움을 벌였고, 현재도 ‘버티기’가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보름가량 앞서 일정을 통보한 것도 특검팀의 ‘이유 있는’ 행보로 분석된다. 김 여사가 특검 출범이 임박한 시점에 입원한 전력이 있는 만큼 ‘치료 사유’로 출석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퇴로를 막겠다는 것이다.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보다 일주일가량 앞선 7월29일 조사 일정이 잡힌 윤 전 대통령 측은 아직 민 특검팀에 출석 여부를 알리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소환이 통보된 날 “부당한 정치적 탄압” “저 하나로 족하다”는 옥중 메시지를 낸 것을 감안하면 김 여사의 동반 구속을 막으려는 차원에서 소환에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여사 측은 표면적으로는 “성실히 조사받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간 조사를 거부하고 ‘하루씩 쪼개기 조사’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물밑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수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 청구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면 변호인 입장에선 최대한 조사 종료 시점을 늦추는 게 유리할 수 있고, 요청이 결국 거부되더라도 향후 특검의 무리한 조사 때문에 김 여사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구도를 만들어 ‘책임론’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내밀 카드를 마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 측의 이 같은 요구가 ‘황제 조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만 강화해 오히려 구속을 자초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여당에서는 김 여사의 요구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병원에 입원하고 휠체어를 타고 퇴원하는 등 쇼를 벌인 것도 다 황제조사를 받기 위한 술책이었다”며 “내란 수괴 윤석열도 재판부에 건강을 핑계로 7월24일 재판에 불출석을 통보했다. 부부가 쌍으로 법질서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소환에 앞서 그를 측근에서 보좌했던 ‘문고리 3인방’과 모친, 오빠 등 일가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7월25일 오전, 정지원 전 행정관은 같은 날 오후 특검에 출석한다. 

특검팀은 유 전 행정관을 상대로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통일교 측의 청탁 의혹 진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통일교 측이 전씨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의 행방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행정관은 전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 '건희2'라는 이름으로 연락처를 저장하고 인사 청탁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검팀은 동시에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모친인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의 주거지 및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양평 군수를 지낸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양평 소재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검팀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최씨의 가족 회사 ESI&D가 양평 공흥지구에 아파트 개발 사업을 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도주한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 ⓒ연합뉴스
특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도주한 이기훈 웰바이오텍 회장 겸 삼부토건 부회장 ⓒ연합뉴스
‘집사 게이트’ 중심에 있는 피의자 김예성씨 ⓒ국회방송 캡처
‘집사 게이트’ 중심에 있는 피의자 김예성씨 ⓒ국회방송 캡처

기업 투자금의 종착지, 김예성? 김건희?

김 여사 대면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특검이 풀어야 할 난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김 여사 혐의 입증을 위해 ‘입’을 열어야 할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7월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하다. 특검팀은 밀항 정황이 포착된 이 부회장에 대해 A급 지명수배를 내리고 경찰과 함께 소재를 추적 중이다.

주가조작 전과가 있는 이 부회장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업무협약(MOU)을 주도하고,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등에도 깊숙이 관여한 인물이다. 민 특검팀의 첫 강제수사 신호탄이었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수사가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 실패로 지연될 경우 전체 수사 동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난관은 ‘집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김예성씨다. 김씨는 2023년 IMS모빌리티(전신 비마이카)가 ‘오너 리스크’와 경영 악재가 있던 주요 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을 투자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15년가량 김건희 여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집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김씨는 2010년 김 여사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과정을 함께 수료한 동기생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금융권에서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 김씨는 2012년부터 3년간 김 여사가 운영하던 코바나컨텐츠 감사를 지냈다. 윤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낸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비마이카 주요 주주로 있으면서 6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외견상 성공한 사업가로 보이던 김씨는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범행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3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전과자가 됐다. 최씨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 매입 과정에서 2013년 4~10월 총 349억원가량이 예치된 것처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는데, 당시 잔고 문서를 위조해 최씨에게 넘겨준 인물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당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건희를 통해 최은순을 알았고, 통장 위조를 부탁받아 실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기업 경영에 관여된 인물이 사기성 범죄로 유죄를 받았는데도 김씨는 건재했다. 오히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2023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IMS모빌리티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184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금 가운데 46억원은 이노베스트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IMS 지분 매입에 쓰였는데, 이 회사의 유일한 사내이사는 바로 김씨의 부인 정아무개씨다. 석연치 않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결정에 이어 투자금이 최종적으로 흘러간 곳이 김씨의 가족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커진다.

투자 업계에서는 지분 투자 형식이 아닌 수익률 보장 등의 안전장치가 없는 재무적 투자가 주요 기업에서 동시다발 집행됐고, 심지어 그 대상이 자본잠식(순자산 556억원, 부채 1414억원) 상태에 빠져 있었다는 점에서 이례적 사안으로 평가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경영진의 ‘정무적 판단’ 없이 수십억원대 투자를 집행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민 특검팀은 투자를 집행한 기업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해 대가성 투자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특검팀은 사실상 이노베스트가 김씨의 차명회사라고 결론 낸 상태다. 7월23일 특검에 출석한 김씨의 배우자 정씨도 이를 실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투자받은 자금의 최종 종착지가 김씨인지, 김씨와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한 정황이 있는 김 여사에게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변수는 ‘키맨’인 김씨의 신병 확보와 그 시점이다.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제3국 이동 가능성이 제기된 김씨의 신원이 빠른 시일 내 확보되지 않는다면 수사는 공전할 수밖에 없다. 특검팀 출범을 염두에 두고 국내를 빠져나간 김씨가 상당 기간 법률적 조력을 받으며 수사에 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간에 쫓기는 쪽이 특검인 점도 악재다.

김건희 특검은 20일의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장 170일 동안 수사가 가능하다. 특검팀은 김씨를 인터폴에 적색수배하고 여권 무효화 절차에 착수했지만, 송달 절차 등을 거쳐 외교부를 통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기까지 통상 한 달 안팎이 걸린다. 최악의 경우 김씨가 특검 종료일까지 해외에서 버티기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일단 김씨는 자녀 돌봄 문제를 이유로 부인 정씨의 출국금지를 해제하면 자신이 입국해 조사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특검팀은 “피의자의 조건부 입국을 수용할 이유가 없다”며 자금 동결 조치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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