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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추천·검증 李측근 독식…막말·표절·저서 등 기본조사에서 허점 드러나
최동석 “文 멍청” “李, 민족의 축복”…‘코드 인사·비밀주의’에 부실 검증 반복
“치욕” 친문계는 ‘심리적 이탈’ 상황…“李, 인사는 국민 눈높이로 절대평가해야”

“한국인들이 점점 이재명과 관련한 ‘메타노이아’(회개)가 일어나고 있다. 이재명이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커다란 축복.”(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무능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끼리 논다. 무능한 사람들끼리 서로 존경한다. 돌아버리는 거지.”(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해)

“이 노랑머리의 법률대리인이 점점 정신줄을 놓고 있다. 치료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를 향해)

이재명 대통령이 7월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행사를 돕고 있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왼쪽은 행사를 돕고 있는 최동석 인사혁신처장. ⓒ연합뉴스

사인이었던 노학의 주관적인 논평일까, 공인이 되기엔 선을 넘은 막말일까.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의 과거 발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그의 전문성과 인사의 적절성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양상이다. 야권뿐 아니라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인사 개혁을 주도하는 고위공직자가 특정 인물, 특정 사안에 대한 시각이 너무 편향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특히 그의 선명한 반문(反문재인)·친명(親이재명)색이 드러나면서 여권 내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동시에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앞서 ‘논문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철회, ‘보좌관 갑질 논란’이 제기됐던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했던 이 대통령이다. 그런 이 대통령이 최 처장만큼은 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를 막론한 공세에도 이 대통령은 왜 최 처장을 지키려는 것일까. 정치권에선 ①여기서 더 밀리면 야권에 정국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와 절박감 ②오랜 측근인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에게 집중된 인사 검증 권한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그에게 중책을 맡긴 이 대통령의 자존심 ③야권을 몰아붙이고 있는 ‘특검 정국’ 속 민심의 유리한 흐름을 자신하는 대통령실의 분위기 등이 ‘최동석 옹위’의 물밑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7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7월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5명 낙마는 안 된다?…용산의 침묵 배경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을 둘러싼 논란의 발화점은 주로 그의 ‘입’과 ‘글’이다. 공직자로 임명되기 전 유튜브 방송과 강연 등에서 내놓은 발언이 연이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멍청한 인간”이라 지칭하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에 대해 “기획된 정치공작”이라 주장한 내용 등이 알려지며 공직자의 자격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그가 저서를 통해 여성·장애인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논란까지 제기되며 ‘인사 혁신 수장’으로서의 전문성에도 물음표가 찍힌 상태다.

논란이 이어지자 최 처장은 사과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도 불만이 상당하다. 특히 그에게 저격당한 친문계에서 큰 동요가 일고 있다. 12·3 비상계엄 등을 거치며 ‘원팀’으로 묶인 민주당이지만 당의 비주류로 전락한 친문계와 신주류가 된 친명계의 보이지 않는 앙금과 거리감은 여전하다. 그런데 최 처장 임명이 잠들어 있던 친문계의 불만을 깨우는 도화선이 된 모양새다.

이들은 대통령의 인사는 곧 메시지라고 본다. 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것을 넘어 친문계의 ‘정계 퇴출’을 주장했던 최 처장을 인사혁신 수장으로 앉힌 것이 이른바 ‘친명횡재·비명횡사(친명계는 공천, 비명계는 공천 탈락) 시즌2’의 서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친명계 사이에선 최 처장 관련 논란을 즐기는 분위기도 있다. 한마디로 ‘틀린 말 한 것 없다’는 얘기”라며 최 처장에 대한 여권 내 ‘동상이몽’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최 처장을 둘러싼 여권 내 평가는 계파별로 온도차가 선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7월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 처장의 ‘막말 논란’을 두고 “화가 많이 난다. 정말 치욕스럽기까지 하다”고 적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7월3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최 처장에 대해 “너무 험한 말들을 많이 해서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론이 안 좋은 것은 맞는 것 같다”며 간접적으로 그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를 포함한 친명계의 입장은 다소 다르다.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인사권”이라며 최 처장 관련 논란에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친명계 인사들도 좀처럼 공개적인 비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한 의원은 “(논란의 발언들이) 최 처장이 공직에 오른 뒤 한 발언이 아니다. 당시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민주당 내 반성의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그분이 소위 ‘네 편 내 편’ 나눠서 비판해온 분도 아니다. 오히려 탈이념 인사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즉, 외부의 평가와 별개로 최 처장에 대한 친명계 내부의 기류는 그리 차갑지 않다. 대통령실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나아가 정치권 일각에는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 대통령이 과거의 발언을 ‘공직자의 주요 결격’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 역시 과거 ‘형수 욕설 논란’ ‘조국 비판 논란’ 등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렀던 만큼, 참모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이재명 정부 들어 대통령실과 여당은 줄곧 ‘능력·충직·청렴’을 인재를 기용하는 핵심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의 ‘공직 배제 7대 원칙’보다는 다소 완화된 기준이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맨 오른쪽)이 7월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최동석 인사혁신처장(맨 오른쪽)이 7월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및 국세청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인사라인 독식’ 부작용? ‘민심’보다 ‘명심’ 살폈나

다만 친명계 내부에서도 ‘최동석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부족하다’는 분위기는 감지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설화 등을 애써 방어하더라도, 인사혁신처장으로서 그가 전문성이나 정책적 소신을 보여준 게 없는데 왜 그를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전략통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이재명 정부의 ‘선거연합’이 무너지는 순간이라는 우려 섞인 분석도 나온다. 계엄·탄핵 정국을 거치며 갈등을 빚던 친명계와 친문계·비명계 등이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쳤고, 여기에 제 시민사회 세력 등이 합쳐졌는데 민주당 정부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친문계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심리적 이탈’을 할 이유가 충분해졌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과 결별하며 사실상 스스로의 지지 기반을 허물며 자멸을 시작한 그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5명까지는 안 된다’는 일종의 ‘낙마 저지선’을 쳐놓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임명 전후에 낙마한 주요 인사는 △‘차명 재산·부동산’ 논란에 휩싸인 오광수 전 민정수석 △‘제자 표절 논란’에 휩싸인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 △‘비상계엄 옹호 논란’을 빚은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보좌관 갑질 논란’에 휘말린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4명인데, 이 숫자가 ‘5명’으로 늘어나는 것 자체가 정부의 부담이라는 시각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론의 반발 앞에 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 2명, 핵심 참모 2명을 이미 주저앉혔다”며 “여기서 인사혁신처장까지 내보내면 이 대통령으로선 ‘내가 야당에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일종의 ‘인사 저지선’을 쳐놓고 여기서부터는 외부의 판단에 더 이상 따라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도 시작부터 야당에 밀릴까봐 거부권을 쓰고 인사를 강행하지 않았나. 이재명 정부도 같은 전례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 처장과 관련된 논란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인사 추천·검증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실 인사·예산·조직 등의 업무는 김현지 총무비서관과 김용채 인사비서관이 총괄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함께해온 핵심 인사들이다. 이들이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의 인사 검증을 도맡고 있다. 특히 김현지 비서관은 이 대통령과 수시로 소통하는 ‘그림자 실세’로 불린다. 강선우 전 장관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는 메신저로 나선 이도 김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내부에선 중요한 사안은 김 비서관을 통할 수밖에 없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30년 동지인 김 비서관의 검증망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재명의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게 여권 내 정설이다. 결국 최 처장의 주요 이력과 과거 발언 등도 김 비서관이 검증하고 ‘자격이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크다. 최 처장과 관련한 일련의 잡음에서 김 비서관이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나아가 대통령실 인사 검증 권한이 특정 인사, 라인에 집중되다 보니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한국 정치는 권력자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다”며 “인사에 정해진 절차나 기준이 없는 까닭에 낙하산 인사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월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험대 오른 李의 ‘공정 인사’…지지율 유지될까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민심’에서 자신감을 얻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권 투쟁으로 지리멸렬하는 야당, 야당에 비해 2배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있는 여당, 인사 논란에도 60%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 등을 고려해 ‘최동석 카드’를 접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7월21~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61.5%를 기록했다. 7월24~25일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50.8%를 기록했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29.0%로 나타났다.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23.4%포인트(p)에 이른다(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2.0%p, 정당 지지도 조사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각각 5.7, 4.6%.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부·여당은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의 난제로 꼽혔던 한미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이른바 ‘3대 특검’ 수사가 본격화되며 야당이 코너에 몰린 모양새가 되면서다. 실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윤상현·권성동 의원 등을 둘러싼 ‘공천 개입 논란’ ‘불법 정치자금 논란’ 등이 가열되면서 국민의힘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이다. 정부·여당으로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사만큼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위공직자를 둘러싼 인사 잡음이 계속되면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민주권정부’라는 슬로건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2월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인적자원을 엄청 가진 쪽이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며 “가까운 사람이 다 포진해 그들에게 한자리씩 주고 나면, 잘못하면 (최)순실이 되지 않겠느냐”며 측근 정치를 비판한 바 있다. 20대 대선 당시인 2021년 7월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조국 사태를 두고 “공직자는 털어도 먼지가 안 나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철저한 인사 검증을 공약하기도 했다.

대통령 지지율 역시 변동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인사 논란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은 미미하나마 2주 연속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 대통령 지지율은 4주째 60% 초반대의 비교적 안정적인 지지세를 유지했으나, 정부의 잦은 인사 논란과 더불어 폭우·폭염 등 재난 피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7월29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최 처장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이재명 정부가 이런 인물을 계속 안고 갈 이유가 없다”며 “계속 논란이 이어지면 이재명 정부의 인사 기준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 처장의 ‘막말 리스크’가 클지, ‘낙마 리스크’가 클지 대통령실이 판단해야 한다”며 “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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