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일이다. 신입 기자를 채용할 때 면접에 참가한 필기시험 통과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어떤 것이고, 그 이유와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물음에 면접 참석자 대다수는 마치 미리 예측하고 답안을 준비해 놓기라도 한 듯 자신들의 의견을 막힘없이 내놓았다. 얼마 전 있었던 이재명 정부의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질문이 나왔다. “학부모들이 우리 입시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부 수장을 맡겠다는 이라면 당연히 파악하고 있어야 할 이 기본적 내용에 대한 이진숙 후보자의 답변은 어땠을까. “여러 측면이 있을 것 같아서…” 우물쭈물. 채용 현장에서도 낙제점을 받았을 만한 말과 태도가 한 나라의 교육정책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후보자에게서 나타났으니 그에 대한 비판과 거부감이 커진 것은 당연했다.
이진숙 후보자가 지탄을 받은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알 수 있을 ‘법정 교육일수’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한 야당 청문위원으로부터 “공부 많이 하세요”라는 뼈아픈 질책을 받았다. 대학 총장,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 위원,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위원회 위원장 등 굵직한 직함만 십여 개에 이르는 그의 이력이 무참해질 만한 지적이었다.
이 후보자는 자녀의 불법 조기 유학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과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아이들이 원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말을 해 보통 엄마들의 마음도 함께 찢어 놓았다. 우리 시대 대다수의 엄마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도 그 마음을 그렇게 쉽게, 그것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쓰지 않는다.
그럴 의도도, 여력도 없어서다. 그가 말한 ‘엄마의 마음’은 엄격히 말해 ‘특권의 마음’에 더 가깝다. 결국 이진숙 후보는 지명 철회돼 낙마했고,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해서 물러났다. 강 후보자의 경우에도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일해야 할 부처의 장관 후보자가 오히려 갑질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직분에 맞는 인사였는지를 곱씹게 했다.
우리가 국가 고위직 후보자들에게 조선 시대 명재상인 황희나, 고관 자리에 올라서도 비가 새는 집에서 우산을 받치며 살았다는 유관이 보여준 것과 같은 ‘극한의 청렴’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자신이 맡아야 할 일에 대한 기본소양만 갖추고 있어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사에서는 이런 최소한의 기대에도 미치지 못한 점이 드러났다. 혹여 화려한 직함 수집으로 겉만 번드르르해진 이력이나 충성도에 치우쳐 부적절한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 이참에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 ‘명함만 빽빽이 채운 사람’ ‘유튜브 등에서 사심에 찬 자가발전으로 인지도만 높인 사람’ 등은 특히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아직은 임기 초반인 만큼 이재명 정부의 인사는 앞으로도 여러 자리를 두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에 대비해 이번에 제시된 ‘오답 노트’를 잘 정리해 제대로 공부를 해둘 필요가 있다. 당장 최동석 인사혁신처장과 관련해 눈앞에 불거진 논란의 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하다(34쪽 기사 참조). 이 정부의 인사가 오만과 실패로 점철됐던 지난 윤석열 정부 때와 다를 것이 무엇이냐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인사와 관련한 해명 혹은 설득이 필요한 상대는 같은 편이 아니라 전체 국민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