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것을 이루고 선거로 권력의 정점에 도달한 이재명 대통령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에게서 두 가지 특징을 꼽는다. 하나는 좀처럼 잠이 없다, 또 하나는 여론과 지지율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눈 감으면 휴가”라는 대통령의 언급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는 남해안 대통령 별장에서 모처럼 진짜 휴가를 즐겼다. 하지만 8월 하순 준비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내심 흔쾌하지만은 않은 정청래 신임 민주당 대표의 언행이 이 대통령의 평안을 방해했을 것 같다. 둘 다 직설적이면서 극단적인 데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의 소유자다.
트럼프와 정청래,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몰라
필자는 최근 미국 행정부의 핵심 인사로부터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한테 젤렌스키처럼 당할 일은 절대로 없다”는 말을 들었다.
외교적으로 ‘절대로’라는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 미국 정부 관계자가 그런 표현을 쓴 게 인상적이었다. 트럼프가 생방송 정상회담 도중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을 모욕하고 면박 주는 장면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멀쩡한 우파 사람들이 이 영상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도 안 당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미 행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그럴 일 절대 없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로써 한미 정상회담에서 혹시 모를 돌발 변수가 제거된 셈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또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좌파이긴 하나 덜 이념적이고 더 실용적인 데다 한국인들도 10~20여 년 전과 비교할 때 더 반중적이고 더 친미적이어서 한미 관계는 안정적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외교는 바깥 나라를 상대로 하는 것이지만 국내 지지율이 시원찮으면 오버하거나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랬다. 역으로 강대국 정상과의 회담 결과가 시원찮으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과 국내 정치적 반격으로 레임덕에 빠지기도 한다. 이는 정치와 외교가 꼬리를 물며 선순환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이재명-트럼프 회동이 성공해 서로 신뢰를 쌓고 더 굳건한 한미동맹을 다지게 된다면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국민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문제는 당파성에 사로잡힌 정청래의 민주당이 대통령 정치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사실 이재명과 정청래 사이의 인간적 신뢰는 썩 깊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사례가 꽤 있다.
정청래식 폭주가 이 대통령 발목 잡을 수 있어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분열된 정치를 끝내겠다”고 했다. 실제 그는 야당 대표들의 싫은 소리도 들어가며 식사를 몇 번 했다. 그런데 집권당의 신임 대표라는 사람은 제1야당을 저주·모독·조롱하면서 대놓고 협치 파괴를 주도하고 있다. 민주당 정권 1, 2인자의 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정 대표는 “국민의힘을 해산시키겠다”는 폭언도 모자라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제1야당 사람들을 ‘사람 이하’로 취급했다. 이렇게 폭력적이고 옆에서 듣는 이도 수치스러워지는 레토릭을 들어본 적이 없다. 입장을 바꿔 어떤 사람이 똑같은 이유로 ‘정청래와 악수할 일 없다’고 하면 정 대표 마음에 어떤 감정이 생길지 궁금하다.
정 대표에게 국민 전체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오직 열혈 당원을 챙겨 당내 입지만 키우면 더 큰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러나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정청래식 폭주는 이재명 정부의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 쪽에서도 지지율 하락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 이 대통령과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는 어떤 측근은 “정청래는 자기 정치를 위해 저러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의 8월은 자기 정치에 능수능란한 트럼프와 정청래, 두 사람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이 더 많아질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