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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주식 다루는 부서 근무자 주식 금지하는 건 기본”…김현웅 법무장관 꾸짖기도
‘차명거래’ 의혹 이미선 후보자에게 “국민적 눈높이에서 보면 주식 명의 빌려준 책임있어”
과거 ‘주식 불공정 거래 처벌 강화법’ 발의도…“미공개 정보로 불공정 거래 시 취업 제한”

“국민들에게 썩었다고 욕먹는 우리 국회의원들도 옛날부터 정무위(정무위원회) 가려면 주식백지신탁해야 하고, 법사위 오려고 하면 변호사 못합니다”

“‘주식 다루는 부서의 근무자들은 주식을 금지시킨다?’ 이게 어떻게 대책입니까. 이건 기본입니다”

(2016년 10월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명 주식거래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이 8월5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기표를 한 뒤 투표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차명 주식거래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춘석 의원이 8월5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기표를 한 뒤 투표함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따끔하게 지적하던 그였다. 특히 주식 문제와 관련해선 누구보다 예민하게 반응했다. 9년 전 그의 질문은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돌아왔다. 정부 인공지능(AI) 정책의 담당자로서 AI 관련주를 사들였다는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그것도 자신의 명의가 아닌 보좌관 계좌를 통해서다.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얘기다.

2016년, 현직 검사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2005년 넥슨 비상장주식 1만주를 무상으로 받아 8억5000여 만원을 마련하고 이를 넥슨재팬 주식에 투자해 시세차익 126억을 거뒀다는 의혹이 터지면서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그중에는 당시 법사위원이었던 이춘석 의원도 있었다. 이 의원은 당시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이같이 질의했다. “이번에도 검찰이 발표한 대책을 보니까, 이것은 대책이 아니에요. 이것은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주식 다루는 부서의 근무자들은 주식 금지시킨다, 이게 어떻게 대책입니까? 이것은 기본입니다. 국민들에게 썩었다고 욕먹는 우리 국회의원들도 옛날부터 정무위 가려면 주식백지신탁 해야 하고, 법사위 오려고 하면 변호사 못 합니다. 다 그러는데, 검찰이 냈다는 의견들은 개혁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만 개선을 합니다.”

이 의원의 발언은 고스란히 자기 발목을 잡았다. 그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AI 관련주인 네이버와 LG씨엔에스 주식을 거래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주목할 점은 그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AI 정책을 담당하는 경제2분과장을 맡았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도 경제·금융·공정거래를 다루는 정무위원회에 가려면 주식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사자가 이해충돌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 의원은 과거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우리 스스로 자정노력을 할 테니 기다려 달라’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그리고 저희 국회도, 국민들도 인내할 만큼 저는 기다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솔직히 우리 검찰 스스로의 자정노력을 했는데 정말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그러한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를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 달라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는 국민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2016년 7월18일 법사위에서 당시 이창재 법무부차관에게 한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의원은 2017년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에도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주식 거래를 경계해야 한다고 이렇게 지적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금자산의 90%가 넘는 금액 15억을 주식에 투자했다, 이것도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그렇게 이익을 남기면 뭔가 내부 정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오해의 소지도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주식들을 후보자께서 재판관에 임명이 되시면 매도하거나 백지신탁하셔야 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2019년 4월10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 후보자의 주식 차명거래와 관련한 질의와 해명이 이어지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2019년 4월10일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 후보자의 주식 차명거래와 관련한 질의와 해명이 이어지는 모습 ⓒ 시사저널 박은숙

“재판관에 임명되면 주식 매도해야 한다는 것을 아시지요?”

이 의원은 주식 차명거래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2019년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는 이미선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향해 “주식 거래가 후보자의 배우자가 한 게 맞습니까, 본인이 한 게 맞습니까?” “그러면 후보자가 관여한 정도는 정확히 어느 정도입니까? ‘남편에게 내 명의를 사용해서 거래를 하라’는 정도는 허용이 된 바지요?” “후보자의 명의를 사용한 주식 거래 액수는 어느 정도 됩니까?”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청문회를 주도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눈높이에(서 보면) 후보자의 남편이 주식을 했지만 후보자도 주식 명의를 빌려주고 한 부분에 대한 책임이 분명히 후보자에게 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그가 보좌관 차아무개씨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지난해 10월7일에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같은 보좌관 명의 계좌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의원은 주식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을 직접 발의한 이력도 있다. 그는 2011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는데, 미공개 정보를 통해 거래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유관기관에 취업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제안 이유에서 이 의원은 “대부분의 경제사건들은 그 내용이 복잡하고 범죄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해당 사건과 관련된 경제사범을 처벌하는 것이 어렵다”며 “뿐만 아니라 범죄행위를 입증하였더라도 관대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고 자본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2012년 7월에는 김영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도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법 역시 미공개 정보를 통한 불공정 거래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제안 이유에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행위로 법원에서 벌금을 부과받는 경우 그 불법 이익금을 초과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대하여 최소한 불법 이익금 이상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벌금형의 하한선을 마련하여 불공정거래행위를 억제하고자 한다”고 나와 있다.

박충권·김은혜·곽규택·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박충권·김은혜·곽규택·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주식 차명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이춘석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野, ‘이춘석 게이트’ 막는 특검법 당론으로 발의

이춘석 의원은 논란이 불거지자 법사위원장직을 내려놓고 민주당을 자진 탈당했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의 집중포화를 피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건을 ‘이춘석 게이트’로 규정, 이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7일에는 그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거래 의혹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AI 국가대표라 하는 이재명 정부의 대규모 국책사업에 연루된 중대한 권력형 금융 범죄 게이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이 의원이 주식을 도대체 언제 매입했는지, AI 국가대표 사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관련 내부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투기에 뛰어든 사람이 과연 이 의원 혼자뿐이었는지 궁금한 것”이라며 국정기획위원회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동시에 수사당국도 전담수사팀을 편성하는 등 엄정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7일 안용식 금융범죄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고 변호사, 회계사 등 법률·자금 추적 전문 인력 등을 포함한 총 25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고강도 수사에 나섰다.

또한 이 의원을 출국금지하고 강제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보좌관 차씨를 불러 6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이 의원이 차씨 명의로 주식 차명거래를 한 것이 맞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식 투자자금 출처는 어디인지, 의원실 압수수색 당시 차씨의 이름이 적힌 수첩이 폐품 박스에 버려져 있던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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