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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급락 후 與 내부 시선 엇갈려…당정 불협화음 본격화
대통령실 “원안 고수” 장고하지만…민심 달랠 카드 부재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둘러싸고 당정이 ‘정책 일관성 vs 여론 수습’이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시장 충격과 역풍 속에 여당은 현행 유지 쪽으로 기류를 틀었지만, 대통령실은 기존 세제 개편안에 대한 번복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다음 달 고위당정협의회까지 장고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성난 여론을 잠재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의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뒤 당정의 입장이 눈에 띄게 엇갈리고 있다. 발표 당시만 해도 민주당 전임 지도부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데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불협화음은 개편안을 둘러싼 여론이 급랭하면서 본격화됐다. 발표 바로 다음날인 1일 코스피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3.88% 급락하자 투자자 반발이 거세진 것이다. 대주주 기준이 낮아지면 연말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시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결국 민주당은 개편안 발표 하루 만에 대주주 기준을 10억원보다 상향하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후부터는 여당 내부 이견도 표면화됐다.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지난 2일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이소영 의원은 4일 “세제 개편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여당 의원이 13명이다”고 밝혔다. 급기야 정청래 대표는 취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내에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하라는 ‘함구령’을 내렸다.

이런 와중에 이춘석 의원의 주식 차명 거래 논란까지 불거지며 여론의 역풍은 이재명 정부의 증시 정책 전반으로 확대됐다. 민주당은 당내 비공식 논의를 서둘러 열어 현행 대주주 기준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고 대통령실에 부정적 여론을 반영한 당의 의견을 전달했다. 10일 열린 정청래 지도부의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주식 양도세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재차 전달하면서 현행 기준 유지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실이 주식 양도세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못 박으면서 사안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흐름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정의 조율을 더 지켜보겠다는 대통령실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기재부 역시 바뀐 바 없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기류에 발맞춰 세재 개편안을 뒤집을 것이라는 관측에 일찌감치 선을 그은 셈이다.

지난해 11월28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28일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번복 땐 선례, 강행 땐 역풍

이 같은 당정 균열과 대통령실의 장고에는 정책 일관성과 여론 수습이라는 딜레마가 놓여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선 여당과 달리 대통령실은 정책 일관성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정 협의 끝에 발표한 정부안을 부정적인 여론 탓에 번복할 경우 조세를 포함한 향후 다른 정책 추진 전반에서도 여론에 주도권을 내주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대통령실의 우려다.

결국 세제개편을 강행하기 위해선 성난 민심을 잠재울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경우에도 대통령실이 내세울 뚜렷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번 개편의 취지가 윤석열 정부 시절 ‘부자 감세’의 정상화라는 명분이지만, 정권 초기부터 ‘코스피 5000’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해 온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설득하기엔 정책 철학과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도 재조명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11월4일 금투세를 전격 폐지했다. 당시 불과 닷새 전까지만 해도 ‘보완 시행’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마련해 과세 체계 조정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한 해외 주식 직접투자 허용 등을 추진했지만, 투자자 반발이 거세지자 당론을 뒤집은 것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고위당정협의까지 최대한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달에는 당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다음 고위당정협의회 전에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그때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고 하면 협의를 한 건가 이럴 것 같아서 그 전에는 정돈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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