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배씨, 서희타워에 ‘윤석열 양재동 비밀 대선 캠프’ 운영 의혹
이봉관 회장, “목걸이 제공” 자수서 제출...사위 총리실 인사 연관성 수사
김건희 여사가 역사상 처음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 신분으로서 구속 갈림길에 섰다.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특검)팀은 김 여사의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병 확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 제공 사실을 인정한 자수서는 특히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서희건설은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비밀 캠프’ 의혹에 연루되는 등 윤 정부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인 곳이다.
민중기 특검팀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김 여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여사 오빠의 장모 집에서 발견된 반클리프 아펠 모조품과 진품 등을 제시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당시 62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착용했다.
나토 순방 2개월 뒤인 2022년 8월 말 공직자 재산 미신고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신고 대상인 500만원 이상 귀금속에서 목걸이를 누락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당시 “지인에게 빌려 착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전달한 그라프 목걸이, 샤넬 가방 등과는 별개 건이다.
이 회장은 반클리프 목걸이와 관련해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착용한 목걸이를 제공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최근 특검팀에 제출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1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서희건설 측이 김건희씨에게 교부했다가 몇년 뒤 돌려받아 보관 중이던 목걸이의 진품 실물을 이미 제출받아 압수했다”며 이처럼 설명했다. 특검팀은 이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목걸이 진품 확보 경로 등을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는 김 여사의 기존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특검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첫 조사 당시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목걸이는 어머니 선물용으로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모조품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여사의 친오빠 장모 집에서 발견됐다. 특검팀은 이후 업체 측으로부터 “해당 모델 출시일은 2015년”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이 회장의 자수서까지 더해지면서 김 여사의 수사 방해 및 증거 인멸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반클리프 매장 압수수색에서 특검팀이 확보한 구매자 명단에는 서희건설 비서실장 모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목걸이 구매 시점은 나토 순방 석 달 전쯤인 2022년 3월9일이며, 이들은 현금이 아닌 백화점 상품권으로 목걸이를 구매했다고 한다. 서희건설 측은 문제의 목걸이를 김 여사 측에 제공한 후 다시 반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맏사위인 검찰 출신의 박성근 변호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2023년 12월 비서실장직에서 사임한 후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부산 중·영도에서 출마했다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탈락했다. 특검팀은 서희건설 측의 목걸이 제공과 박 변호사의 총리실 임명 배경이 연관될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서희건설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1일 압수수색을 받은 서울 서초동 서희건설 본사 건물은 2022년 대선 당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불법 대선 캠프를 운영한 장소라는 의혹을 받았다. 전씨가 서희타워 2층에 불법 대선 캠프 사무실을 운영했다는 게 골자다. 서희타워 앞에 양재역이 있는 점에서 나온 일명 ‘양재동 캠프’ 의혹이다.
전씨는 당시 공식 대선 캠프와 별개로 비선 조직을 운영했고, 경선 이후 선거대책위 조직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네트워크본부는 정식 직제화됐지만 ‘법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체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전씨가 대선 캠프에 관여했다는 게 복수의 관계자들 설명이다. 당시 비밀 캠프 장소로 활용된 사무실 임대료와 관련해서도 무상 제공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