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들도 이낙연 신당 합류 고민”
[편집자 주] 윤석열 vs 이재명 ‘2라운드 승부’ 좌우할 3인의 발걸음 어디로?
갑진년의 해가 떠오르면서 22대 총선도 정확히 100일이 남았다. 2022년 3월9일 대선에 이어 2024년 4월10일 총선으로 ‘윤석열 대 이재명’의 2라운드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사생결투식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한동훈, 이준석, 이낙연 3인의 행보가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고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맞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취임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을 쏟아내면서 “86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소위 ‘789세대’로의 교체를 내세웠지만, 한동훈 비대위의 성패는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차별화를 보일 것인지가 좌우할 전망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한동훈 비대위로 인한 ‘이준석 신당’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한 위원장과의 라이벌 구도를 부각시키려는 모습이다. 이준석 신당이 보수진영에 얼마나 큰 파열음을 일으킬지가 관심거리다.
민주당은 공천을 앞두고 예상됐던 계파 갈등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친명과 비명 간 골이 더 깊어지고,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이른바 ‘3총리’ 회동설이 나돌면서 과연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 여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신당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있다. 시사저널이 이 3인의 행보를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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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화합일까 결별일까.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의 두 축인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결말 얘기다. 결과는 조만간 드러난다. 신당 창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가 이 대표의 당대표직 사퇴를 조건으로 제시한 시한은 연말이었다. 현재로선 이 대표에게 사퇴는 선택지에 없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결국 화해하지 못하고 쪼개질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양측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게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이낙연 측, 신당 당직자·사무실 물색 중
특히 이낙연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스스로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파장이 커졌다. 이낙연계 싱크탱크 ‘연대와공생’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남 전 실장은 2023년 12월2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1년 7월 대장동 원주민으로부터 의혹에 대해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한 경기 지역 매체에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저히 개인 행동이었으며 제보 당시 이 전 대표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최측근의 움직임을 이 전 대표가 모르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남 전 실장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해 이 전 대표가 이미 당을 떠날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남 전 실장은 최근에야 이 전 대표에게 사실을 얘기하자 이 전 대표가 ‘사실대로 밝혀라’고 했다고 전했다. 남 전 실장은 ‘민주당과 완전 결별 선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표가 굳이 대장동과 신당의 관계를 언급하며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진실만이 힘이고, 이는 민주당이 그동안 정치해 왔던 전통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런 점을 잘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헤어질 결심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다만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은 실제 어느 정도 신당 창당을 결심한 분위기다. 최근 신당의 실무를 맡을 당직자들을 구하고 있으며 여의도 국회 인근에 사무실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친명(親이재명)계는 상당히 격앙돼 있다. 한 친명계 당 관계자는 “아무리 경쟁자라도 같은 편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인데 이는 심각한 해당 행위”라면서 “이 전 대표가 (남 전 실장의 제보를) 정말 몰랐겠나. 설사 몰랐다고 하더라도 책임은 당연히 이 전 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친명계 인사는 “이 전 대표 본인에게도 지금이 매우 민감한 시기일 텐데 이 시점에 기자회견까지 열고 사실을 고백하도록 둔 것은 사실상 당을 떠나겠다고 공언한 게 아니겠나”라며 “탈당의 명분이 부족하니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막 시작된 공천 정국에서 곧바로 파열음이 나면서 이 대표에 대한 당내 원심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예비후보자 검증에서 몇몇 비명계 인사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논란을 낳은 것이다.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 도전하려 했던 비명계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지난 총선에서 ‘경선 불복’을 했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단을 받았다. 그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이 조 사무총장을 단수 공천하면서 경선 기회를 잃자 당에 대해 공천 무효소송과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했다가 최종 패소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아빠 찬스’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하자 탈당해 무소속 출마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은 이번 예비후보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의 고무줄 잣대에 ‘비명계 찍어내기’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친낙(親이낙연)계 최성 전 고양시장도 친명계 한준호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 예비후보에 지원했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고양시장 재직 때 당정 협력 일정에 불응했다는 이유다. 최 전 시장 측에 따르면 구체적인 사유는 당에서 설명하지 않았다. 최 전 시장은 “적격 통보를 받은 사람 중 범죄자가 수두룩하다는데 저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감당할 수 없는 모욕감과 불공정함을 느낀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얼마 전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이 설친다’는 발언을 옹호했던 친명계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적격 판정이 부각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친명계에선 보복운전 논란이 있는 이경 전 상근부대변인 등 친명계 상당수도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계파 간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명계 공천 부적격 판정, ‘고무줄 잣대’ 논란
친명계의 비명 자객공천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친명계와 비명계 간 심리적 거리를 넓히고 있다. 다수의 친명계 인사가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당내에서 친명과 비명을 구분해 마치 ‘친명 감별’ 같은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당내에는 친명을 넘어 ‘찐(진짜)명계’까지 등장했다.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친명계 원외 인사 18명이 ‘퇴진과혁신’이라는 모임을 만들고 얼마 전 공동 출마선언을 가졌는데 당내에선 이들이 찐명을 자처한다고 보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비명계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출마할 예정이다.
또 친명계 호남 지역 출마 예정자들의 사진과 이름이 담긴 추천 명단 이미지가 당내에 돌면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이미지에는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글귀와 함께 당 대변인을 맡았던 김의겸 의원(군산), 당대표 특보인 정진욱 민주연구원 부원장(광주 동남갑), 강위원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광주 서구갑), 양부남 법률위 공동위원장(광주 서구을), 박균택 변호사(광산갑) 등의 이름과 사진, 출마 예정지가 담겼다. 광주 광산갑의 이용빈 의원은 민주당 의원의 단체 메신저에 해당 명단을 올리면서 “치졸한 민주당 텃밭 호남의 창피한 현실”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 등을 놓고 1년 넘게 갈등이 있어 왔지만 불꽃이 튀기는 정도에 불과했고 공천 과정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친명계와 비명계 분열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컷오프-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갈등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신당 창당에 나서는 이낙연 전 대표 입장에선 호재다. 떨어져 나가는 비명계를 빨아들일 구심점 역할을 할 여지가 생긴다. 예비후보 심사에서 떨어진 최성 전 시장이 이미 이낙연 신당 합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상민 의원에 이어 현역 의원 중에서도 추후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탈당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의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의 거취 결정이 가시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이 대표 사퇴와 통합 비대위 전환 등을 요구하며 시한을 연말로 못 박았다. 현역 의원의 이낙연 신당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 전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민주당 관계자는 “몇몇 현역 의원도 신당 합류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공천이 트리거가 될 거다. 현역 의원들도 공천에서 문제가 생기면 민주당을 탈당하거나 신당 합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류 바뀐 정세균·김부겸…3총리 회동 이뤄지나
문재인 정부 3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3총리가 연대해 이 대표를 향해 요구사항들을 공개적으로 내놓는다면 이 대표 입장에선 굉장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3총리 연대설은 이미 힘이 빠진 측면도 있다. 이 전 대표는 한두 달 전부터 정·김 전 국무총리와 각각 몇 차례 회동하며 조력을 요청했지만 두 사람은 ‘신당’엔 선을 그어왔다. 그런데 최근 약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정·김 전 총리, 정 전 총리·이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24일과 26일 각각 만나 3총리 회동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다. 정·김 전 총리는 최근의 당내 공천 잡음 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정·김 전 총리는 당의 통합과 성공을 위해 3총리가 논의할 수 있지만 탈당-신당 창당 등의 연대에는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김 전 총리 측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은 일관되게 당이 바르게 나아가기 위한 길, 통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 탈당은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3총리 회동도 원론적으로만 거론됐을 뿐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음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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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發 ‘세대교체론’에 긴장하는 민주당
1970년대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으로 여당 내 ‘세대교체론’이 고개를 들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덩달아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위원장이 789세대(70~90년대생)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이 이와 대비돼 총선 정국에서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도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인사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민주당도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이재명 대표뿐 아니라 그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들도 대부분 나이가 많다”면서 “최근 인재 영입을 봐도 국민의힘은 90년대생을 여러 명 영입할 정도로 세대교체에 적극적인데 민주당엔 그런 분위기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청산론’까지 꺼내 들면서 민주당이 더 난처해진 것도 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얼마 전 구속된 송영길 전 대표가 대표적인 86세대이며 현재 민주당 내 현역 의원 중 86세대 등 운동권 출신이 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들 중 대다수가 다가오는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며 원외에서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86세대들이 국회 재입성을 노린다. 민주당은 최근 86 운동권 출신의 박선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97세대(90년대 학번, 70년대생)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 출신 인사들을 앞세워 세대교체에 나설 거란 전망도 나오지만 이들 역시 운동권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당에는 경륜이 있는 사람들도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얘기하는 인위적 86세대 청산론, 세대교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보수진영에선 이준석·한동훈 같은 젊은 사람들을 밀어주려는 분위기가 있지만 민주당은 그런 부분에서 매우 부족하다. 현재 민주당 내에도 젊고 유능한 정치인이 꽤 있는데 그들을 앞세우고 키워주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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