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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호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왜 모든 국가와 사회는 반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릴까? 그중 많은 사회가 내전, 혁명이나 심각한 수준의 혼란을 겪으며 명멸한다. 저자는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한 수백 건의 위기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복잡계 이론에서 성공했던 방법론을 적용해 ‘왜 사회가 반복적으로 위기에 빠지는지’에 관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피터 터친 지음|생각의힘 펴냄|424쪽|2만3800원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윤리경영 리더십일본 근대 경제의 아버지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경영철학을 다룬 평전. 그는 일본 최초의 은행 설립과 50
겨울이 유난히 길더니 마음의 추위도 함께 길어졌다. 이내 올 것 같았던 봄은 자꾸 지체됐고, 겨울이 남긴 불안은 때를 잊은 듯 퍼부었던 3월의 폭설처럼 느닷없이 차갑고 시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늦춰지면서 국민의 일상은 ‘일시 멈춤’을 넘어 더 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세상이 제자리를 되찾든, 다시 흔들리든 ‘밥심’이라도 잘 채워놔야 버틸 텐데, 그 밥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다. 탄핵 정국이라는 긴 터널에 갇힌 서민들의 일상이 그렇게 또 고단해졌다. 여기저기서 탄핵심판 선고와 관련해 내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알렉산더 대왕은 적군을 무자비하게 초토화시켰지만, 그럴수록 저항은 컸다. 고민 끝에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을 받아들여 융화 정책을 폈더니 모든 것이 수월해졌다. 고대 전쟁 영웅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선고’ 이후 예상되는 혼란이 자꾸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요즘 헌재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양대 진영은 상대를 초토화시키겠다는 적대적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위 준전쟁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럴수록 대국민 융화 정책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중혁명’ ‘저항권’ ‘국회해산’ 같은 자해적 용어들이 영향력 있
“사필귀정(事必歸正) 아니겠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며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2심 서울고등법원 재판부는 이날 원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서 무죄 선고 주문이 낭독된 뒤 이 대표는 재판부를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법원 문을 나서며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안심해도 된다는 듯 손을 들어올렸다. 선고 전 법정으로 향할 땐 취재진 질문에 “나중에 하자”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이 대표는 선고를 마치고 나올 땐 무거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내 경제 악화를 막기 위한 특별 조치에 나선다. 한 대행은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하는 한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F4(Finance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에게 국내 경제정책 추진 방향을 곧 지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대행은 ‘물가’ ‘부동산’ ‘자영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역점을 두고 경제정책을 펼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물가 상승 압박이 끊이지 않는 상황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으로 변동성
헌법재판소의 침묵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파면’과 ‘복귀’ 갈림길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은 3월 마지막 주까지 봉인됐다. 4월로 향해 가는 헌재의 시간표 앞에는 ‘임계점’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다. 헌재가 역대 최장 심리 기록 경신 속에 표류를 거듭하면서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라는 여론이 들끓는다.3월 선고 불발…“심각한 상황 생겼을 것”“대통령 탄핵 사건이 다른 어떤 사건보다도 더 중요하다. 무조건 앞에 있는 사건부터 처리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시급한 사건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재판관 회의가 결정했다. 탄핵심
3월21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했다. 다음 날 열리는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왕 주임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20년 11월 이후 5년 만이다. 2박3일 동안 왕 주임은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1년4개월 만에 열린 3국 외교장관 회의뿐만 아니라 제6차 중·일 경제 고위급 대화를 위해 15개 정부부처 책임자들까지 대동했기 때문이다. 왕 주임은 외교장관 회의에서는 일본을 향해 “올해가 종전 80주년”이라면서 “역사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직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그러나 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 선포에 일본 정부와 재계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앞서 3월12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할당 제도를 통해 연간 125만 톤까지 철강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면제받아왔던 일본도 예외 없이 관세 부과 대상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추가 관세 적용 발표 이틀 전인 3월10일 무토 요지 경제산업상이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일본을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제외해 주도록 요청했음에도 관세 적용을 면제받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또 오락가락이다. 키워드는 ‘상호관세’다. 한국 기업 현대자동차가 3월24일(현지시간) 31조원 투자라는 선물 보따리를 건네자, 자신의 관세 드라이브 성과로 자화자찬하며 트럼프는 일부 국가에 대해 관세 완화나 면제를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럭비공 같다. 언제든 입장을 180도 바꿀 수 있다. 우려는 곧 현실이 됐다. 트럼프는 4월2일부터 외국산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영구적으로 물리는 행정명령에 3월26일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번 자동차 관세 부과에 대해 ‘해방의 날의 시작’이라
“연금 개혁은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가 아닐까. 여야 간 악화일로 상황 속에서 처음 합의를 통해 도출한 결과물이다.” “이번 협상으로 정치의 본질인 타협의 의미를 다시 새겨줬다. 22대 국회에서 사실상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그나마’ 내세울 게 생겼다. 이번 개혁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핵심 관계자들)2007년에 멈춰있던 ‘연금 개혁’ 시계를 여야가 18년 만에 ‘힘을 모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오랜 줄다리기 끝에 보험료율은 9%→13%, 소득대체율은 41.5%→43%로 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하 A대표팀)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한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3월 열린 홈 2연전에서 모두 졸전 끝에 비기며 자력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를 6월로 넘기고 말았다. 오히려 조 1위를 뺏길 수도 있었지만, 경쟁팀들이 함께 미끄러진 덕에 가까스로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3월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FIFA(국제축구연맹)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8차전에서 요르단과 1대1로 비겼다. 전반 5분 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또 기사회생했다.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에 이어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불거진 ‘선거용 거짓말’ 혐의에서도 당선무효형 판단이 나온 원심이 깨졌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사건을 맡은 서울고법 재판부는 3월26일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향후 10년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형량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이 대표는 7년 전에는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을 거짓 해명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했다. 24만7077표 차이, 즉 0.73%포인트 격차로 패배했다. 0.73%포인트라는 초박빙 격차를 고려하면, 어떤 지점이든 ‘조금 더’ 잘했으면 승리했을 것이다. 그중 하나가 서울 지역에서의 패배다.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31만766표 격차로 패배했다. 전국적으로 약 24만7000표 격차로 졌는데, 서울에서 약 31만1000표 격차로 졌다. 서울에서 대략 13만 표만 더 가져왔어도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다(이재명 후보가 13만 표를 더 가져오면, 윤석열 후보 표에서 13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었던 사법 리스크에서 탈출하는 순간이다. 이 대표의 2심 무죄 선고를 놓고 여야 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를 무겁게 짓눌러왔던 재판 리스크에서 한시름을 덜었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李 ‘중도층 지지율’ 상승 기대해볼 만공직선거법 2심 무죄 선고는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끝내는 순간인가, 아니면 다른 재판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작인 것일까.
얼마 전 수원 스타필드의 별마당도서관에서 ‘다른 목소리, 여성시인들’ 강연을 하며 탄실(彈實) 김명순(金明淳·1896~1951)의 시를 소개했다. 김명순이 1924년에 발표한 시 《유언》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조선아 내가 너를 영결(永訣) 할 때/ 개천가에 고꾸라졌던지 들에 피 뽑았던지/ 죽은 시체에게라도 더 학대해다오/ 그래도 부족하거든/ 이다음에 나갓튼 사람이 나드래도/ 할 수만 있는 대로 또 학대해보아라/ 그러면 서로 미워하는 우리는 영영 작별된다/이 사나운 곳아 사나운 곳아.”얼마나 당했으면 서른 살도 안 된 여자가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스케일이 더 커지면 도시 속 사람들의 관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를 결정한다. 건축은 그렇게 사회를 구성해 왔다. 이 책은 건축 공간이 만드는 관계가 어떻게 사회를 진화시켜 왔는지 보여줄 것이다.”건축 관련 다양한 인문서를 펴내 ‘인문 건축가’로 불리는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공간 인간》을 펴냈다. 모닥불 공간으로부터 스마트 시티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간의 발달사를 다룬 이 책은 건축 양식이 변화해 가는 흐름 속에서 공간과 사회가 영
“트럼프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충격적이다? 그는 너무 예측 가능하다.”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3월2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른 진단’을 내놨다. 이 교수는 관세전쟁 등 트럼프가 오랫동안 ‘예고했던’ 수많은 사안에 대해 한국 정치권 등의 대책이 부족했던 것이지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시즌2’를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 속에서 끌고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변수도 있었다. 계엄·탄핵 사태라는 국내적 불확실성은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데 불확실성을 키웠다. 불확실성은 불신을 키운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연기 레전드 이병헌이 올봄 영화 《승부》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영화 《승부》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다.《승부》는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바둑 레전드 조훈현 국수(國手)를 실제 모델로 삼은 영화다.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이니만큼 캐스팅에서는 그 어떤 배역보다 신중했다는 후문.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시나리오의 첫 페이지를 쓰자마자 이병헌이
“바람이 이렇게 원망스러운 건 처음이다.”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는 경북 의성군 산불 진화에 동원된 한 소방관의 하소연이다. 3월21일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경북 의성과 울산 울주 등으로 번지며 3월27일 기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벌써 일주일째 산불이 이어지며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이로 인한 피해 또한 엄청나다. 의성·울주·김해·안동·청송·옥천·영양·영덕 등 지역의 산불 피해 면적은 3월27일 오전 기준 약 3만6000ha로 늘었고, 26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피해 규모는 역대 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