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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진화와 함께한 건축 공간 발달사 다룬 《공간 인간》

공간 인간|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펴냄|392쪽|1만9500원
공간 인간|유현준 지음|을유문화사 펴냄|392쪽|1만9500원

“요소들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공간은 그 공간 안에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규정한다. 스케일이 더 커지면 도시 속 사람들의 관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를 결정한다. 건축은 그렇게 사회를 구성해 왔다. 이 책은 건축 공간이 만드는 관계가 어떻게 사회를 진화시켜 왔는지 보여줄 것이다.”

건축 관련 다양한 인문서를 펴내 ‘인문 건축가’로 불리는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공간 인간》을 펴냈다. 모닥불 공간으로부터 스마트 시티까지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간의 발달사를 다룬 이 책은 건축 양식이 변화해 가는 흐름 속에서 공간과 사회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해온 모습을 보여준다. 유 교수의 기존 책들과 달리 건축적 요소나 특징 등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건축이 인류와 공진화해온 과정에 중점을 두고 큰 그림을 담아냈다.

피라미드, 도서관, 콜로세움, 수도교, 공장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건축물이 등장하면서 그 공간 속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달라졌고, 사회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갖게 되었다. 신전이나 성당이 만들어지며 종교 권력이 탄생했고, 극장이나 경기장이 들어서고 관람 문화가 생겨났다. 수정궁이 건축되고 소비자라는 계층이 형성됐고, 엘리베이터의 발명으로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거대 도시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건축 공간은 사회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했고, 조직을 견고하게 다졌으며, 사회 규모를 키웠다. 유 교수는 건축의 혁신이 그 사회의 혁신으로 이어져 세상을 변화시키고, 다음 시대를 열었던 모습들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자연적 제약이나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건축적 해결책이자 시대별로 진화의 단계에서 필요한 역할을 했던 건축 공간들. 유 교수가 건축 진화의 역사를 되돌아본 이유는 현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새로운 건축 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아무리 가상공간이 중요해진 시대라 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IT 기술에만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이 시대에 맞는 건축에서의 공간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격변의 시기를 사는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지적한다.

“잘 만들어진 건축물은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 현재 우리 사회의 계층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공간적 혁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도시는 아직도 1970년대의 공간 혁명이었던 아파트를 재탕하고 있고, 상업 공간에도 혁신이 없다. 기술 혁신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건축 공간은 이 시대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 지금은 그런 새로운 건축이 절실한 시대다.”

예나 지금이나 건축 공간의 혁명은 건축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유 교수는 “건축에서의 위대한 혁명은 누군가의 상상 속에서 시작하지만 그것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사람이 같은 꿈을 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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