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선고에 李 운명 다시 출렁…‘남은 재판’ ‘높은 비호감도’는 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었던 사법 리스크에서 탈출하는 순간이다. 이 대표의 2심 무죄 선고를 놓고 여야 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이 대표를 무겁게 짓눌러왔던 재판 리스크에서 한시름을 덜었다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李 ‘중도층 지지율’ 상승 기대해볼 만
공직선거법 2심 무죄 선고는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를 끝내는 순간인가, 아니면 다른 재판들을 기다려야 하는 시작인 것일까. 공직선거법 2심 무죄 선고로 이 대표의 ‘중도 외연 확장성’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3월18~2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정치 지도자, 즉 장래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자유응답), 이재명 민주당 대표 36%,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9%,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각각 4%, 홍준표 대구시장 3%,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1% 순으로 나타났다. 5%는 이외 인물(1.0% 미만 약 20명 포함), 37%는 특정인을 답하지 않았다(그림①).
이 조사에서 이 대표는 35% 안팎의 지지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이지만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추세였다. 박스권에 갇힌 원인으로는 재판 리스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렇다면 이번 무죄 선고로 인해 박스권 지지율에 상승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35%로 나오는데 이 부분의 상승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재명이 78%로 확고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김문수가 23%, 한동훈·오세훈·홍준표가 각각 10% 언저리, 41%는 의견을 유보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기준으로 보면 찬성자 중 61%가 이재명을, 탄핵 반대자의 24%는 김문수를 꼽았다. 민주당 지지층과 탄핵 찬성층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무죄 선고가 가져올 중요한 현상으로는 ‘호남 민심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호남은 지역으로 분석할 때, 민주당의 아성이자 대통령선거가 있을 경우 민주당 후보자가 가장 많은 득표를 기대하는 지역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호남에서 득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 호남 출신이 아닌 데다 재판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었던 이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로 이해된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한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의당이 호남 정당으로 우뚝 올라서기도 했었다.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이 대표는 호남 지역에서 지지율이 66%로 가장 높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점의 호남 지지율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특히 많은 호남 출향 인사가 유권자 주민등록을 해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 서울인데, 이 대표의 서울 지지율은 34%로 전체 평균 결과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그림②). 호남 지지율이 더 올라가지 않았던 이유도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 때문으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 선고로 인해 호남 지지율의 극적인 변화까지도 기대해볼 만하다.
‘중도 외연 확장성’과 ‘호남 민심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 과연 이 대표에 대한 리스크는 종지부를 찍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앞으로 직면할 리스크는 더 남아있는 것인가.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면서 큰 고비를 넘겼지만, 이 대표는 선거법 사건을 제외하고도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 수원지법 등에서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서울고법에서는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2심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도 대법원까지 가야 한다. 첩첩산중이다. 조기 대통령선거로 간다면 국면 전환이 가능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인용’이 아니라면 상황은 더 꼬이게 된다.
보수층의 ‘이재명 포비아’는 큰 숙제
빅데이터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SomeTrend)로 3월1일부터 26일까지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이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범죄’ ‘위반’ ‘혐의’ ‘비판’ ‘체포’ ‘논란’ ‘우려’ ‘혼란’ ‘의혹’ ‘위기’ ‘갈등’ ‘허위사실’ ‘불법’ ‘희망’ ‘짜다’ ‘부정선거’ ‘위협’ ‘반발’ ‘기대’ ‘충격’ ‘비난’ ‘유감’ ‘불안’ ‘허위’ ‘경고하다’ ‘수괴’ ‘망언’ ‘의심’ ‘폭동’ 등으로 나온다(그림③).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볼 때 이 대표를 둘러싼 정치 현실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다. 공직선거법 위반 무죄 선고가 재판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시키는 촉매제 역할은 분명하지만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는 않은 셈이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2심 무죄 선고로 대선 출마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검찰은 판결 직후 즉각 상고했지만 향후 조기 대선이 현실화할 경우 예상되는 6월 이전에 상고심 결론이 나오긴 어렵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설령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파기환송심 등을 거쳐 판결이 확정되기까진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대표의 운명에 몇 가지 중대 변수는 더 남아있다. 우선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더 출렁이게 된다.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더라도 이 대표를 둘러싼 비호감, 즉 보수층의 공포(Phobia)를 어떻게 최소화할지도 중대 과제가 된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