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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주치의 찾기부터 스트레스 완화 노하우 만들기까지 

트로트 가수 송대관씨가 향년 78세로 사망했다(대한민국 남자 기대수명은 81.4세다). 한파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날, 급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한 그의 소식은 다시 한번 우리의 건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송씨는 담도암 5년 차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암이 아닌 심장마비로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까지 받았다고 하니, 암 환자의 건강 관리에 구멍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암 경험자’ 또는 ‘암 생존자’라는 용어가 있다.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난 20년간 5년 암 생존율은 43%에서 72%로 뛰어올랐다. 대한민국 인구 260만 명이 암을 경험했다. 이는 국민 20명당 1명꼴이기에 우리 주변에 암 환자가 항상 존재한다는 뜻과 같다. 의학계에서는 암 경험자들의 ‘건강 관리와 건강 노화’가 화두다. 병원과 지역사회는 암 생존(Cancer Survivorship) 프로그램을 구축한다. 일반 인구 집단보다 높은 질병 위험, 사회생활 복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건강 관리 지원 시스템도 세계적으로 한층 강조되는 분위기다. 

ⓒ시사저널 임준선
ⓒ시사저널 임준선

실제로 암 경험자는 일반 인구 집단보다 당뇨와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심뇌혈관질환에도 취약하다.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부위에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 이차암도 관리해야 함과 동시에 암 치료 이후의 감염과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총체적인 건강 관리가 요구된다. 

물론 환자로서도 ‘암 선고’라는 인생의 충격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술과 담배를 뚝 끊어내고 먹는 것, 자는 것, 운동하는 것 모두 건강에 이로운 행동으로 대전환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현실은 암 환자들을 위한 포괄적 건강 프로그램과 이를 제공할 주치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족하다. 모든 책임은 오롯이 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다. 

 

암 건강 프로그램 제공하는 병의원 찾아야

암 경험자의 흔한 불편감, 만성 피로와 통증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생활은 가능한지, 임신과 출산은 할 수 있을지 등 여러 가지 궁금증은 다음 몇 가지 실천을 통해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첫째, 나의 건강 주치의를 찾아라. 주변에서 암 건강 클리닉을 제공하는 병의원을 찾을 수 있다. 대학병원급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추세다. 이런 병원에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의사를 정하고, 나의 건강한 일상생활을 통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점검받을 필요가 있다.

둘째, 건강 점검표를 만들어라. 건강검진 주기와 항목,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지표 관리에 대한 조언을 받고 나의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곧 건강 관리의 지표가 된다. 셋째, 맞춤형 체지방과 근육량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라. 무조건 걷기만 하는 운동은 효과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근력 운동을 늘리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넷째, 균형 있는 영양 섭취는 이왕이면 식품으로 하라.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 등 ‘카더라 통신’과 마케팅 유행에 초연해질 필요가 있다. 나만의 영양 섭취 지론이 흔들리지 않도록 교과서적인 본질에 충실하면 허튼 소비를 줄일 수 있다. 다섯째, 스트레스 완화와 마음 챙김에 대해 나만의 노하우를 만들자. 마음과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평안해질 수 있다.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화되어 가는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전략이 중요하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건강이 최우선이며, 곧 행복이다. 가수 송대관씨나 이웃집의 평범한 아저씨도 마지막 임종의 모습은 모두 같다. 무한경쟁의 복잡한 사회·경제·정치 상황에서도 오늘 하루는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다. 우리의 건강 관리가 곧 우리의 삶을 규정짓는다. 소중한 내 몸, 나 자신, 나의 하루를 위해 현명한 의료 이용을 지금부터 시작하자. 오늘도 한 암 경험자가 필자의 진료실 문을 두드린다. 오지랖 넓은 필자는 그 사람의 인생을 총체적으로 점검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구멍을 메우는 일이라 믿는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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