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월 중 컴백 가능성’ 대두…친한계 “캠프 윤곽 갖춰”
‘킹메이커’ 김종인 과외 받은 韓…‘달라진 한동훈’ 예고
‘탄핵·명태균 리스크無’는 강점…커진 ‘친윤 당심’은 난제로
“머지않아 찾아뵙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계로 돌아올 예정이다. 16일 한 전 대표는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두 달 동안 많은 분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컴백’을 시사했다. 여권 물밑에선 이른바 ‘한동훈 캠프’의 윤곽도 상당 부문 갖춰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 대표가 언급하지 않았으나 그의 시선은 ‘조기 대선’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당심’과 ‘민심’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은 그는, 답을 찾기 위해 정계 원로들에게 ‘릴레이 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2·3 비상계엄’ 후 이념 대립이 극심해진 지금, 한 전 대표는 과연 ‘재기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낼 수 있을까.
尹의 ‘탄핵 시계’ 고려한 韓의 ‘재기 플랜’
‘12·3 비상계엄’ 직전까지도 한 전 대표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윤심’을 잃은 그는 대통령과 당내 친윤(親윤석열)계 원내 지도부 사이에서 좀처럼 길을 찾지 못했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 계엄을 비판하고, 탄핵에 찬성한 죄로 당권을 잃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한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전망한 이는 없었다. 그는 지난해 12월16일 대표직 사퇴 회견을 마친 뒤 국회를 빠져나가는 길에 일부 지지자들을 만나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잠행했다.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를 애도한 것을 제외하면 정치적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그랬던 한 전 대표의 재기가 가시화될 조짐이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한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재기 결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단독] 한동훈, 2월 마지막 주 등판…“‘尹 탄핵’보단 개헌 포함 ‘정치 개혁’ 메시지 낸다”) 정치의 미래 어젠다를 제시할 책도 한 권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의 제목, 목차가 ‘한동훈의 재기 이유’이자, ‘대선 출마선언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의 ‘탄핵 시계’를 의식, 재기 시점을 2월 말 전후로 잡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이 이달 안에 끝나고, 늦어도 3월 중순 전에 선고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권 예측대로라면 한 전 대표는 이 사이에 정치권에 돌아온다. 헌재의 선고 전, ‘탄핵 공방전’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 있을 때 메시지를 내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 전 대표를 지원할 인력, 캠프의 윤곽도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친한계 인사들은 ‘언더73’(1973년생 이하 정치인) 모임을 만들어 한 전 대표를 지원사격하고 있다. ‘언더73’은 한 전 대표가 1973년생이라는 점에 착안해 이름을 붙인 모임으로, 국민의힘 김상욱·진종오 의원과 박상수·류제화 원외 당협위원장 등 1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친한계 한 핵심관계자는 “여의도 어느 빌딩에, 어떤 규모의 사무실을 구하고, 누가 어떤 역할을 맡을지 등의 실무까지 마무리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한 전 대표가 새로운 정치, 희망과 기대의 정치를 위한 복기의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난제 떠안은 韓
정치권의 시선은 한 전 대표의 ‘변화 유무’ ‘변화 방향’에 집중된다. 한 전 대표는 최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여야 원로들을 만나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모두 윤 대통령 ‘12·3 비상계엄’을 비판했던 인물로, 한 전 대표에게 ‘국민의힘의 문제점’, ‘검사 리더십의 한계’, ‘통합의 리더십 필요성’ 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과연 한 전 대표가 명쾌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심’만 잡으면 되는 전당대회와 달리 전국 단위 선거, 그 중에서도 대선의 경우 캐스팅보터인 ‘중도 민심’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 탄핵, 비상계엄 등을 두고 국민의힘 지지층과 중도층의 민심 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범보수·중도 표심’을 노리는 한 전 대표로선 비상계엄을 줄곧 비판만 하기도, 그렇다고 계엄과 탄핵 이슈를 패싱하고 다른 아젠다를 내세우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정치 성향별로 답변이 크게 갈렸다. 이념 성향이 ‘보수’라 답한 응답자 중 73%가 ‘기각해야’라고 답했고, ‘파면해야’라고 답한 이들은 24%에 그쳤다. 반면 ‘중도층’의 경우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파면해야’라고 답한 이들은 69%, ‘기각해야’라고 답한 이들은 29%로 조사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선을 노리는 비윤계 국민의힘 주자들은 딜레마에 처해있다. 당심을 따르자니 민심이 외면하는 상황”이라며 “이미 당을 친윤계가 장악한 상황에서 탄핵에 찬성하고, 계엄을 비판하는 주자들이 선전할 가능성은 적다. 특히 당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선무대에서는 비윤계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우려와 한계에도 친한계는 ‘한동훈 돌풍’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에 여권 내 대선 잠룡들이 다수 엮여있다는 점이 한 전 대표에겐 기회로 거론된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을 연이어 저격하며 ‘명태균 특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명씨의 주장이 일부라도 사실로 판명될 경우 여권의 조기 대선 레이스는 혼돈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최근 보수 다크호스로 부상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비교하면 한 전 대표의 ‘확장성’이 더 크다는 게 친한계의 진단이다.
한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친한계 한 의원은 “만약 조기대선이 열린다면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명태균 게이트’에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지지율 한계에 봉착할 게 뻔하다”며 “결국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고, 18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계엄 해제에 앞장선 한 전 대표가 가장 큰 확장성을 지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21.9%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