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원들 끌어내” 국회의 의정활동 방해 여부가 핵심 쟁점
계엄포고령 위헌 소지도 논란…김용현, ‘尹 관여’ 적극 부인 나서

2025년 헌법재판소의 풍경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무이하다. 헌정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의 내란 사건으로 열리는 탄핵심판은 전례가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 주역들의 행보는 이런 역사 현장에서 엇갈렸다. 군 지휘권자 대부분은 대통령의 책임을 덜어줬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배경부터 계엄포고령, 병력 이동 등을 증언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읽기라도 한 듯한 태도를 취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만이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계속 고수했다. 새로운 기록이 세워지고 있는 탄핵심판에서 쟁점별 주요 증언을 살펴봤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증인들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연합뉴스·뉴시스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증인들이 각각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연합뉴스·뉴시스

비상계엄 요건과 절차 맞나, 국무회의 심의와 기록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유는 ①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국헌문란의 내란 범죄행위 ②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 ③헌법과 법률 위반의 중대성 등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과 무장 병력의 폭동 행위(①번), 비상계엄 선포의 실체적·절차적 요건 위반과 국헌문란(②번)이다. 여기서 국헌문란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상황과 관련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을 파면에 이르게 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위법 여부를 판단한다.

비상계엄은 우선 헌법과 법률(계엄법)에 근거해야 한다. 전시·사변, 적과의 교전 상태와 같은 국가 비상사태, 병력으로 군사상 혹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과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어려울 때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하다. 절차상으로 △계엄 선포나 변경 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만 하고 △선포 시 지체 없이 국회에 서면이나 구두로 알려야 하며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해제를 요구하면 해제해야 한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월23일 4차 변론기일에서 대통령을 향한 ‘충심(忠心)’을 드러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 평소 행정·사법 기능 마비 상태를 우려했다”며 야권의 탄핵소추안 남발과 기관장 직무 정지, 수사검사 탄핵, 민생예산 삭감 등을 열거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1시간30분 넘게 국무위원들이 도착하는 대로 순차적으로 심의가 이뤄졌다”고 했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은 2월4일 5차 변론기일에서 “비상계엄이 적법하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 절차상 문제도 도마에 오른다.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하고,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은 이 문서에 부서(副署·서명)해야 한다. 계엄사령관 임명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17분경 국무위원 등 모인 11명에게 계엄선포 공고문을 직접 나눠줬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회의록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한덕수 국무총리는 김 전 장관의 주장에 대해 2월6일 국회에서 “워낙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많으므로 (국무회의 요건을 갖췄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무회의가 정상 진행됐다면 안건으로 다뤄졌어야 할 ‘비상계엄 선포문’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란을 입증할 핵심은 국헌문란 여부다. 헌법기관을 마비시킬 목적 여부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 병력이 논란이 되는 배경이다.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특수전사령부·수도방위사령부·정보사령부는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를 받고 병력을 이동시켰다. 크게 특전사·수방사는 국회를, 방첩사·정보사는 중앙선관위를 맡았다. 국회는 ‘봉쇄’ ‘확보’를, 중앙선관위의 경우 부정선거 의혹 관련한 ‘자료 확보’와 ‘직원 구금’이 목적인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은 계엄사령관이 행정·사법사무를 관장한다는 계엄법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한다.

 

국회·선관위 마비? 무장 병력의 폭동? ‘의정활동’ 방해했나

하지만 이와 배치되는 증언도 있다. 군 수뇌부 중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이야기다. 비상계엄 제재 수단은 국회밖에 없는데 이를 막으려고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곽 전 사령관은 2월6일 6차 변론기일에서 “지난해 12월4일 0시30분경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됐다고 하니 문을 부수고서라도 들어가 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말했다”고 분명히 했다. “‘의원’이 아닌 ‘요원’”이라는 김 전 장관의 증언이 사실무근이라는 취지다. 검찰 공소장에 담긴 ‘도끼로 문짝을 부수고’ 등의 일부 표현은 부인했다.

대통령과 통화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다만 신문이 끝나갈 무렵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묻는 질문에 “없고, 더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했다. 김현태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장은 2월6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무장 병력의 폭동 역시 내란을 구성하는 요소다. 그런데 곽 전 사령관을 제외하고는 ‘병력 이동은 지시와 군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전 사령관은 국회 외곽의 질서 유지를 위해서일 뿐 “매뉴얼상 국회 본청 내부 진입 계획도 없었다”고 했다. 상급자인 김 전 장관은 “봉쇄가 아니라 질서 유지와 경계를 위함”이라고 정당화했다. 김 전 장관은 병력의 실탄 휴대 사실도 없다고 했다. 통상적인 훈련 상황처럼 실탄을 통합 보관했고 이를 개인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중앙선관위의 경우 2023년 10월 국가정보원의 사이버 보안 실태 보고서를 근거로 한 정당한 사무였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힘을 보태는 발언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사와 여론조사업체로 가는 병력 이야기를 듣고 놀라서 이를 중지시켰다”는 게 김 전 장관의 증언이다. 김 전 장관은 또 계엄 해제 즉시 박안수 계엄사령관에게 병력 철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장 내용대로 국회의 해제 결의안 가결 이후 곽 전 사령관에게 중앙선관위 추가 병력 투입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이 이를 물었으나 거절했다”는 곽 전 사령관의 증언과 정면 충돌하는 지점이다.

뇌관으로 떠오른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은 부정됐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 위반 소지가 있는 인사들의 동정을 살피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를 하달받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동조했다. 그와 이 전 사령관은 구금시설 자체도 없다며 이에 힘을 보태는 태도를 취했다. 여 전 사령관은 특히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향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홍 전 1차장은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6분경 통화에서 여 전 사령관이 ‘경찰과 협조해서 국회를 봉쇄하고 있다’ ‘체포조가 나가 있는데 소재 파악이 안 된다’면서 명단을 불러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여 전 사령관은 “방첩사 요원들의 평균 출동 시간은 12월4일 새벽 1시경”이라며 “체포조 이야기도 처음 듣는다”고 했다. 다만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법령에 따라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니 경찰 인력을 보내 달라는 것과 특정 명단의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해 달라는 두 가지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는 말했다.

홍 전 1차장은 그러나 2월4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저녁 8시를 넘겨 ‘대기하라’고 지시했고, 두 번째 통화에서 ‘싹 다 잡아들이라. 방첩사를 도와라’고 지시했다고 재차 증언했다. 이후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체포 명단을 받았다는 입장 역시 굽히지 않았다. 계엄 시행 중이라도 국회의원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는 현행법을 위반하는 대목이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2월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2월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헌·위법 소지의 포고령, 비상입법기구 논란

국회의 기능 마비 문제는 비상입법기구 논란과도 이어진다. 김용현 전 장관은 국회 자금 차단,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 내용의 메모를 직접 작성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당일 밤 실무진을 통해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으로 “민생, 경제 살리기 예산 관련해 아쉬움을 토로하던 과거 대통령의 말이 떠올라, 비상계엄 기회에 기획재정부에 (헌법상) 긴급재정입법권 수행 조직을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통해 지원되는 단체 중 잘못 나가는 자금만을 차단하라는 취지”라고도 했다.

계엄포고령의 위헌 소지는 이와 맞닿아 있다. 정치활동 금지부터 언론 통제, 미복귀 전공의 처단 등 포고령 내용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를 작성했다는 김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지시와 관여를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은 되레 “평소 법전까지 찾아봤을 대통령이 이를 꼼꼼히 보지 않았다”고 했다. ‘전공의 처단’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도 없는데 왜 넣었냐고 이야기하니 ‘경고한다는 측면에서 넣었다’고 말해서 웃지 않았느냐”는 윤 대통령의 질의에는 “말씀하시니 기억난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이 담겼다. 언론 활동 통제와 연계되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은 직접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를 지시했고, 이 장관은 소방청장 등에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2월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