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민생지원금 포기” “주52시간 근로 예외” 우클릭 후 바로 유턴
權, “계엄은 잘못 됐다”면서도 “현장선 계엄 해제 표결 안 했을 것”
‘지지율 접전’ ‘대선 시계’ 고려…“여야, ‘입장 변화’ 빈번해질 전망”
최근 지지율 박스권이라는 늪에 빠진 여야가 ‘지지층 여론’을 비롯한 각종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거대양당의 두 수장도 정책이나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책 기조에서 우클릭 키워드를 던진 후 당내 인사들과 지지층 여론을 살펴 다시금 ‘유턴’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비상계엄 사태와 현 정국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갈팡질팡’ 스탠스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
‘말 바뀌는 李’ 겨냥, 與 “양치기 소년” “무책임 정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후 두 달. 여야 지지율은 다시금 계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접전 중인 형국이다. 대통령 탄핵 소추 직후인 지난해 12월 3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4%로, 민주당(48%)과의 격차는 24%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해당 격차는 최근 한국갤럽이 14일 발표한 조사에서 1%포인트 차(국민의힘 39%-민주당 40%)까지 줄어들었다. (두 조사 모두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지지율 격차를 벌리기 위해 ‘우클릭 정책’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우클릭 키워드는 ‘상속세’다. 수도권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상속세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선 이 대표를 향해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판하며, 해당 정책도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표는 앞서 반도체특별법 합의를 위해 여야 쟁점이었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에 대해서도 전향적 입장을 자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에서 피력했었다. 하지만 이후 노동계는 물론, 당내 ‘원칙론’ 인사들과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지자 그는 결국 해당 예외를 두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 대표는 ‘전 국민 민생지원금’ 이슈와 관련해서도 사실상 입장을 번복했다. 당초 그는 여당과의 조속한 추경(추가경정예산) 합의를 위해 민생지원금 예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그는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에서 발표한 35조 규모 추경안엔 민생지원금에서 이름만 바뀐 ‘민생회복 소비 쿠폰’ 13조원 예산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17일 자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우클릭 하는 척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이다. 가벼운 언사에서 특유의 무책임 정치가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같은 자리에서 “양치기 소년의 말로를 국민은 잘 안다”고 비꼬았고,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한 가지라도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어렵다. 정책이 무슨 아이들 공깃돌 놀이인가”라고 쏘아붙였다.
權도 ‘계엄’ ‘尹 관계’ ‘부정선거’ 놓고 오락가락 스탠스
반대로 권영세 비대위원장도 자당 리스크인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모순된 스탠스를 계속 보이며 질타를 받았다. 그는 지난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분명히 잘못됐다”면서도, 12.3 비상계엄 해제 요구한 표결 당시 상황과 관련해선 “제가 국회 현장에 있었어도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모순된 입장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당시 표결을 주도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해 “성급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탄핵 기로에 놓인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애매한 입장을 이어가며 지지층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대통령을 접견한데 이어, 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과 인위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겠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 출당시켰지만 박 전 대통령과 우리 당이 단절되느냐”고 했다.
보수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부정선거론’에 대해서도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전략으로 일관 중이다. 권 위원장은 “부정선거가 있다고 단정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서서 객관적으로 리뷰를 받겠다고 하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또 사전투표 논란에 대해서도 “그게 헌법적으로 옳은지 의심이 있다”면서도 “사전투표를 없앤다고 보수당이 손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야당에서도 권 위원장을 타깃으로 역공에 나섰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 종식과 국가정상화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할 여당 대표가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내란을 부정하는 망언과 궤변을 일삼고 있다”며 “내란의힘이 되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하루빨리 상식과 이성을 회복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조기대선이 다가올수록 양당의 입장이나 스탠스가 더욱 오락가락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자당 지지층은 물론, 대선 캐스팅보터인 ‘중도층’ 포섭까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싱크탱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사실상 조기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양당은 단기간 표심을 위해 ‘숙련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단시간 내에 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책이나 현안 입장 번복의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