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 “이러다 큰코다치겠다 싶어 안식년 가졌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10:37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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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뷔 20년 공효진, 안식년이 필요했던 이유…‘공블리’ 영화 《도어락》 《뺑반》 연이어 개봉

공효진은 믿음이 가는 배우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공효진은 그 안에서 성장해 갔다. 그 시간이 20년이다. ‘공블리’라는 수식어는 그 20년에 대한 ‘훈장’이다. 대중이 선물한 값진 훈장 말이다.

안방극장에선 ‘공블리’였다면, 영화판에선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간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품행 제로》 《가족의 탄생》 《미쓰 홍당무》 《고령화 가족》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예상외의 캐릭터로 의아함을 준다. 원톱 주연 영화는 10년 전에 개봉한 《미쓰 홍당무》 외엔 없다. 그 외 대부분의 작품이 장르물이었고, 때로는 분량도 많지 않다. “똑같은 건 재미없잖아요.” 공효진이 툭 던지듯 말했지만, 선명하게 소신이 묻어난다. 최근 스릴러 영화 《도어락》에 이어 액션 장르물 《뺑반》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공효진을 만났다.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도어락》의 출연을 망설였다고 들었다.

“스릴러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설정되는 뻔한 장치가 진부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감독님에게 솔직하게 말했어요. 이를테면 영화를 보다가 우리가 흔히 ‘쟨 거길 왜 들어가?’ 하고 말하게 되는 지점들요. 납득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제작진들과 마찰이 있잖아요. 그래서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순전히 이권 감독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어요. 감독님은 제 데뷔작인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에서 슬레이트를 담당했었어요. 신인 배우와 연출부 막내로 인연을 맺어 지난 20년간 오빠, 동생으로 지냈죠. 사적으로 상의하는 관계까지는 아니라도, 종종 만나면 반가워하는 사이였어요. 어느 날 제게 시나리오를 툭 건네며 ‘안 할 거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데뷔작에 대한 애착이 커요.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다 잘됐으면 좋겠고,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돕고 싶어요. 《도어락》도 그 연장선의 하나였죠. 제가 자신 없는 상업 스릴러 영화라 아마 감독님이 다른 분이었으면 선택을 안 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도어락》이라는 영화에 의미를 둔다면.

“나를 고군분투하게 하는 영화다. 《미쓰 홍당무》 때처럼 내가 책임질 게 너무 많아서 정신을 놓을 수 없는 영화였어요. 나를 괴롭히는 작품을 만나고 있으면서도, 내키지 않아서 오래 미루고 용기 없는 소리를 하기도 했죠. 하지 말아야 될 이유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의미가 있어요.”

《도어락》 홍보를 위해 홈쇼핑에도 출연했다. 영화 티켓을 홈쇼핑에서 파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전작인 영화 《미씽》을 홍보할 때 엄지원 언니와 홈쇼핑 나가서 티켓을 팔고 싶었는데, 당시 홈쇼핑 라인업이 이미 정해져 있어서 무산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직접 배급사에 홈쇼핑 출연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죠. 반응은 제가 예상한 대로였어요. ‘너무 웃겼다’는 사람도 있었고, ‘실화야?’하는 분들도 계셨죠. 예상외로 반응이 폭발적이라서 놀랐어요. 방송을 본 것도 중요하지만 ‘공효진이 그랬대~’라고 계속 얘기되는 게 포인트였어요(웃음).”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안식년을 가졌다고 들었다(공효진은 2018년 1월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와 《싱글라이더》를 끝으로 휴식기를 가졌다).

“20년 동안 연기를 했어요. 매너리즘에 빠졌고, 연기를 습관적으로 했죠. 작품을 앞두고 긴장된다거나 두근거린다거나 하는 감정 없이 편안한 상태였어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도 예전에 하던 대로 하려고 했고, 제작진과의 타협도 쉬웠어요. 이러다간 정말 큰코다치겠다 싶어서 재정비할 시간을 가졌어요.”

안식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아무것도 안 했어요. 매니저에겐 시나리오를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요. 친구가 살고 있는 발리로 떠났어요, 그렇게 1년을 지내고 나니 ‘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어락》 출연을 미루고 미루다가 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도어락》 촬영을 마치고 영화 《뺑반》에 바로 들어갔고, 곧 다른 작품도 들어간답니다. 1년간 안식년을 가졌으니 당분간은 앞만 보며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월 개봉을 앞둔 《뺑반》은 짜릿한 자동차 추격 액션물이다. 공블리의 액션이 기대된다.

“나쁜 놈을 잡으려다 뺑반(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 엘리트 경찰 은시연 역을 맡았어요. 액션 장르라 사실 출연을 결정할 때부터 촬영하는 순간까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도 촬영하면서 ‘아, 이런 재미구나. 남자 배우들은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화려하고 화끈하고 통쾌한 장르잖아요. 항간에 욕을 제일 찰지게 하는 여배우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에요(웃음). 한데 《뺑반》에선 욕 한마디를 안 해요. 근데 그게 더 무서워요.”

‘마블리’ 마동석과 배우계 ‘블리 남매’다.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마동석 오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에요. ‘마블리’라는 닉네임이 너무 잘 어울려요. 영화 《범죄도시》를 보고 동석 오빠의 연기에 너무 호감이 가서 견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따지면 ‘블리계’에서는 제가 선배예요. 완벽한 외모보다는 뭘 해도 사랑스러운 면모가 공통점이 아닐까요?” 

올해 마흔 살이 됐다.

“마흔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은 분명히 있어요. 친구들과 모이면 어쩔 수 없이 나이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요. 그러다가도 내가 왜 이 아까운 시간을 한탄만 하고 사나 싶기도 하고, 내 스스로 내 시간과 내 나이를 폄하하는 게 부끄럽다는 걸 깨우치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작품 앞에서도 더 진지해지죠. 적당한 책임감과 무게감은 긴장감을 주고 기분 좋아지기도 해요. 왠지 힘이 나거든요. 이러다가도 친구들을 만나면 또 ‘이미 너무 늦었어’라고 투덜거려요(웃음).”

공효진의 마흔은 그렇다. 드라마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 평범해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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