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변 상태로 건강 체크하기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9 17: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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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건강 전반의 정보 담겨 있어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은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는 평소 아프지 않을 때 지속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소화기 건강 전반의 정보를 주는 것이 바로 변이다.

아무래도 변은 냄새도 나고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아직도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동물의 변을 마주하는 시간을 힘들게 생각한다. 일부 보호자는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쉬지 않은 채 변을 치운다. 안타깝게도 이런 행동이 우리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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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건강한 변의 상태는 어떨까. 형태는 끊김 없이 연속적이어야 한다. 마치 염소의 변처럼 짧고 동글동글하게 끊어져 나온다는 건 변비의 신호다. 이런 변을 보는 반려동물은 배변을 하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심한 경우 배변 자세를 취해도 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 상태가 되면 배변을 하는 시간 자체가 고통이다. 

변비의 원인에는 식이적인 요인이 가장 크다. 수분이 부족하거나 사료 자체가 변비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수분을 적절히 공급하고 사료를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의 형태가 연속적이더라도 너무 질어 설사에 가까운 경우도 소화불량을 의미한다.

변의 질퍽한 정도를 체크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변을 치울 때 바닥에 변이 묻어나는 정도를 보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변은 치웠을 때 바닥에 변이 거의 묻어나지 않고 변이 머문 자리에 습기만 남는다. 설사에 가까운 변을 보는 것은 사료를 과량 섭취하거나, 사료 자체가 소화불량을 유발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단 먹는 양을 줄여보고 그럼에도 변의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사료 자체를 바꿔보는 게 좋다.

변에 섞여 나온 끈적한 점액은 장 점막이 탈락되어 변과 함께 배출된 것이다. 정상적으로도 스트레스로 인해 가끔 점막이 탈락돼 배출되기도 한다. 그러나 심한 악취가 나고 식욕 감소, 침울 등의 증상이 동반된 경우 바이러스성 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장출혈 징후 나타나면 병원 데려가야 

변의 색깔은 전체적으로 균일하며 짙은 갈색에서 연한 검은색을 띤다. 색깔이 전체적으로 균일하다는 것은 모든 음식물의 소화가 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끔 변의 색깔이 중간중간 다른 것은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있다는 신호다. 보통 소화가 잘되지 않는 색깔 있는 개껌을 먹었을 때 소화되지 않은 채 변에 섞여 배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은 급여를 중단하거나 양을 줄이는 게 좋다. 변에 선홍색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대장이나 직장 근처에 출혈이 있음을 의미한다. 또 변이 지나치게 짙은 검은색을 띠는 경우는 혈액이 변에 섞여 나오는 소장성 출혈이다. 이 두 가지의 경우 모두 동물병원을 찾아 장출혈 원인을 파악한 뒤 치료해야 한다. 

변의 냄새는 당연히 좋진 않지만, 지나친 악취가 나면 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평소 반려동물의 변 냄새를 기억해 두는 게 도움이 된다. 변의 냄새를 포함한 변의 모든 상태는 사료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사료를 바꾸면 변의 상태부터 냄새까지 바뀐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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