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의약품을 책이라고…’ 국제 밀수출 사건 내막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9 14:00
  • 호수 1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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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제로 수천억원어치 판매돼…식약처, 미 국토안보부에 통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크리스틴 비텔로는 2017년 6월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나트롤(Natrol)의 코그니움(30일 치)을 구입해 복용했으나 설명과 달리 기억력과 집중력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주 동부지방법원에 제품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텔로는 일부 임상시험이 데이터 조작과 위조, 날조로 철회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결과 법원은 “일부 효능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해당 제품은 노벨인그레디언트에서 납품받은 ‘세라큐’를 원료로 만들었다고 나트롤은 홍보했다. 그런데 이 제품의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흐름이 발견됐다.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세라큐의 최초 제조사가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브레인온이었던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브레인온 사무실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브레인온 사무실 ⓒ시사저널 박정훈

유통 과정을 설명하면 이렇다. 브레인온은 관련 제품을 생산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무실을 둔 유통회사 선바이오로 보낸다. 선바이오가 받은 물건이 노벨인그레디언트로 가 나트롤의 코그니움 등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방식으로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건강보조식품은 나트롤의 코그니움을 비롯해 뉴네스의 마인드, 스완슨의 뉴로실크 등 10여 개다. 선바이오의 대표는 재미동포 장아무개씨로 확인되고 있다.

해당 제품은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연구기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둔 벤트크릭연구소(Bent Creek Institute)는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KHSA)에 “해당 업체(브레인온)에 신속하고 강력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국 건강식품업계 전체가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

제약업계 “한국 의약품 시스템 불신 우려돼”

관련 업계에선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해당 제품을 생산한 브레인온은 수년 전부터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등장한 중소기업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8~19년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브레인온 관계자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 당국 고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제품 개발의 근거가 된 관련 논문부터가 논란이다. 해당 논문은 국내 바이오기업 바이오그랜드가 국책공동과제로 개발한 기억력 개선 건강기능식품인 BF-7을 무단도용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관련 학술지에서 논문 철회를 결정하자 브레인온은 학술지를 발행한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를 상대로 논문게재철회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에 열린 재판에서 대법원은 학회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를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산판매금지 조치와 함께 인증을 취소했다.

국내 판매를 놓고 줄소송이 일자 업체는 수출을 모색했다. 미국 벤트크릭연구소의 문제 제기가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브레인온이 자체 개발한 의약품 물질인 세라큐(실크피브로인 가수분해물이라고 주장)를 해외에 내다 팔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브레인온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판매보류 협조 요청을 받은 2016년보다 2년 앞선 2014년에 미국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실제 수출에 나선 것은 2015년 2월부터”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수출 행태다. 원 개발사인 바이오그랜드는 브레인온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만835톤을 수출했는데, 수출 당시 기재하는 HS코드란에 의약품이 아닌 손수건, 책 등으로 기재됐다고 주장한다. 시사저널은 바이오그랜드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 자료에 따르면 브레인온이 선바이오로 보내는 품목은 책, 손수건, 주방기구로 돼 있다. 사실이라면 해당 기업이 밀수출을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이는 엄연히 관세법(물품을 수출하는 자는 관세법 제241조 및 제2항에 따른 신고를 하였으나 해당 수출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 수출하여서는 안 된다) 위반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수출되는 품목의 경우 관세청이 살펴보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입과 달리 수출은 엄격하게 따져보지 않는다는 게 관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수출코드와 품목을 일일이 대조해 봐야 하는데 브레인온처럼 이미 해외로 나간 품목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관련 품목의 엄격한 통관 절차는 수입 국가의 책임이 더 크다. 이 경우 미국 관세 당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발사 “일방적 주장…美 FTC 조치 없어”

현재 이 사건은 미국 국토안보부에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벤트크릭연구소가 관련 물질 효능 및 수입 유통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미국 FTC(공정거래위원회)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지식재산권을 가진 개발사 바이오그랜드는 미국으로 수출된 양이 최소 35톤이 넘으며 완제품으로 생산된 제품을 돈으로 환산할 경우 3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려되는 것은 세라큐가 불법 유통 제품으로 판명될 경우, 우리 식약품 제조 시스템 전체가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캐나다 보건 당국도 나트롤의 코그니움에 대한 논란이 일자, 이러한 의문들이 캐나다인들에게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캐나다 보건 당국도 수입조치 전반을 따져보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관련 논문을 근거로 국내 유통이 어렵도록 관련 조치를 취해 놓은 상태”라면서도 “해외 수출과 관련해선 소관부서가 아니기에 행정조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7년 4월 미국 국토안보부에 수입금지 조치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관련해 시사저널은 브레인온에 여러 차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브레인온은 “취재 내용은 경쟁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다만 미국 내 법률대리인과 미국 수입사인 선바이오 장 대표 간에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수출에 문제가 없음을 주장했다. 이메일에서 미국 법률대리인은 “공정거래위원회(FTC)의 조사가 끝났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이메일을 주고받은 시점은 2018년 10월9일(현지시간)이었다. 아울러 브레인온은 미국 수출과 관련해 미국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미국 정부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나트롤의 코그니움은 캐나다 시장에서 퇴출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식약처가 현재 해외직구 방식으로 유통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지만, 유명 직구 사이트에선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본 인터넷신문은 2020. 2. 19 「[단독] ‘의약품을 책이라고…’ 국제 밀수출 사건 내막」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여, ‘미국에서 비텔로가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인 나트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나트롤이 판매하는 코그니움의 일부 효능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하였고’, ‘세라큐는 의약품이며’, ‘브레인온이 세라큐 제품을 수출할 당시 HS코드란에 손수건, 책, 주방기구에 해당하는 품목코드를 기재한 자료를 확인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미국의 비텔로 소송은 계속 중으로 위 소송에서 법원이 ‘코그니움의 일부 효능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라’는 판결을 한 사실은 없고, 세라큐는 국내에서 일반식품으로 분류된 물질이며, 자료를 확인한 해당 세라큐 제품 수출분에 대하여는 브레인온이 그 수출품목에 적합한 HS코드를 기재하여 수출하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위와 같이 위 보도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이를 바로 잡습니다. 이 정정보도는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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