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반려동물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04 16:00
  • 호수 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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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감염될 가능성 희박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불안과 공포는 반려동물 양육에까지 손을 뻗쳤다. 영국 ‘더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주택가에서 반려동물의 사체가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톈진의 한 아파트 단지 지상 주차장에서는 고층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가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월2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소속 전염병 전문가가 중국 중앙TV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반려동물이 바이러스에 노출되거나 환자와 접촉했다면 그들도 감염될 수 있다. 동물도 격리돼야 한다. 바이러스는 포유동물 사이에서 전파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게 이런 사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와 같은 발언은 잘못된 사실을 포함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생물체 밖에서는 단백질과 핵산의 결정체로 존재한다. 독자적인 효소가 없어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한다. 숙주의 세포에 들어가야만 숙주 세포의 효소를 이용해 복제 증식이 가능하다. 이렇게 증식된 바이러스는 여러 분비물을 통해 배출된다.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들어가 복제 증식 후 배출되는 상태를 감염이라 정의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 표면에 있는 수용체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 수용체는 동물마다 달라 종 특이성을 갖는다. 쉽게 말하면 동물마다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형태가 다른 것이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의 경우 흔히 반려동물이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다른 유형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감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금까지 감염된 사례도 보고된 바 없다. 중국 전염병 전문가가 반려동물도 감염될 수 있다고 단정 지은 발언은 잘못된 것이다. 

바로잡는다면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는 반려동물에 감염되고 증식 배출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반려동물을 코로나19의 전파 요인으로 보고 기피하는 현상도 잘못됐다. 다만 우리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이동경로와 머물렀던 장소를 예의주시하며 기피하는 것은 배출된 바이러스가 생존하고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에 마스크 씌울 필요 없어

비슷한 맥락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던 반려동물의 털에는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산책시키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많다. 산책을 해도 되는지, 산책을 할 때 반려견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이 걷잡을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예전처럼 산책을 자주 하는 것보다는 실내에서의 놀이와 활동 비중을 늘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물론 확진자 현황과 이동경로를 고려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감염 예방 안내를 따르는 선에서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은 유익하다. 

하지만 반려견이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호흡기를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인데,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노출되더라도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책을 마친 후에는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환경에 노출된 부위를 씻어주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보호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등과 손톱 밑까지 30초 이상 꼼꼼히 씻고, 반려동물은 발을 포함해 털까지 깨끗하게 관리해 주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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