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와중에도 재벌가 미성년자 자산은 ‘껑충’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5.26 10:00
  • 호수 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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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 허정홍 주식 가치 324억원 압도적 1위
LS․효성家 평가액도 20~60%대 상승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7%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30대 그룹에 속한 19세 미만 미성년자 29명의 주식 평가액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그룹들은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를 적극적으로 승계에 활용하고 있다. 후계자들을 중심으로 하락한 주식을 매입했는데, 이게 상승작용을 일으켜 주식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평가된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10세 미만 초등학생과 유아도 4명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최근 경영 성적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의뢰해 국내 30대 그룹 오너 일가 297명의 최근 1년여 동안의 주식 가치 변동액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혔다. 올해 4월20일 기준으로 미성년자 29명의 평균 연령은 13.5세. 이 중 4명이 10세 미만 초등학생이나 유아들이었다. 1인당 평균 자산은 19억3000만원, 29명 전체의 주식 평가액은 560억8000만원에 달했다. 지난해 1월 조사(524억1000만원) 때보다 7%나 증가했다.

눈에 띄는 사실은 상위권과 하위권의 주식 평가액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7명의 자산이 477억1000만원으로 나머지 22명의 자산 합계(83억원)보다 7배 이상 높았다. 미성년자 주식 부자 1위는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차남인 정홍군(16)이다. 올해 4월 정홍군의 주식 가치는 324억1000만원으로 나머지 28명의 자산을 합한 것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식 가치 또한 크게 올랐다. 정홍군은 현재 GS그룹과 승산그룹의 지주회사인 (주)GS와 (주)승산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 가치가 1년여 만에 24.37%(261억원→324억원)나 상승했다. 올해 조사에서 배제된 허 사장의 장남 석홍씨 등을 더하면 GS그룹 4세 3명의 지분 가치만 올해 13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성년자 주식 부자 2위와 3위는 구본혁 전 LS니꼬동제련(현 예스코홀딩스 대표)의 장·차녀인 소영양(17)과 다영양(16)이 차지했다. 두 자매는 최근 LS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S와 예스코홀딩스 주식을 잇달아 매입했는데, 주식 평가액은 각각 34억8000만원에서 42억6000만원으로 22.56% 증가했다.

미성년자 주식 부자 4위와 5위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장·차녀인 인영양(18)과 인서양(14)이다. 두 자매는 2008년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각각 1억원을 증여받아 (주)효성의 지분을 처음 매입했다. 이후 2019년까지 각각 11억원을 추가로 증여 받았고, 배당금까지 더해 (주)효성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올해 주식 가치가 각각 14억9000만원. 지난해 1월 대비 증가율이 63.5%로 조사 대상 중에서 가장 높았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의 장남인 민기군(15)과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외손자인 이승원군(15)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주식 가치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3.55%와 18.5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CC, 자산 하락률 65.1%로 1위

재벌가 3·4·5세 중에서 주식 가치가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KCC家였다. 정몽익 수석부회장의 차남인 연선군(9)은 2017년 할아버지인 정상영 명예회장으로부터 KCC 주식을 증여받았다. 이 주식의 가치가 지난해 8억원에서 올해 2억8000만원으로 65.08%나 하락했다. 정 부회장의 장남인 한선군(13)의 평가액 하락률은 36.61%(14억1000만원→9억원)로 연선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의 손자인 재형(17)·유빈(17)·재완(14)·재민(14) 남매의 지분 가치도 올해 반 토막이 났다. 이들은 지난 2009년 조양래 회장과 함께 한국타이어(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분을 매입했다. 현재는 이 회사 주식 1만5000여 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가치가 최근 1년간 53.55%나 하락했다. 평가액은 6억8000만원에서 3억2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이 밖에도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조카인 호성군(16)의 주식 가치가 46.84%, 세아그룹 이태성·이주성 부사장의 자녀인 기혁(13)·기철(6)군과 외조카인 허은홍(15)·허인홍(9)군의 주식 가치가 각각 45.45%, 42.32% 하락했고, LS그룹 외척인 이윤결군(10)의 주식 가치 역시 38.37%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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