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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자산 규모는 농협의 절반…선거 비용은 1.5배
“1년 순익 10%를 선거 위탁비용으로 써야”…단위 금고 속앓이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위탁선거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내는 돈이 4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새마을금고는 내년 3월 처음으로 선관위 주관하에 전국 동시 이사장 선거를 치르는데, 그 비용이 과도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소규모 단위 금고까지 선거 위탁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비용을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시사저널이 중앙선관위와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내년 3월5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관리 경비로 총 490억원을 산출했다. 이는 단위 금고가 관할 지역 선관위에 위탁선거를 위해 내야 할 비용을 모두 합한 금액이다. 각 금고들은 비용의 절반가량을 중도금으로 집행한 상태다.

그간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는 각 금고가 자체적으로 관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사장 선거를 선관위에 의무 위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위탁선거가 의무화됐다. 일부 금고에서 자체 선거를 악용하면서 금품 수수와 ‘셀프 연임’ 등 폐단이 끊이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과거 제각각이던 선거 방식도 변경됐다. 총 자산 규모가 2000억원 이상인 금고는 모두 직선제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당초 이사장 선거 방식은 대의원회를 통한 간선제와 전체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를 이사회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전국 1193개 금고 중 567곳이 직선제, 595곳이 대의원회, 31곳이 총회 방식으로 선거를 실시한다.

문제는 선거 비용이 490억원에 달해 과다 지출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직선제 선거를 하는 금고의 경우 선거인당 평균 799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체적으로 직선제를 진행할 때 3250원인 것에 비해 비용이 2배 이상으로 뛴다. 간선제인 대의원회 방식도 선거인당 7만5330원에서 20만4190원, 총회 선출 방식은 1470원에서 9780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1개 금고 평균 부담액은 직선제 5940만원, 대의원회 2450만원, 총회 3305만원이다.

이는 앞서 지난해 3월 진행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비용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이하 농수산림협)은 선거 비용으로 328억원을 부담했다. 농수산림협의 자산 규모가 새마을금고보다 큰 데도 선거 비용은 160억원 넘게 적었던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농수산림협의 자산 규모는 총 576조원이다. 반면 새마을금고의 자산 규모는 287조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시사저널 사진 자료
ⓒ시사저널 사진 자료

적자 허덕이는데 선거 비용 9000만원 내라니

물론 새마을금고는 농수산림협보다 조합원 수가 많다. 선거권을 가진 새마을금고 조합원 수는 430만 명으로, 258만 명인 농수산림협에 비해 172만 명가량 많다. 선거인 수와 금고 수가 일부 경비 산출의 기준이 되는 만큼 금고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커질 수 있다. 선거인 1인당 평균 소요 금액으로 따져보면 새마을금고가 1만1000원으로, 농수산협(1만6000원)보다 적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농수산림협의 경우 조합원 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조합원 대다수가 지방에 몰려 있어 투표에 적극적인 편이다. 실제 지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의 투표율은 79.6%로, 대통령선거나 총선보다도 높았다. 조합원 자격도 관할 구역에 거소나 사업장이 있는 농어업인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대상이 명확하고 한정적이다.

새마을금고의 상황은 정반대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선거권은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회원이 많다. 금고가 대도시에도 널리 퍼져 있는 특성상 투표율도 금고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평균 5만원 수준의 출자금 1좌 이상을 6개월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선거권을 갖기 위한 문턱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 같은 ‘허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조합원 전체를 근거로 비용을 정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금고 이사장은 “선거권 자격의 허들 자체가 낮기 때문에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선거인이 적다. 필요 이상의 비용이 집행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선거인 자격 기준을 강화해 경비를 줄이면서 투표 왜곡 현상도 해결하고, 위탁선거 경비에 자산 규모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가 창립 이래 최악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금고들의 비용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올해 상반기 1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단위 금고 10곳 중 6곳이 적자다. 경영 상황이 좋지 못한 금고들의 경우 선거 비용 자체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과도한 선거 비용으로 어려움이 커질 경우 조합원과 금융 소비자들의 피해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실제 경기도에 위치한 한 금고의 경우 선거 경비로 7000만~9000만원가량을 지출할 예정이다. 해당 금고는 2022년 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23년엔 3억원 적자가 났다. 결국 한 해 순익의 10~20% 수준의 금액을 선거 비용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위 금고 입장에선 만만치 않은 금액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통 경비 일부 항목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탁선거 경비는 모든 금고가 공통적으로 내는 공통 경비와 개별 금고가 부담하는 고유 경비로 구성된다. 중앙선관위는 위탁선거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선거 관리 시스템 등 전산망을 구축하고 운영한다. 이에 대한 비용이 공통 경비로 산출되면서 모든 금고가 나눠 부담하는 상황이다. 엄격한 선거 관리의 필요성이 적은 영세, 직장 금고까지 해당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금고 관계자는 “조합원 수나 자산 규모가 적은 영세한 금고 입장에선 아파트 조합장 뽑는 데 시스템 구축하는 비용을 내라고 하는 격”이라며 “큰 비용을 들여 위탁할 만큼 규모가 크거나 복잡한 선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2023년 3월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열린 동래구 부산시산림조합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3년 3월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열린 동래구 부산시산림조합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 선거부터 삐걱…고개 드는 금융위 이관론

새마을금고중앙회도 해당 비용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무 위탁의 필요성이 적은 직장 금고 등은 위탁에서 제외하고, 출자에 대한 허들을 높여 선거인 수를 줄이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비용 산출의 기준이 되는 금고와 선거인 수가 줄어드는 만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중앙회 차원에서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탁선거법과 새마을금고법 개정으로 의무 위탁이 못 박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새마을금고의 선거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이 일부 발의된 상태다. 선거권 행사를 위한 출자 요건 강화, 위탁 금고 수 제한, 선거 방식 통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선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금융위원회로 이관해 근본적인 부실 관리·감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 당국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다.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해 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번 논란 역시 선거에 대한 그간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서 각종 비위가 멈추지 않으니 충분한 준비 없이 부랴부랴 위탁선거를 도입한 것이 과다 비용의 원인”이라며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할 기관을 금융위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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