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영진 갈등 지속…사기‧횡령 등 고소전 이어져
사업구조 개편‧윤리 경영 강조에도…‘새 남양’ 추진 멈칫
주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남양유업에 ‘오너리스크’의 그림자가 아직도 걷히지 않는 모양새다. 한앤컴퍼니(한앤코) 체제의 남양유업은 경영 정상화 작업과 함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추락했던 기업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법정 공방이 이어지면서 오너리스크의 잔재를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현직 경영진 간 갈등이 ‘사기’ ‘횡령’ 등으로 번지며 또 다른 리스크를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 창립 60주년에 다시 시동을 건 남양유업의 ‘경영 정상화’가 녹록지 않다.
‘전’ 회장, ‘현’ 대주주 사기로 고소…지난한 소송전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측은 28일 한상원 한앤코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한앤코가 고문직을 보장해줄 것처럼 제안해 다른 업체보다 싼 가격에 한앤코에 주식을 팔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일정한 지위를 보장해줄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 홍 전 회장 측의 주장이다.
홍 전 회장과 남양유업 사이의 다툼은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남양유업 주식과 경영권을 두고 3년 가까이 이어진 분쟁에서, 지난 1월 대법원은 한앤코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남양의 60년 ‘오너 경영’도 막을 내렸다. 지난 3월 홍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에도 홍 전 회장과 관련된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전 오너 일가의 그림자가 남양유업에 어른거리고 있다.
5월에는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에 444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본래 홍 전 회장의 퇴직금은 170억원 가량이 될 예정이었지만, ‘셀프 보수 책정’이라는 이유로 법원이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했고, 퇴직금을 재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홍 전 회장이 더 높은 퇴직금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 8월에는 남양유업 현 경영진이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200억원 대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맞불’ 성격의 소송전이 아닌,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9월에는 고가의 미술품을 두고 남양유업과 홍 전 회장 측이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회사는 유명 팝 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스틸 라이프 위드 램프’(1976)와 알렉산더 칼더의 ‘무제’(1971), 도널드 저드의 ‘무제’(1989) 등 3개 작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구매 직후, 소유자 명의가 홍 전 회장 측으로 이전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남양유업은 미술품을 인도받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제품 경쟁력은 확보…이미지 쇄신 ‘과제’
업계는 이어지는 법정 공방 등으로 인해 남양유업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늦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대리점 밀어내기나 창업주 외손녀의 마약 사건, 불가리스 과장 광고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비도덕적 기업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지만 남양유업은 제품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온 회사다.
그래서 한앤코 체제로 전환된 뒤 기업 이미지 쇄신은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한앤코의 남양유업은 기존 사업을 정리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준법‧윤리 경영 등을 강조하는 고강도 쇄신안도 내놨다. 과거에 굳어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 주주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내부 통제를 위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상 거래나 부적절한 행위를 탐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로 인해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지만, 전 경영진과의 소송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오너리스크’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력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회복이 중요하지만, 법적 분쟁에 발목이 잡히면서 빠른 경영 쇄신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브랜드를 다시 정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신뢰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