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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치 어려운 만성질환…급성기에 항생제 치료받으면 증상 기간 단축돼

최근 입 주위에 생긴 물집으로 내원 환자가 종종 있다. 대부분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다. 이 바이러스는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구분된다. 쉽게 설명해 1형 바이러스는 주로 구강에, 2형 바이러스는 생식기에 감염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는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다. 두 바이러스 모두 신체의 어느 부위든 감염시킬 수 있다.

두 바이러스 모두 성관계나 기타 접촉으로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피부 또는 점막의 상처를 통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염증 반응과 조직 손상이 발생한다. 이후 신경을 따라 이동한 후 잠복 상태에 들어간다.

이 바이러스의 특징은 숙주의 신경에 평생 잠복하면서 이따금 활동한다는 점이다. 면역이 떨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외선에 노출되는 등 자극을 받으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피부나 점막으로 이동하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헤르페스 감염의 임상 증상은 변화무쌍한 날씨와 같다. 첫 감염 시에는 발열, 근육통, 피로감 같은 전신 증상과 함께 감염 부위에 특징적인 수포가 군집을 이루며 나타난다. 이 수포들은 보통 7~10일에 걸쳐 가피(딱지)를 형성하며 치유된다. 재발성 감염 양상은 더욱 다채롭다. 많은 환자가 감염 부위의 저린 감, 따끔거림, 가려움증 등 전구 증상을 경험한다. 재발성 병변은 초기 감염에 비해 증상이 경미하고 치유 기간도 짧은 것이 일반적이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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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걸리던 1형에 성인도 감염

국내 연구에 따르면 1형 바이러스 감염은 성인 인구의 약 80%에 달하며, 2형 바이러스 감염은 10~20%로 보고돼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1형 바이러스가 과거에는 주로 아동기에 감염되었으나 생활 수준 향상과 위생 개념 변화로 감염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헤르페스 감염은 대부분 특징적인 임상 양상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때로는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PCR 검사(유전자 검사)가 가장 효과적인 진단 방법으로, 특히 중추신경계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필수적이다. 혈청 검사도 유용하지만 현재 활동성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제한적이다.

헤르페스 감염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예방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급성기 치료에는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한다.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 증상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연간 6회 이상 재발하는 경우 또는 재발로 인한 심리·사회적 부담이 큰 경우에는 억제 요법을 시행할 수 있다. 재발 빈도를 70~80%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많은 헤르페스 감염 환자는 완치가 가능한지 문의한다. 현재의 의학기술로는 신경에 잠복해 있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적절한 관리와 치료를 통해 재발을 최소화하고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또 헤르페스가 성병인가 하는 질문도 많다. 2형은 주로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측면이 있지만, 1형은 비성적 접촉으로도 쉽게 전파될 수 있어 무조건 성병으로 볼 수는 없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적절한 이해와 관리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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