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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탄핵의 강’ 데자뷔…韓, ‘탄핵 찬성’ 여파로 지도부‧리더십 붕괴 위기
‘이재명 1强’ 독주 체제 속, 오세훈‧홍준표‧나경원‧안철수‧이준석 존재감 미미

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진지 7년 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위기에 놓이며 당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정권 반납’을 내줄 위기에 몰렸다. 당내 유력 주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탄핵 찬성’ 역풍에 흔들리는 가운데 다른 잠룡 후보들도 ‘이재명 대항마’ 급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면서다.

최근 여당은 윤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여파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모습이다. 특히 한동훈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지난 총선 정국부터 반목하며 ‘계엄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물론, 당론과 달리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히고 계파 의원들을 유도한 것이 ‘해당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14일 탄핵 표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도 한 대표를 향한 성토장이 됐다.

한 대표는 ‘사퇴론’에 선을 긋고 있다. 그는 의원총회에서 나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의원총회 과정에서도 “내가 계엄을 일으켰나”라는 취지로 완강하게 버텼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한 대표의 의지와 달리, 계파를 막론하고 선출직 최고위원 5명(장동혁‧진종오‧인요한‧김민전‧김재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만큼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탄핵안 가결 과정에서 이탈한 국민의힘 의원은 108명 중 23명(탄핵안 찬성‧기권‧무효)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원내 장악력이 약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친한(친한동훈)계 측근들 내부에서도 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친한계 핵심이었던 장동혁 최고위원은 탄핵 정국에서 한 대표와 마찰을 일으켰고, 결국 ‘지도부 붕괴’ 위기 순간에서 한 대표를 등졌다.

 

與, ‘7년 전’ 대권 후보 구인난 재현…정권 반납 위기

한 대표의 정치적 위기로 국민의힘은 또 한 번 벼랑 끝에 몰렸다. 당은 그간 한 대표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맞설 플랜B를 준비해놓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여파로 국민 민심은 차게 돌아섰다.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까지 최장 180일의 기간밖에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에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7년 전의 상황도 비슷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후 닷새 뒤인 2017년 3월15일 국무회의를 통해 5월9일이 선거일로 지정됐지만,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가 전무했다. 외부 인사인 반기분 전 UN 사무총장과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당 경선 1위를 기록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한 자릿수 지지율로 당시 야권 후보였던 문재인‧안희정‧안철수‧이재명 후보에게도 초기 여론조사에서 밀린 바 있다.

지금도 여당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안철수 의원, 유승민·원희룡 전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잠룡으로 꼽히지만, 이재명 대표를 상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오 시장이나 홍 시장은 현역 광역단체장이라는 핸디캡이 있는 만큼, 조기 대선에 쉽사리 움직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최근 정치권을 휩쓴 ‘명태균 게이트’에 일부 연루됐다는 의혹도 받고 있어 리스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대선후보 지지율에서도 이 대표는 독보적 1위를 달리는 반면, 여권 후보들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7일 이틀 간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가 41%, 한동훈 대표 9%,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6%, 홍준표 대구시장 3%,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2% 순으로 나타났다. 한 대표, 홍 시장, 이 의원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 대표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100% 무선전화 인터뷰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5.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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