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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헌법학자이자 전 국회의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내란·외환죄, 사형선고 나올 만한 중대 범죄···尹, 피해 가기 어려울 것”
“민주당도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필요”

“10년, 20년에 걸쳐 겪을 법한 일들이 불과 한 달 만에 다 일어났다.” 격동의 2024년을 보낸 국민은 지금도 지난해 12월 한 달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몸서리를 치고 있다. 평온하게 연말연시를 준비하던 12월3일 밤 난데없는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그 이튿날 새벽 국회에 의해 계엄 해제 결의안이 의결됐다. 12월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12월27일 사상 초유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2월29일 무안공항에서 들려온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 굉음이 정국 혼란으로 힘들어하던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이 혼돈과 아픔의 극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그래도 2025년의 새로운 해는 떠올랐다. 시사저널은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되는 1월2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만나 어지러운 정국의 해법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 교수는 헌법학자로서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박근혜 비상대책위’에서 비대위원을 지냈고,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때는 당시 제3당 국민의당 국회의원으로 탄핵에 동참했다. 이 교수와 인터뷰가 진행되던 그 시간, TV에서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한남동 관저 앞 상황이 계속 중계되고 있었다.

ⓒ시사저널 이종현

“원칙적으로는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이 맞아”

지난 일요일 안타깝게도 전남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고가 극한 대치로 치닫던 정국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인데.

“그렇다. 예기치 못한 큰 비극적 사태가 생기면서 여야 간 정쟁이 다소 완화한 측면도 있다. 상황을 빨리 수습하고 원인을 파악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항 건설은 정치권력과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 그나마 잘한 건 그래도 공항 문제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는 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는 또다시 가덕도 신공항 문제가 나왔다. 이번 기회에 전반적인 점검과 재검토 등이 필요하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첨예한 쟁점 사항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에 대해 결국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하는 선택을 했다. 여야 양쪽에서 동시에 비판을 받고 있는데.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에 대해 헌법학자들 간에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미 대법원과 헌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대다수 헌법학자의 의견도 그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삼권분립 상황에서 대법원장과 국회의장이 추천한 인사는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형식적 임명 절차만 진행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후보자 3명을 다 임명하는 게 맞다고 본다. 다만 최 대행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워낙 민감하니만큼 두 사람에 대해서는 신속히 진행하되, 한 사람은 미뤄두는 절충안을 택한 것 같다. 정부 대표자로서 여당인 국민의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본다.”

이제 헌재는 8인 체제가 됐다. 탄핵심판에는 문제가 없을까.

“전혀 없을 것으로 본다. 헌재에 오른 탄핵 사건은 현재 여러 건이지만, 가장 중요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헌재가 최우선적으로 다룰 것으로 본다. ‘박근혜 탄핵’ 때도 8인 체제였는데 그때와 비교해 봐도 이번 사안은 치열하게 다툼을 벌일 만큼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 본다.”

여권에서는 2명(문형배·이미선)의 재판관이 퇴임하게 되는 4월 전에 결론을 내기 위해 헌재가 무리하게 속도를 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전에 끝날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3개월이 걸렸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논란이 훨씬 적다. 개인적으로는 두 달 정도면 충분히 끝낼 거라고 본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모든 권한이 지나치게 헌재로 쏠리는 느낌이다. 

“사실 1987년 헌법 개정 직후만 해도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당시 헌재에는 사건이 거의 없었다. 헌법재판관이 누군지 관심조차 없었다. 헌법소원이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여소야대 정국을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당시에 탄핵은 그저 잠자는 조항에 불과했다.”

1월2일 서울 용산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상돈 전 의원(전 중앙대 명예교수)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하고 한덕수 총리의 생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월2일 서울 용산 스튜디오에서 만난 이상돈 전 의원(전 중앙대 명예교수)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당연하고 한덕수 총리의 생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野, 탄핵 이렇게 자주 사용하는 건 비정상적”

민주당 등 야권의 탄핵 남발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렇다. 탄핵은 재직 중 상당히 심각한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있을 때만 가능한 거다. 지금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가히 폭주기관차처럼 탄핵을 사용하고 있다. 여소야대, 특히 대치 정국에서 탄핵소추안을 이렇듯 자주 사용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다고 야당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는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했기에 이쪽저쪽에서 경쟁적으로 폭주가 이어졌다. 이는 굉장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탄핵 요건에 대한 법률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통령 탄핵은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그런데 장관 등 국무위원의 경우 과반수 이상만 찬성하면 된다. 그런데 또 국무위원 해임 건의 역시 과반수 찬성이 요건이다. 과반수가 해임 건의를 하면서, 탄핵까지 한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 탄핵 가결 규정을 미국의 경우처럼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에게 모두 3분의 2 이상으로 적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 공수처 등은 윤 대통령의 내란 수괴 혐의를 자신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으로 볼 때 12·3 비상계엄은 사실상 친위쿠데타 시도다. 친위쿠데타는 실패하면 내란이다. 내란뿐 아니라 더 심각한 건 북한의 도발을 유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는 외환죄에 해당한다. 우리가 건국 이후 외환죄를 한 번도 적용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 내란·외환은 관계자 모두 사형 선고가 나올 만한 중대 범죄다.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에서는 이번 계엄이 대통령 통치행위의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12·3 비상계엄은 현행 헌법에 의한 계엄령이라고 보기 어렵다. 1972년 박정희 정권에서 장기 독재를 위한 유신헌법을 선포하면서 비상계엄을 발령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상황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성공한 쿠데타가 나중에 법의 심판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대단한 업적이다. 쿠데타에 성공해도 결국 언젠가는 처벌받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번에 윤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계엄군으로 나선 군 장성들이 왜 그런 역사적 교훈을 망각했는지 참으로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듯하다. 

“직무정지된 윤 대통령이 경호처를 상대로 (집행 거부를) 지시할 권한이 있느냐가 문제다. 지금으로선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지시권이 있는 게 맞다. 즉 최 대행이 경호처에 명령해야 할 일이다. 최 대행 입장에서는 이 또한 굉장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은 결국 법 집행을 엄정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게 법치주의에 맞는 것이다. 만일 경호처가 힘으로 막는다면 경찰도 법으로 제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는 경호처 직원 전원이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다뤄지게 된다.”

윤 대통령은 계속 “반국가 세력 준동”을 주장하면서 지자자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이는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보이는데.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를 반면교사 삼으려는 모습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언론보도에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라는 이름이 뜬 뒤로 사실상 스스로 무너졌다. 당시 지지율은 6~7%까지 떨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도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정도로, 아직은 지지자가 결집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결코 이를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범야권 지지층은 과한 강경 집회 자제해야”

현재 한남동 관저 앞 상황도 그렇고, 주말마다 벌어지는 탄핵 찬반 집회도 그렇고 이렇게 양측이 극심하게 대립하면 충돌 사고도 우려된다. 

“경찰력으로 양측의 집회 참가자들을 분리하고, 충돌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 기회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른바 범야권 지지 세력은 이제 너무 과한 강경 집회는 조금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이미 사건이 헌재로 넘어갔다. 이제는 차분히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때다. 탄핵 반대 진영을 지나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여권의 지지율 추락 상황이 곧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지지는 않는 듯하다. 

“정치 환멸층이 더 늘어났다고 본다. 아마도 이번에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통령선거를 하게 되면 기권표가 역대 최고로 많을 듯하다. 자칫 투표율이 50%도 안 될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는 계속 최 대행의 탄핵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고, 심지어 국무위원의 기능을 정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굉장히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공당으로서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권한대행 체제를 이용해 국회에서 새로운 법률안을 밀어붙인다든지 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상식 수준에서 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건 나라와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행 체제가 독단적으로 무얼 할 수 있겠나. 그런데 민주당에서 그런 메시지가 나온다는 게 한심하다.”

오는 2~3월에도 계속 정국 혼란은 이어질 듯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항소심 선고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실형이 유지된다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을까. 

“그건 민주당이 결정할 문제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대표를 대통령 후보로 뽑겠다면 어쩌겠나. 그때는 유권자의 선택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설령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가더라도 국민의 기대와 축하 속에 이 대표가 취임할 수 있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건 결국 이 대표가 스스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지지자들뿐 아니라 반대 세력도 얼마나 폭넓게 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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