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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항마’를 찾아라…국민의힘 잠룡 모두 “李 이길 사람은 나” 앞세워 출정식
컨벤션 효과 만들 변수는 ①보수 통합 ②중도 확장 ③개헌 카드로 국면 전환

‘111일의 탄핵 과정과 60일의 조기 대선.’ 대한민국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보내고 새 대통령을 들인다. 탄핵 후폭풍에 직면한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황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탄핵 기간 동안 대선 준비를 일찍이 시작했지만, ‘윤석열의 국민의힘’은 아직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를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 당은 탄핵 찬반에 대한 입장 차이로 사분오열돼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정권 연장 여론을 압도하고 있다. 

결국 출발부터 늦었던 국민의힘이 잡을 수 있는 기회의 땅은  ‘누가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가’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대선에서 누구를 찍겠다고 선택하지 않은 무당층이 국민 10명 중 4명에 달하고, ‘이재명 포비아’라는 여론도 적지 않은 만큼 이 대표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막판 대역전극 드라마 연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여권에 있는 것이다.

우선 국민의힘표 반전의 시작은 ‘보수 통합’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계엄·탄핵’ 대통령을 배출했다는 정당에 대한 비호감도를 최소화하고, 국면 전환에 나서려면 ‘보수 통합’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기 위해선 배신자로 낙인찍힌 ‘탄핵 찬성’ 목소리에 대한 수용이 제1 과제라는 분석이 많다. 중도층에서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비중이 반수를 훌쩍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만큼 당내 탄핵 옹호에 대한 이견을 수용하지 않고선 지금의 불리한 여론 지형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대선후보들뿐만 아니라 당 스스로가 ‘중도 확장성’을 챙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전 수준의 내홍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실행할 첫 무대는 경선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강으로 독주하는 민주당의 경선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그만큼 흥행성은 떨어진다. 반면 국민의힘은 많게는 10명이 넘는 후보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론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시사저널 최준필·이종현·박은숙·서울시 제공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시사저널 최준필·이종현·박은숙·서울시 제공

불꽃 튀는 경쟁 통해 ‘컨벤션 효과’ 노린다

경선 일정은 4월14~15일 후보자 등록을 받고 16일 서류심사를 통해 1차 경선 진출자를 뽑는다. 이 중 국민여론조사 100%인 1차 예비경선(컷오프)으로 4명을 압축한다. 본경선에 오른 4명은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종 2인이 양자대결(선거인단 투표 50%, 국민여론조사 50%)을 통해 대선후보로 선출된다. 최종 대선후보를 선출할 전당대회는 5월3일 열린다. 대선후보로 등록하려는 공무원은 그다음 날인 5월4일까지 사직해야 한다.

이로써 후보자들은 여론의 중간평가를 받게 된다. ‘대통령 파면’을 당한 정당에서 배출하는 후보자이니만큼 엄중한 ‘민심’의 잣대를 대야 한다는 내부 쓴소리를 반영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입장이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여론 100%를 반영한 1차 컷오프는 민심 반영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요청이 많아, 민심 눈높이에 맞는 후보가 4인 경선으로 갈 수 있도록 결정했다”며 “(2·3차 경선도) 국민적 관심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 2인 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결선투표를 통해 50%의 지지를 얻어야 그 후보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할 돌파구는 무엇일까.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투트랙’ 전략으로 이재명 전 대표를 압박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대통령제 개헌을 중심으로 탄핵 국면 전환에 총력전을 펼치고, 후보자들은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여론전을 펼치며 경선판에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난립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는 뚜렷하지만 ‘이재명 대항마’라는 공통 목표의식을 토대로 각자의 ‘보수 통합’ 전략을 펼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에 거친 견제 및 공격도 일부 용인할 가능성도 비춰진다.

먼저 당 지도부 차원에서 끌어올린 ‘개헌’ 공약은 국면 전환 카드로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당이 나서서 낡은 헌법 체제를 비판하고 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의힘 책임론에 대한 분노를 식힐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여야 잠룡 중 유일하게 개헌 공약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 전 대표를 압박할 수단으로도 유용하다고 본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이 조기 대선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제안했다가, 이 전 대표의 거부 의사와 동시에 입장을 바로 철회한 점도 국민의힘이 비판할 명분을 만들어준 셈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의 극렬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 우 의장을 향해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면서 민주당의 강성 이미지를 증폭시키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우 의장 제안을 거부하면서 “내란 종식이 우선”이라고 주장한 것이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개헌은 대선 국면마다 거론되지만, 집권 정부의 실제 실행력은 매번 ‘0’에 수렴했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개헌 공약은 대선 승리를 위한 약자들의 논리일 뿐이라는 자조적 비판이 나온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역시 개헌은 국민의힘 주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우위 구도’를 뒤엎을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4월9일 출마 선언 당시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여망을 한데 모으는 개헌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일찍부터 각자 개헌안에 대한 구상을 밝혀왔다.

 

‘서민·청렴·노동’ 김문수, ‘중도 확장성’ 한동훈

상수가 된 개헌론과 달리 후보들을 상징할 ‘키워드’는 변수다. 후보 수만 두 자릿수에 이르는 가운데 수많은 주자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어떤 이미지를 설정하느냐는 국민 여론조사에도 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해당 전략이 ‘이재명 대 반(反)이재명’에서 유용한지도 이목이 쏠리는 쟁점이다.

우선 ‘보수 1위’ 후보 김문수 전 장관의 대선 첫 메시지는 ‘서민’ ‘청렴’ ‘노동’으로 묶였다. ‘귀족당’ ‘웰빙당’이란 국민의힘 약점을 탈피하고, ‘소년공’ 출신을 강조하는 이 전 대표에 대해선 청렴 이미지로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전 장관은 4월9일 국회에서 진행한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12가지 죄목으로 재판받고 있는 피고인 이재명을 상대하기에는 가진 것 없는 깨끗한 손 김문수가 제격”이라며 “거짓과 감언이설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파멸로 몰고 갈 이재명의 민주당은 저 김문수가 확실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중도 확장성’과 제일 가까운 후보로 꼽힌다. 특히 그는 ‘검사 대통령 윤석열’이 남긴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선을 그으면서도 ‘원칙과 책임’ 이미지 구축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한 전 대표는 4월10일 국회에서 출정식을 열고 ‘정치교체·세대교체·시대교체’ 세 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또 이 전 대표를 향해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라면 나라의 운명도 저버릴 수 있는 위험한 정치인과 그를 맹신하는 극단적 포퓰리스트들로부터 우리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추진력과 진정성을 승부수로 던져왔다. 야권 행보에 따라 거침없는 일침을 날려온 홍 시장은 최근에도 “문재인 정권 때 만든 기이한 수사 구조를 개혁할 때”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폐지하고 독립한 국가 수사국을 한국판 FBI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여기에 2030세대 표심을 위한 전향적인 공약이 나올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특히 홍 시장 캠프명인 ‘무대홍’은 2022년 홍 시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도전했던 당시 MZ세대들의 마음을 끌었던 단어에서 착안됐다. 홍 시장은 당시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란 별칭을 얻은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선 시정’ 경험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약자 동행’을 상징하는 곳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책적 상징성을 최대한 강조할 전망이다. 특히 여권 후보자 중 처음으로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자고 제안한 ‘파격 개헌안’은 그간 ‘명태균 리스크’나 토지허가거래제 등으로 주춤한 인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카드라고 자신한다.

안철수·나경원 의원 등 다른 잠룡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무엇보다 범보수 주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국민의힘 후보들의 단일화 가능성도 향후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이라는 1강과 맞붙기 위해 이 의원이 보유한 지지율 등을 결집시켜 범보수 차원의 승률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시사저널 박은숙

‘누구 뽑을까’ 판단 유보 부동층, 대선 최대 변수

여론의 변수는 어디에 있을까. 조기 대선이 본격화한 이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무당층·부동층 표심에서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주요 대선주자들에게 뒤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대선 캠페인 향방에 따라 해당 표심이 막판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무당층은 주로 투표 참여율이 낮다고 보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선 ‘반이재명’ 표심이 가동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갤럽이 뉴스1 의뢰로 4월6~7일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김문수 전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오세훈 시장, 홍준표 시장, 안철수 의원 등 보수 잠룡들과의 양자대결에서 10~20%포인트대로 앞섰다. 그러나 지지 정당 관련 물음에 ‘없음·모름·응답 거절’을 선택한 무당층(전체 응답자의 약 18%)을 대상으로 한 양자대결에선 결과가 달랐다. 여기에서 이 전 대표가 앞선 후보는 김 전 장관뿐이었다. 오 시장, 유승민 전 의원에겐 오차범위 밖의 차이로 뒤졌고, 안 의원, 한 전 대표, 홍 시장과는 오차범위 내에서 밀렸다.

계엄·탄핵 국면에서 지지율 선두 자리를 지켜온 이 전 대표도 ‘부동층’을 설득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갤럽이 윤 대통령 파면 직전인 4월1~3일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1위 답변은 이 전 대표(34%)가 아닌 ‘의견 유보’(38%)였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갤럽이 13주에 거쳐 조사한 결과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정치 성향별로 봤을 때 중도층(전체 응답자의 약 33%)에선 이 전 대표라고 응답한 비율이 38%, 의견을 유보한 비율은 39%로 더 높았다. 지지 정당별로 보면 무당층에선 이 전 대표를 지지한 비율이 10%, 의견 유보가 77%에 달했다.

‘중도·무당·부동층’ 존재감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렬하다. 민주당엔 압도적 지지율을 고착화할 안전장치, 국민의힘엔 반전을 노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접전 양상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현실성 있는 이재명 대항마’를 전략적으로 가려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비대위원장 출신 우상호 전 의원은 4월9일 S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유력하다고 해서) 오만하게 ‘다 끝났다’ 이렇게 볼 수 없다. 선거는 알 수 없다”며 “지금 국민의힘 후보가 분산돼 있어 약해 보일 뿐이지 국민의힘 지지층이 최종 후보 한 명 아래로 결집하면 최소한 35% 이상의 힘을 낼 것이다. 이번 대선도 팽팽할 것이며, 무조건 이재명 전 대표가 된다는 건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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