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반민특위 상황과 흡사”…與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주장
지귀연 ‘접대 논란’ 등에…김준일 “사법부 불신 有, 특별재판 위헌 아냐”
野·법조계 등은 반발…김종혁 “입법이 사법 통제하려 하면 민주주의 붕괴”
입법을 통한 ‘사법부 일탈’의 통제일까, 사법을 옥죄는 ‘입법부의 일탈’일까.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 추진을 시사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거여의 폭주’라는 비판과 함께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는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며 특검법처럼 내란특별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내란특별법은 최근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여권에서 본격 제기됐다. 국회(국민의힘 제외), 판사회의, 대한변협이 각 3명씩 추천해 구성한 위원회가 특별재판부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게 내란특별법의 핵심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흡사 해방 정국 반민특위(반민족 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상황과 비슷하다”며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이같은 주장에 정치권에선 상반된 평가가 나온다. 우선 사법부가 불신을 자초했다는 시각이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가 ‘접대 논란’ 등에 휘말린 상황에서 사법부의 자정 능력, 공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다는 판단이다.
지난 1일 방송된 시사저널TV 《정품쇼》에서 출연한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일반적인 재판이 아니라 ‘내란’이라는 국가의 중차대한 상황과 관련된 재판이라면 내란특별재판부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의 불신도 실제 존재한다. 지귀연 판사 접대 의혹 조사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느냐”며 “사법부의 불신은 사법부 본인들이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사법부가 자초한 불신 탓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며 “위헌이라고 하기엔 특별재판부는 특별한 사건에 한시적으로 만든 것이지 않나. 1심만 담당하고, 2심과 3심은 기존 사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위헌적인 발상”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사법부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문제 있는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스포츠 경기에서 오심이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듯 사법부 역시 완벽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입법부의 법안은 무결한가. 행정부는 완벽한 정책만 내놓나.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게 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민주주의는 각 권력이 균형을 이룰 때 유지되는 것인데, 특정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그 순간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히틀러 같은 독재정권도 집권하자마자 사법부를 장악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가 실패했다 해서, 이를 빌미로 법을 새로 만들어 밀어붙이는 것은 ‘연성 독재’의 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도만으로도 비상계엄 관련 처벌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별재판부가 생기면 다수당이 필요할 때마다 설치를 요구할 수 있고 결국 사법부 안정성이 흔들리게 된다”며 “입법부가 힘으로 사법부를 몰아붙이면 민주주의는 금이 간다. 전두환도 특별재판부가 아니라 일반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았다”며 “민주당이 사법부를 확실히 장악하려는 생각 자체가 반민주적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권력 절제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