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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지지율, 역대 3번째로 높아…트럼프와의 정상회담이 ‘결정적 장면’
역사적 업적·정권 재창출 동시 이루려면? “‘전략적 국정과제’에 에너지 쏟아야”

9월12일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이다. 대통령의 총 임기는 1825일(365일×5년)이다. 100일은 전체 임기의 약 1/18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의 지난 100일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짚어보자.

먼저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자. 한국갤럽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직무수행 평가를 계속 해왔다. 역대 대통령을 지지율이 높은 순으로 정리하면(이하 존칭 생략) ①김영삼 83% ②문재인 78% ③이재명 63% ④김대중 62% ⑤노태우 57% ⑥박근혜 53% ⑦노무현 40% ⑧윤석열 28% ⑨이명박 21%다. 9명 대통령의 평균 수치는 53.8%다.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9명 중에서 3등에 해당한다. 역대 평균 수치에 비하면 약 10%포인트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지난 100일의 주요 행적과 업적을 되돌아보자. 이 대통령의 행보로 기억나는 것들을 추려보면, 취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들과 김밥을 먹으며 국무회의를 했던 장면이다. 넉살 좋게 웃으면서 “좀 어색하죠? 좀 웃으면서 합시다. 우리는 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들이니까 국민을 중심에 두고 현재 우리가 할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라고 했다. 공직자의 책임감과 실용주의적 면모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시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尹과 대비되는 李의 실용주의 면모 ‘호평’

이후에도 타운홀 미팅, 국무회의 생중계, 사전 지정자 없는 대통령 기자회견, SPC 회장 면담을 통한 산업재해 문제 제기, 강릉 시장과 가뭄 대책 토론 등을 했다. 국민의 대체적인 반응은 “회의 진행 잘한다” “스마트하다” 등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흥청망청 술을 좋아하던 모습과 대비되며 국정운영의 안정감을 제공했다. 한편으로 이 대통령의 ‘개인기’가 돋보이는 장면들이었다. 

취임 100일 동안 최대 난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이었다. 지난 4월초 트럼프는 주요 국가들에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한국에는 50%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후 25%로 낮춰졌는데, 8월1일 발효 직전에 관세율 15%와 투자액 3500억 달러로 합의했다. 8월23일 한일 정상회담, 8월25일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두 정상회담 모두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취임 이후 다른 업적은 ‘코스피 5000’ 관련 정책이다. 대선 전날이었던 6월2일 코스피는 2698포인트였다. 취임 100일을 이틀 앞둔 9월10일 코스피 종가는 3314포인트가 됐다. 코스피 역대 최고점은 3305포인트였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역대 최고점’을 깨는 기록이다. 대선 전날이었던 6월2일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코스피가 무려 22.8% 올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왜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했을까? 정책 기대감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강화하는 1차 상법 개정과 집중투표제를 확대하는 2차 상법 개정에 대해 시장이 반응한 것이다. 

다만 7월31일 발표한 세법 개정의 주요 내용은 ‘코스피 5000 전략’과 상충됐다. 법인세 상향, 대주주 요건 대상자 확대, 증권거래세 인상,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도입하되 소극적인 세율(35%) 등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코스피 5000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법 개정 발표 이후 코스피는 126포인트(-3.9%) 빠지며 3119포인트가 됐다. 언론은 8월1일 주가 폭락을 ‘검은 금요일’로 불렀다. 주가 하락 폭이 컸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으로 인한 검은 금요일의 주가 폭락은 두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①왜 코스피 5000 흐름과 명백하게 ‘상충하는’ 세법 개정 내용이 발표됐을까? ②코스피 5000이 정말 ‘전략적’으로 맞는 것인가? 전략이란 개념은 본래 여러 중요한 가치 중에서 ‘더’ 중요한 것을 정하는 과정이다. 즉, 가치의 선후경중을 정하는 것이다. 세수 확보도 중요하고, 코스피 5000도 중요하다. 코스피 5000이 ‘전략적’으로 맞는다면, 세수를 확보하더라도 코스피 5000 전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세법 개정 내용은 코스피 5000 전략과 정면으로 충돌했지만 추진됐고, 논란이 된 이후에도 한 달간 사실상 방치됐다. 코스피 5000의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것은 ‘전략적’ 지위가 모호함을 암시한다. 다행히 9월11일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요건을 다시 완화하는 ‘정책 변화’ 기대감이 생기면서 코스피는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세법 개정 발표 이후 40일이 더 지난 시점이다. 

이 대통령의 100일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의 흐름이 그렇고, 주요 행적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그럼 앞으로도 지금처럼 쭉 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대통령을 논외로 하면, 1987년 이후 8명의 대통령이 배출됐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이다. 

 

‘코스피 5000’ 구호와 충돌했던 세법 개정안

이 가운데 ‘성공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성공한 대통령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잡을 수 있다. 하나, 역사적 업적이 분명해야 한다. 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야 한다. 둘 다 성공한 대통령은 노태우, 김대중 두 명이다. 노태우는 북방정책과 주택 200만 채 공급이 주요 업적이다. 김대중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 교체와 IMF 위기 극복, 남북 화해, IT산업과 전자정부가 주요 업적이다. 정권 재창출엔 실패했지만 역사적 업적이 분명한 대통령은 김영삼, 노무현이다. 김영삼은 하나회 해체와 금융실명제를, 노무현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와 세종시 등 균형발전 전략을 실현했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100일 시점 ‘여론’이 좋은 것과 ‘성공한’ 대통령의 평가는 별개로 작동한다. 여론의 평가는 변동하는 것이며 금방 휘발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 5년을 다 보낸 시점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바로 이 질문이 ‘전략적 국정과제’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전략적 국정과제’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 임기 5년을 다 보내고, 우리는 무엇을 이룩할 것인가? ‘현안 대응’을 하다 보면 대통령 임기 5년은 금방 지나간다. 나중에는 뭘 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진다. 이 대통령의 개인기는 최대 강점이지만, 동시에 최대 약점이다. 대통령의 에너지는 ‘전략적 국정과제’에 집중돼야 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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