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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필요성’ 강조
“사법부 독립도 국민 의지에 종속…국가 시스템 설계는 입법부 권한”
野 뿐 아니라 與 일각에서도 “삼권분립 해치는 위헌적 발상” 우려 나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사법부가 사법부의 구조를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게 어떻게 위헌인가.”

베일에 싸여있던 ‘명심(明心·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법부 전체가 동요하는 모습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이 대통령이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9월1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통령이 공감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법권을 통한 국민의 의지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9월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내란특별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법관을 따로 두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진 중인 내란특별법에는 내란 혐의 1·2심 재판을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에 설치한 특별재판부가 전담하고, 영장 발부를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사법부 불신’을 이유로 추진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권분립을 해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 같은 관측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사법부의 독립이란 게 ‘국민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면 다수의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받은 거여(巨與)의 뜻에 따라 사법부도 얼마든지 통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 대통령은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각각) 자기 마음대로 하자는 뜻이 아니다”며 “감시와 견제, 균형이 핵심 가치다. 사법부 독립이라고 하는 것도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국민 주권 의지에 반하는 입법이든 행정이든 사법이든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국민이 직접 선출한 선출 권력들”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뜻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선출 권력”

그러면서 “국회는 가장 직접적으로 주권을 위임받은 곳이기 때문에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건 입법부의 권한”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지, 사법부가 사법부의 구조를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 시각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제도와 시스템은 존중돼야 한다”며 “내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입법이든 사법이든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 때문에 저도 ‘국민의 주권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의견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치와 실용’을 강조하던 이 대통령이 내란특별재판부에 제동은커녕 속도를 붙이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를 비판해온 야당과 사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과거 특정 사건을 다루는 재판부가 별도로 설치된 전례는 있다. 1948년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단죄하기 위해 설치된 ‘반민특위 특별재판부’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행 헌법(1987년 체제)하에서 별도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를 따로 설치한 전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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