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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심장은 에너지라더니…전기요금 급등·경제 성장 둔화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 집행한 독일, 3년 연속 0%대 성장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그대로’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개편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기후변화·에너지 정책을 통합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개편의 사유는 기후변화 대응 및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실행력 확보다. 남은 절차는 법률 제·개정과 대통령의 재가 및 공포가 남았을 뿐이다. 10월1일부터 업무가 이관될 것이라고 한다. 이어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과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차례로 조직개편안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선 이번 개편안은 대선 공약으로 제시되었던 기후에너지부와는 다른 것이다. 당초 기후에너지부는 환경부의 기후 분야와 산업부의 에너지 분야를 떼어 새 부처를 신설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역시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그치나 보다. 그간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AI 시대에 머리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라면 심장은 에너지다.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산업과 통상,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협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등 에너지 부문 분리를 반대하는 취지의 말들을 했지만 별무신통이었다. 결과적으로 환경부는 산업부와의 힘겨루기에서 완승을 거두었다. 여권인 민주당의 이언주 의원조차 환경부 장관을 겨냥해 “위인설관이 나라 망친다. 규제 부처인 환경부가 에너지 정책을 가져갈 경우 전기료 인상 등이 불가피하다”며 개편안의 부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에너지는 산업과 환경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격과 사회적 파장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으로 앞으로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환경이 에너지 정책에 우선할 것이고, 재생에너지의 급속 보급 정책이 쏟아질 것이다. 이것은 그간의 언행을 통해 나타난 김성환 환경부 장관의 성향에서도 확인된다. 이 대통령 역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환경부가 주도하는 에너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7월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환 환경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 신경쓰다 ‘에너지 안보’ 놓칠 것

여러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재생에너지 급가속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악화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 환경부는 본질적으로 탄소 감축과 환경 규제를 중심에 두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의 유연한 에너지 수급 대응이나 공급 다변화 전략에 소홀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가 환경 규제를 최우선으로 삼아 재생에너지 중심의 극단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펼 경우 상시적인 전력수급 불안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블랙아웃은 단순히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안전을 동시에 위협하는 중대한 재앙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연간 10%에 불과한 지금도 우리나라 전력계통 운영은 불안불안하다.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해 4월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정전이 발생한 시간대의 스페인은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이 70%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봄철에 태양광발전 비중이 35%를 넘는 시간대가 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지난봄 스페인 대정전 때 관측된 과전압 현상이 태양광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호남 지역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해 당국이 비상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둘째는 요금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려 이해와 동의를 구해야 한다.” 얼마 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급속 확대는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용 외에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한 계통 안정화 비용에다 보조금 지출까지 늘어나 재정 소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이는 곧바로 전기요금에 전가된다. 그뿐이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분산 에너지이기에 소위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 생산품을 지역에서 소비함)’ 전원이라고 해왔던 말이 무색하게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요지로 보내기 위해 송전망(에너지고속도로)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서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망 공사비만 최소 20조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얼마 전 한국전력은 재생에너지 수용을 위해 배전망에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자하는 장기 배전계획까지 확정했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요금은 이미 많이 올랐다. 특히 산업용 대수용가 전기요금은 최근 3년간 약 70% 인상되어 에너지 다소비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같은 기간산업들은 자가발전이나 전력 직접구매를 모색 중이다. 지난 3년간 전체 평균 전기요금은 51% 인상되었다. 한국은행과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10% 인상되면 경제성장률은 약 0.1~0.3%포인트 하락한다.

셋째, 산업부 장관의 지적대로 산업정책과의 단절이 문제가 된다. 산업부 체계에서는 에너지와 산업 전략이 통합적으로 설계되지만, 환경부는 제조업·수출기업의 수요를 반영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 설계, 에너지 세제 등에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 반복될 수 있다.

 

원자력 산업·수출 생태계 붕괴 우려

환경부는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같은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환경보전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인허가와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연과 혼선 발생은 불을 보듯 빤하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우려해 자본 투입을 꺼리고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후퇴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넷째, 원자력산업의 붕괴 가능성이다. 환경부 주도의 정책은 탈원전 기조로 기울 수 있으며,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 역시 사회적 수용성만 강조하다가 실질적 해결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과거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고 경제를 망치는 길”이라고 했고, 최근에는 원전을 보조에너지원으로 규정하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원전 업계는 원전정책이 환경부, 과기부, 산업부로 나누어져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원전 생태계 재붕괴 가능성, 원전 건설과 수출의 주무부처 분리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걱정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정은 어떨까. 대표적 사례가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다. 독일은 기후정책을 환경부 중심으로 밀어붙이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앞장섰다. 그 결과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를 넘는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유럽에서 가장 비싼 전기요금과 전력계통 불안정, 석탄 사용 증가로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은 줄지 않는 부작용에 직면했다. 특히 높은 전기요금은 올해까지 3년 연속 ‘0’% 이하 경제 성장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환경부처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기후 목표 달성에도, 전력수급 안정과 비용 측면에서도 실패한 셈이다. 에너지 정책을 환경 기준으로만 접근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행정적 비효율과 산업 충격의 전형적 사례다. 재고의 여지가 있기를 희망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노동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노동석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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