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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동시 수사 불가피…“위험치상 혐의 적용 시 중형 가능성”
곤혹스러운 민주당, ‘문재인 탈당’ 압박하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도

제19대 대선을 하루 앞둔 2017년 5월8일 야당 유력 주자의 딸이 광화문 유세 무대에 올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그리고 그 가족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대중 유세 참석을 거부했던 문다혜씨(41)는 부친의 청와대 입성 마지막 고지에서 극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7년이 흘러 문씨는 전직 대통령의 딸로 다시 한번 대중 앞에 섰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대통령 가족의 가시밭길을 자초하며 음주운전 피의자가 된 문씨. 그의 ‘7시간’ 행적이 하나둘 확인되면서 후폭풍이 몰아친다.

비틀대며 운전대 잡았다…‘文의 상징’ 훼손

문씨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를 몰고 나타난 것은 접촉 사고 7시간 전인 10월4일 오후 6시57분께다. 이면도로에 차량을 주차한 뒤 인근 소고기 전문점에서 식사를 한 문씨는 2시간여 후 식당을 나왔다. 남성 2명과 동행했던 문씨는 10월5일 0시40분께 이들 중 1명과 추가 술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주점으로 들어갔다가 2분 만에 밖으로 나왔다. 문씨는 종업원에게 “술을 갖고 오라”며 반말을 하고, 테이블을 내리치는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다 쫓겨난 것으로 파악됐다. 문씨는 이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지만 귀가하지 않고 세 번째 주점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주문했다.

새벽 2시께 마지막 식당을 나온 문씨는 홀로 비틀거리며 걷다 정차 중이던 다른 차량의 문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2시20분께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 앉은 문씨는 2시30분께 돌이킬 수 없는 음주운전을 시작한다. 인도에 서있던 행인 3명을 가까스로 피한 문씨는 골목길을 빠져나가 대로에 진입했다. 우회전 차선에서 신호 위반 상태로 좌회전을 시도한 문씨 차량은 교차로를 겨우 빠져나갔지만, 2시43분께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시도하다 옆차로에서 주행하던 택시와 부딪쳤다.

경찰 조사 결과 문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9%에 달했다. 면허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태원 파출소로 임의동행되는 과정에서 여경의 팔을 뿌리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1시간가량 신분 확인과 기초 조사를 받은 문씨는 대리기사를 불러 귀가했다.

문씨가 문제의 술자리를 시작한 10월4일 당일 문 전 대통령은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 참석차 상경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공식 일정 이후 문씨를 따로 만나지 않았고, 딸의 음주운전 행각도 이튿날 언론보도가 나온 시점에야 인지했다.

여론은 크게 출렁였다. 그날의 행적이 담긴 CCTV 영상이 나올 때마다 문 전 대통령도 함께 소환됐다.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재등장한 문씨는 ‘문재인’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담고 있던 상징에 커다란 균열을 일으켰다. 당시 문씨가 몰던 현대차 캐스퍼는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인 2021년 10월 국내 첫 노사 상생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 홍보를 위해 구매한 것이다. 차량은 올해 4월 문씨에게 양도됐다. 문 전 대통령이 딸에게 양도한 차량에는 2010년식 쏘렌토도 있다. 쏘렌토는 2022년 5월 문씨에게 명의 이전됐다가 올해 4월 다시 문 전 대통령 소유가 됐다. 두 차량은 최소 11차례 과태료를 부과받았는데, 이를 체납하면서 경찰서로부터 압류 처분되기도 했다. 상습적인 법규 위반을 한 운전자가 문씨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씨의 음주운전 전까지 ‘상생’과 ‘검소함’을 상징했던 문 전 대통령의 캐스퍼는 순식간에 ‘음주운전’과 ‘불법’, ‘과태료’와 ‘압류’라는 불명예를 짊어지게 됐다. 사건은 문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소환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규정했다. 재임 기간 그리고 퇴임 후에도 끊임없이 ‘내로남불’ 공격을 받았던 문 전 대통령을 향해 곧장 “자식의 살인 행위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라는 질문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문씨가 인사불성 상태로 운전하며 행인을 위협했고, 신호 위반을 하다 택시기사를 다치게 하는 사고까지 낸 만큼 음주운전보다 형량이 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문씨가 인사불성 상태에서 운전을 해 택시기사를 다치게 했다”며 “비틀거리며 다른 차량 문을 열려고 했던 행위나 트렌치코트가 땅에 끌리는데도 인식을 못 한 점 등은 만취했다는 방증이며 위험운전치상의 대표적인 징표로, 중형에 해당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는 음주 등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확보된 증거와 진술 등을 바탕으로 문씨에 대한 적용 가능 혐의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소환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문씨가 공인이 아닌 만큼 비공개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CCTV 영상 속 문다혜의 만취운전·사고 장면 ⓒSBS뉴스 캡쳐

‘아픈 손가락’ 딸의 범행에 탈당 압박받는 文

문다혜씨의 음주운전은 그 자체로 파장이 큰 사안이지만, 시기적으로도 ‘최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문씨 전남편인 서아무개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2018년 현직 대통령의 딸이 이례적으로 태국 이주를 감행한 과정부터 문씨가 귀국 후 청와대에서 지내게 된 경위, 수년에 걸쳐 확인된 석연치 않은 금전 거래까지 모두 재조명되는 상황에 음주운전 악재를 스스로 터트려 버린 셈이다. 검찰은 2018년 7월 서씨가 타이이스타젯 전무로 채용돼 급여와 주거비 등 2억2300만원을 받은 점을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문씨는 음주운전이라는 자충수를 두며 검경 수사를 동시에 받는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보복’으로 규정한 야권의 엄호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씨 본인은 물론 문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독립 생계’를 내세우며 ‘경제공동체’가 성립될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는다. 문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22년 7월 문씨가 송기인 신부로부터 3억8000만원에 사들인 제주의 주택 매입 자금 출처, 모친 김정숙 여사가 자신의 지인을 통해 딸에게 송금했던 5000만원 등 석연치 않은 돈거래를 둘러싼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제19대 대통령선거 마지막 유세에서 딸 문다혜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선물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퇴임 직후인 2022년 5월 출간된 《문재인의 운명》 표지 디자인 명목으로 문씨에게 건네진 2억5000만원도 미스터리다. 출판사 측은 2억원은 책 디자인 대가로, 5000만원은 빌려준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문씨가 경제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채 부모와 사실상 경제공동체 생활을 이어왔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전 사위의 특채부터 각종 돈거래 의혹, 부친의 책 출판과 관련 상품 출시까지 곳곳에서 딸 문씨 이름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와 가족, 측근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던 문 전 대통령이지만 유독 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거리두기’와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음주운전이라는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는 탄식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대권 준비를 위해 ‘집권플랜본부’ 가동을 시작한 민주당은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문 전 대통령 ‘탈당’을 압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0월2일까지 SNS 활동을 했던 문 전 대통령은 딸이 입건된 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를 저격하던 문씨 역시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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