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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를 지키겠다는 민주당의 행태가 목불인견이다. 무엇보다 당 예산을 들여 이 대표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정치자금법상 당 예산의 태반은 국고지원금 즉,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어느 국민이 당대표 직무와 무관한 이재명 개인의 불법을 방어하는 데 세금이 쓰이는 것을 찬성하겠나. 자신의 변호사비 지출안에 당대표 이재명이 승인 서명을 한다면 법정 기관의 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배임이나 횡령죄가 추가될 것은 불 보듯 환하다.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자충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가 정치권에 울린 경종

마침 배임죄는 ‘대장동 특혜개발 의혹 사건’에서 이 대표한테 적용된 혐의다. 그가 성남시장 재직 때 성남도시개발공사(당시 개발1처장 김문기·개발사업본부장 유한기, 둘 다 자살)로 하여금 ‘초과이익 환수 조항’ 폐기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기관은 손해 보는 대신 민간사업자 화천대유가 이익을 보게 했다는 게 공소장에 기술된 이재명 피고인의 범죄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는 평소 공익과 국민을 말하다 결정적 순간에 자기만 챙긴다는 ‘배임의 오명’을 벗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유죄 선고’ 사건은 당사자에겐 유감이겠지만 말을 가볍고 낭자하게 함으로써 말의 가치, 말의 신뢰를 떨어트린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 많은 사람이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주심 이학인·배석 박명 판사)의 판결에 주목하고 3인의 판사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 이 대표는 달변이고 말이 대중의 귀에 쏙쏙 박히는 화법의 주인공이다. 문제는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1년 12월 지역 행사에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란 말을 했다가 나흘 만에 “존경하는 박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고…”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니 이재명의 말이 허무하다고 할 수밖에.

말 뒤집기 사례도 있다. 이 대표는 2023년 6월19일 국회 연설에서 “저를 향한 정치수사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하겠다”고 하더니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둔 9월20일엔 “체포동의안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석 달 만에 180도 다른 말이 나왔다. ‘이재명의 말은 믿을 수 없다’ ‘이재명은 거짓말을 잘한다’라는 비판은 새롭지 않다.

 

동생 살해범 카인의 거짓말 “아우 모른다”

물론 거짓말이 부도덕하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진 않는다. 한성진 재판장의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도 판결문에서 이 점을 명확히 했다. 형사34부가 ‘이재명의 거짓말’이 부도덕에서 범죄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판단한 지점은 판결문 39~43쪽에 “대통령선거의 핵심 이슈인 대장동 개발사업의 비리와 피고인과의 연관성을 끊어내어 대선에 당선될 목적으로” 김문기 개발1처장과 골프 동행 시 함께 찍은 사진이 “조작됐다”고 공표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이재명이 김문기를 단순히 모른다고 한 부분이 아니라 이를 통해 더 큰 범죄(대장동 개발비리)와의 연관성을 ‘끊어내려’ 한 점 즉, 범죄의 은폐성을 중시했다. 대장동 범죄를 은폐하려는 이유가 대통령에 당선될 목적이었기에 선거법상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거짓말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범죄 은폐용’ 거짓말은 1차 범죄로 끝나지 않는다. 1차에 이어 2차, 3차 범죄가 연쇄적으로 저질러지기 때문에 엄중히 다뤄야 한다. 

실제 판결문에서도 김문기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이재명의 1차, 2차, 3차 발언이 회를 거듭할수록 정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 최초의 살인범인 카인은 동생 아벨을 죽인 뒤 ‘아우가 어디 있느냐’는 신의 물음에 “내가 알지 못합니다”라고 답했다. 카인은 살인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모른다’는 거짓말부터 했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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