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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정진석 등 핵심 참모도 국무회의 직전까지 전혀 파악 못해
여당 투톱도 전혀 몰랐다…본회의 불참 추경호 “뉴스 보고 알았다”
‘충암고 라인’ 김용현 국방장관, 한 총리 ‘패싱’하고 尹에 직보한 듯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은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다수 장관들 모두 사전에 전혀 몰랐던 것으로 파악된다. 집권 여당 지도부 역시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해 사후 혼란을 겪어야 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기도 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총리를 ‘패싱’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4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전날 비상계엄 선포 과정 전반을 한 총리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개최해 한 총리는 회의에 참석해서야 그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이번 계엄은 충암파의 소행”이라며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전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다. 김 장관이 총리를 건너뛰고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직접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에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한 것 역시 김 장관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경고했던 ‘윤 대통령 충암고 선후배들 중심의 비상 계엄 시도’가 단순한 정치권의 괴담에서 현실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김 장관 외에도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그리고 경찰을 관할하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총리와 대다수 장관들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실 참모진도 대부분 계엄 선포를 사전에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긴급 대국민 담화 자체가 대통령실 전속 영상 촬영팀과 의전, 경호만 참석한 채 이뤄졌으며, 출입기자들에도 사전 공지가 없었다. 뒤늦게 담화 소식을 들은 기자들과 고위급 참모들이 급히 대통령실 청사로 모여들었고 방송 영상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사실을 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정진석 비서실장마저 계엄을 미리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새벽 기자들과 만나 “제가 이 (계엄) 소식을 들은 다음 (한동훈) 대표와 직접 소통했을 때 ‘(정진석) 실장도 잘 몰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며 "(추경호 원내대표도) 대통령실과 연락을 하려 했는데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물론 집권 여당 지도부도 뉴스를 보고 계엄 선포를 처음 알게 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며 “국민과 함께 잘못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돼 온 추경호 원내대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진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투표에 불참한 추 원내대표는 뒤늦게 브리핑을 열고 대통령과 사전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대통령실간 사전 의견 교류가 없었냐’는 질문에 “네”라며 “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

추 원내대표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 표결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본회의장 밖에 일부 의원들이 들어갔고 뒤에 오신 분들이 국회에 들어오지 못해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 당사에 계셨다”며 “저는 당사와 계속 소통하며 이 사안과 관련해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의장께 말씀드렸는데 의장께서 약간 기다리시더니 ‘지금 상황에 기다릴 수 없다, 회의를 진행해야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저는 의원들과 상의했고 이 사안에 대해 의원들과 소통하는 차원에서 계속 기다렸다. 또 (결의안 표결) 불참은 제 판단으로 불참했다”고 강조하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며 일련의 사태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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