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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콘서트 취소' 구미시장에 손해배상 청구 이어 헌법소원 제기
‘尹탄핵 선결제’ 아이유, CIA에 신고 당해…연예인 정치표현 두고 갑론을박
“정치적 입장과 이해에 따라 예술 작품 재단하는 일 반복될 수도”

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클럽
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클럽

가수 이승환씨가 자신의 콘서트를 일방적으로 취소한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면서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공연 취소의 표면적 이유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 올랐던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 정권에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낳았던 앞선 사례들까지 소환되며 논란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이씨는 지난 29일 공연을 취소시킨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로 한 데 이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기재된 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이 위헌임을 확인하기 위한 헌법소원도 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구미시장이 이승환에게 한 서약서 요구행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재의) 결정을 받아 다시는 공권력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검열하고, 입을 막고, 굴종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헌법소원 청구를 준비해 내달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씨 측은 서약서 서명 요구행위가 "공권력이 양심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임 변호사는 "'정치적 오해를 살 언행을 하지 말라'며 이씨의 인격권을 침해했고 무엇보다 1000여 명이 예매한 공연을 이틀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가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시는 지난 25일로 계획됐던 이씨의 데뷔 35주년 기념 콘서트를 이틀 앞두고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던 구미문화예술관 대관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관객·시민 안전 우려와 정치적 선동을 금지한 서약서 작성을 둘러싼 양측간 견해차가 그 배경이 됐다. 

구미시는 콘서트장에서의 이씨 발언이 시민단체와 물리적 충돌, 시민 분열, 갈라치기 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 10일 이승환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이승환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라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콘서트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페이스북에 "구미시는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며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그는 "구미시는 대관 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특정 시간까지 '서약서 작성'하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며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 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고 공연이 취소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연출가는 최근 MBC 라디오에서 "누구보다 화를 내야 될 사람들은 구미 시민"이라며 "지역 공연장 사업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 사회의 기류나 옳고 그름 등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면서 누구는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고 누구는 비난할 수도 있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공연장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해하다 보면 정치적 입장과 이해에 따라서 예술 작품을 재단해버리는 것들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에 요구한 서약서와 이승환 페이스북 캡처
구미시가 가수 이승환에 요구한 서약서와 이승환 페이스북 캡처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 사태 이후 연예인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가수 아이유는 탄핵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위해 서울 여의도 내 음식점과 카페 등지에 빵과 음료, 국밥 등을 선결제했다. 이에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등은 아이유가 찍은 광고 브랜드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고, 일부 누리꾼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아이유를 신고했다며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표현‧출판의 자유 논란은 여러 차례 반복 제기돼온 바 있다. 지난 5월엔 경기도교육청 소속 초‧중‧고가 '유해도서'로 지정된 2528권의 성교육 도서를 1년 동안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가운데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도서 《채식주의자》와 《줄리의 그림자》 등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줄리의 그림자》가 왜 유해도서인지 모르겠다. 의원님들 한번 읽어보시라. 제목이 이래서 그렇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줄리의 그림자》는 작가 크리스티앙 브뤼엘이 쓰고 안 보즐렉이 그린 그림책이다. 이 책을 만든 곳은 출판업을 하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교육문화미디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주'는 조선교육문화미디어의 창작동화 상표(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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